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를 통해 5.34% 지분을 확보하며 승기를 잡으면서 의결권 지분 과반을 놓고 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 측과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를 23일까지 진행 중인 최 회장 측은 우호 세력 확보와 추가 지분 매입 등의 반격 카드를 준비하고 있으나 난관이 만만찮다.
①우호세력 단속 가능한가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 지분은 이달 23일까지 진행되는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에서 지분 20%(자사주 공개 매입 및 소각 지분 17.5%에 베인캐피털을 통한 지분 확보 2.5%)를 모두 확보한다는 가정을 적용하면 총 37%(기존 최 회장 지분과 우호 지분 34.5%+2.5%)다. 이는 공개매수를 통해 5.3%를 확보한 영풍·MBK의 지분 38.4%(기존 지분 33.1%+5.3%)에 못 미친다.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 지분을 뺀 지분율은 영풍·MBK 49% 대 최 회장 46%가 된다. 이 경우 5%가량 남는데 국민연금(7.83%, 위탁 보유 물량 일부 처분 관측)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 회장 측 입장에서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를 대입해도 영풍·MBK가 유리하다.
특히 최 회장으로서는 현대차(5.05%)·한화(7.80%)·LG화학(1.89%) 등 우호 그룹의 표(총 18.91%)에서 일부만 이탈해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앞서 자사주 공개매수를 결의한 두 차례 이사회에서 현대차 측 인사는 불참했다. 아무래도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는 것을 꺼릴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주총에서 (최 회장의 우호 세력으로 분류되는 기업들이 모두 의결권 행사를 통해) 고려아연 손을 들어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②베인캐피털 추가 지원 가능할까
최 회장은 베인캐피털을 통해 2.5% 지분을 확보한다. 이는 의결권을 갖는 지분이다. 최 회장 입장에서 보면 수세에 몰린 만큼 베인캐피털을 통해 추가적인 지분을 얻게 되면 큰 힘이 될 수 있다.
문제는 현실적인 여건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우선 베인캐피털이 투자를 늘리는 만큼 손실 보전 장치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이미 최 회장 일가가 5%의 지분에 대해 질권을 설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추가적인 조치가 만만찮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베인캐피털 외에 새 우호 세력이 나타나는 것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그나마 고려아연이 현재 보유한 자사주(2.41%)를 활용한 지분 스와프로 새로운 백기사를 만들 수 있지만 현재 주가가 평소 대비 높아 즉각 실행하기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자사주 교환이 만약 가능하다면 그 대상으로는 스위스의 글렌코어, 호주 광산 기업 BHP 등 기존 협력사들이 꼽힌다.
③자사주는 의결권도 없는데 장내 지분 매입은 어려워
MBK는 공개매수를 위해 준비한 2조 7000억 원 중 5.34% 지분만 매입하게 돼 9000억 원만 쓰면 된다. 1조 8000억 원을 차후 장내 지분 매입 등으로 쓸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MBK 측은 일단 법원 판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주가가 회귀하고 난 뒤에나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경고에다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중에는 지분 매입이 부담스러운 까닭이다.
반면 최 회장 측은 영풍정밀(036560) 방어에 2000억 원의 사재를 투입해야 한다. 공개매수 종료 뒤 주가가 떨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손실도 불가피하다. 이로 인해 향후 자체적으로 장내에서 지분을 사들이기는 힘들어 보인다.
특히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최대 17.5%를 확보한다면 그만큼 의결권이 사라져 MBK 측의 의결권 지분율만 높여주는 맹점이 생긴다. 애초 MBK의 공개매수를 저지하는 목적이지 지분을 늘리는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차라리 법원에서 자사주 공개매수 금지 가처분 판결이 인용되는 것이 의결권 다툼에 낫다는 자조 섞인 반응도 나온다. 그러나 이때는 대규모 손실이 우려되는 주주들이 집단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이날 고려아연은 전 거래일 대비 3.03% 오른 81만 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개장 직후 급등한 고려아연은 장 초반 83만 원을 돌파하며 52주 신고가를 다시 쓰기도 했지만 이후 상승분을 반납했다. 영풍정밀은 전일 대비 8.78% 떨어진 2만 8050원에 장을 마감했다.
특히 금융감독원은 이날 고려아연과 영풍에 대한 회계 심사에 착수한다고 통보했다. 금감원은 충당 부채나 투자 주식 손상 등의 의혹에 대한 소명을 요구하고 회계 처리 기준 위반 등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감리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통상 회계 심사는 3~4개월가량 걸린다. 이후 회계 위반 혐의가 발견돼 감리 조사에 착수하면 제재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