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우호지분 규합 절실한 고려아연 "이탈표 방지 총력"[시그널]

[경영권 분쟁 2R…최윤범의 3가지 난제]

② 베인캐피털 추가 투자는 손실보전 장치 요구로 쉽잖아

③ 영풍정밀에 사재 2000억원 투입, 장내 매입도 힘들어

금감원, 양측 회계심사 착수…충당부채 의혹 등 살필 듯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풍·MBK파트너스가 공개매수를 통해 5.34% 지분을 확보하며 승기를 잡으면서 의결권 지분 과반을 놓고 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 측과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를 23일까지 진행 중인 최 회장 측은 우호 세력 확보와 추가 지분 매입 등의 반격 카드를 준비하고 있으나 난관이 만만찮다.






①우호세력 단속 가능한가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 지분은 이달 23일까지 진행되는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에서 지분 20%(자사주 공개 매입 및 소각 지분 17.5%에 베인캐피털을 통한 지분 확보 2.5%)를 모두 확보한다는 가정을 적용하면 총 37%(기존 최 회장 지분과 우호 지분 34.5%+2.5%)다. 이는 공개매수를 통해 5.3%를 확보한 영풍·MBK의 지분 38.4%(기존 지분 33.1%+5.3%)에 못 미친다.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 지분을 뺀 지분율은 영풍·MBK 49% 대 최 회장 46%가 된다. 이 경우 5%가량 남는데 국민연금(7.83%, 위탁 보유 물량 일부 처분 관측)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 회장 측 입장에서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를 대입해도 영풍·MBK가 유리하다.

특히 최 회장으로서는 현대차(5.05%)·한화(7.80%)·LG화학(1.89%) 등 우호 그룹의 표(총 18.91%)에서 일부만 이탈해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앞서 자사주 공개매수를 결의한 두 차례 이사회에서 현대차 측 인사는 불참했다. 아무래도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는 것을 꺼릴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주총에서 (최 회장의 우호 세력으로 분류되는 기업들이 모두 의결권 행사를 통해) 고려아연 손을 들어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②베인캐피털 추가 지원 가능할까



최 회장은 베인캐피털을 통해 2.5% 지분을 확보한다. 이는 의결권을 갖는 지분이다. 최 회장 입장에서 보면 수세에 몰린 만큼 베인캐피털을 통해 추가적인 지분을 얻게 되면 큰 힘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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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현실적인 여건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우선 베인캐피털이 투자를 늘리는 만큼 손실 보전 장치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이미 최 회장 일가가 5%의 지분에 대해 질권을 설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추가적인 조치가 만만찮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베인캐피털 외에 새 우호 세력이 나타나는 것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그나마 고려아연이 현재 보유한 자사주(2.41%)를 활용한 지분 스와프로 새로운 백기사를 만들 수 있지만 현재 주가가 평소 대비 높아 즉각 실행하기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자사주 교환이 만약 가능하다면 그 대상으로는 스위스의 글렌코어, 호주 광산 기업 BHP 등 기존 협력사들이 꼽힌다.

③자사주는 의결권도 없는데 장내 지분 매입은 어려워

MBK는 공개매수를 위해 준비한 2조 7000억 원 중 5.34% 지분만 매입하게 돼 9000억 원만 쓰면 된다. 1조 8000억 원을 차후 장내 지분 매입 등으로 쓸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MBK 측은 일단 법원 판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주가가 회귀하고 난 뒤에나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경고에다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중에는 지분 매입이 부담스러운 까닭이다.

반면 최 회장 측은 영풍정밀(036560) 방어에 2000억 원의 사재를 투입해야 한다. 공개매수 종료 뒤 주가가 떨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손실도 불가피하다. 이로 인해 향후 자체적으로 장내에서 지분을 사들이기는 힘들어 보인다.

특히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최대 17.5%를 확보한다면 그만큼 의결권이 사라져 MBK 측의 의결권 지분율만 높여주는 맹점이 생긴다. 애초 MBK의 공개매수를 저지하는 목적이지 지분을 늘리는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차라리 법원에서 자사주 공개매수 금지 가처분 판결이 인용되는 것이 의결권 다툼에 낫다는 자조 섞인 반응도 나온다. 그러나 이때는 대규모 손실이 우려되는 주주들이 집단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이날 고려아연은 전 거래일 대비 3.03% 오른 81만 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개장 직후 급등한 고려아연은 장 초반 83만 원을 돌파하며 52주 신고가를 다시 쓰기도 했지만 이후 상승분을 반납했다. 영풍정밀은 전일 대비 8.78% 떨어진 2만 8050원에 장을 마감했다.

특히 금융감독원은 이날 고려아연과 영풍에 대한 회계 심사에 착수한다고 통보했다. 금감원은 충당 부채나 투자 주식 손상 등의 의혹에 대한 소명을 요구하고 회계 처리 기준 위반 등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감리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통상 회계 심사는 3~4개월가량 걸린다. 이후 회계 위반 혐의가 발견돼 감리 조사에 착수하면 제재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황정원 기자·박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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