정부 입장에서는 전기차 보조금 한도 상향은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과 내수 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최적의 카드다. 이미 확보한 예산 중 상당 부분이 남아 추가로 재정을 투입할 필요도 없다. 올해 전기차 보조금 예산(1조 7640억 원)을 고려할 때 전기차 판매 부진으로 연말까지 쓸 수 있는 보조금 실탄이 최소 6000억~7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자동차는 대표적인 내수 소비재다. 내수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역대 정부가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카드를 꺼내 들었던 이유다. 하지만 지난해 6월 말 개소세 인하 제도가 일몰되면서 정부의 내수 진작 카드도 사라져버렸다.
현재 자동차 내수는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다. 올해 9월까지 국내 완성차 5사의 내수 판매량은 98만 2538대로 100만 대를 밑돌고 있다. 판매량이 1년 전보다 9.6% 줄었다. 수출이 206만 2685대로 0.7%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전기차의 판매 부진 탓이다. 국산 전기차(승용 기준)는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 여파로 지난해 판매량(7만 4949대)이 14.1% 줄었다. 올 들어서도 8월까지 4만 6830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기아차의 ‘EV3’와 현대자동차의 ‘캐스퍼 EV’ 등 중저가 모델 출시로 하반기 전기차 대중화 시대가 열릴 것으로 봤지만 8월 초 인천 청라의 벤츠 전기차 화재 사건 이후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검토하는 방안은 두 갈래다. 우선 전기차 1대당 지급하는 보조금 한도를 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예산으로 대기업을 지원한다는 여론이 부담이다.
이 때문에 판매사가 전기차 가격을 할인하면 보조금을 더 주는 방안이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된다. 정부는 전기차 판매업자가 차 값을 깎아주면 할인 가격의 20%(100만 원 한도)를 보조금으로 준다. 제조사가 할인 폭을 키우는 동시에 정부가 20%와 100만 원 한도 기준을 조정하면 판매가 증가할 가능성이 더 크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완성차 회사들은 11월~12월에 연간 판매 목표를 맞추기 위해 가격 인하를 비롯한 판촉 활동을 강화한다”며 “정부의 보조금 확대 정책이 맞물린다면 부진했던 전기차 판매와 내수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