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막말·추태·정쟁에 빠진 국감, 폐지론 피하려면 본연 역할 다하라


22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이달 7일 시작됐으나 막말·정쟁·추태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에서 지난해 4월 김건희 여사와 국악인 원로 등의 청와대 간담회 도중 이뤄진 가야금 독주, 판소리 제창 등을 트집 잡아 “(청와대를) 기생집으로 만들어 놓았나. 이 지X들을 하고 있다”고 폭언했다. 오죽했으면 야당 내부에서도 “국악계와 여성을 비하한 표현”이라는 지적이 나왔겠는가. 윤종군 민주당 의원은 7일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서 인터넷 중고 허위 매물을 예시하며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의 관용차를 장관의 동의 없이 ‘당근마켓’ 사이트에 매물로 올린 것을 거론해 정보통신망법 위반 논란을 샀다. 이날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감에서는 이병진 민주당 의원이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날달걀 두 개를 보이며 1등급 달걀을 맞혀보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국감 증인에 대한 출석요구권 남용과 인신공격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야당이 11일까지 불출석한 국감 증인들에 대해 단독 의결한 동행명령장 발부안은 벌써 8건에 이른다. 이는 역대 국감 전체 기간의 동행명령장 발부 평균인 2.6건보다 세 배 이상 많다. 돈봉투 사건에 연루된 당 소속 의원들이 검찰의 소환 요구에 불응해왔는데도 민주당이 동행명령장 발부를 남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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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개헌으로 국감 제도가 부활한 직후에 여야 의원들은 날카로운 정책 감사 등으로 국민의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이제 행정·사법부와 산하 기관 업무에 대한 감시·견제,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정책 대안 모색 등의 순기능은 사라지고 정치 감사로 변질되고 있다. 여야는 이번 국감에서도 경제·민생 이슈를 뒷전으로 돌리고 각각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 김 여사 관련 의혹을 겨냥한 무한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특히 거대 야당은 사법 리스크와 관련된 사정기관들을 겁박해 3권분립을 흔들고 있다. 이러니 국감 무용론·폐지론이 제기되는 것이다. 국감 폐지론 확산을 막으려면 의원들이 국익과 국민을 위해 일하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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