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재테크

[투자의 창] 알파 수익률은 어디에서 오는가

■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

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경영학 박사)민주영 신영증권 연금사업부 이사(경영학 박사)




몇 해 전 거액 자산을 펀드로 운용하는 개인 투자자 초청 행사에 참석한 적이 있다. 투자 세미나를 마치고 식사하는 자리였다. 옆에 앉아 있던 50대 중반의 여성 투자자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는 수억 원의 자금을 펀드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 방식은 간단했다. 당시 가장 안 좋은 국가나 지역, 섹터에 투자하고 자신이 목표한 수익률을 달성할 때까지 2년이고 3년이고 기다리는 것이다. 이후 목표한 수익률을 달성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매도한 뒤 당시 가장 가격이 많이 떨어진 자산에 재투자한다. 그녀는 10년 넘게 이런 방식으로 투자해 자산을 불려 왔다고 밝혔다. 간단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투자 방식이다. 전문가랍시고 명함을 내밀기에 무색할 만큼 재야의 고수를 만난 기분이 들었다. 아마 요즘에는 진작에 투자한 중국 펀드의 수익률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있지 않을까 예상된다.

흔히들 ‘세상에 정답은 없다’고 말한다. ‘자존감 수업’의 저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윤홍균 씨는 “세상에 정답이 없다기보다는 정답이 많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행복하다”며 “많은 정답 중에서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투자 원칙과 철학 중 자신에게 맞는 것을 선택하는 게 아닐까 싶다.



아직도 고리타분한 투자 철학을 이야기하느냐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요즘 시장에는 어느샌가 투자 원칙과 철학에 대한 논의는 사라지고 그 결과물인 수익률만 남아있다. 수익률이 높으면 선(善)이고 낮으면 악(惡)인 ‘흑백 시대’가 도래했다. 퇴직연금 등 연금 시장에서도 오로지 수익률 이야기뿐이다. 막상 수익률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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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간 시장 상황에 따라 대응하는 로보 어드바이저(RA) 등 다양한 투자 기법이 등장해 단기 성과를 자랑하지만 실상 장기적으로 시장을 능가하는 알파(α)를 만들지 못했다. 그들의 성과 대부분은 시장이 그만큼 단기간 올랐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알파는 재야의 고수처럼 자신의 투자 원칙과 철학을 지키는 인내심과 그에 따른 장기 투자에서 나온다. 워런 버핏의 투자 파트너인 찰리 멍거는 “투자란 몇 군데 훌륭한 회사를 찾아내 그저 엉덩이를 붙이고 눌러 앉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회사나 연금 제도의 역할은 투자 기법을 제공하는 데 있지 않다. 투자자가 자신의 원칙과 철학을 지키도록 도와서 투자자가 인내하며 장기 투자를 통해 알파를 만들고 자신의 투자 목표를 달성하도록 돕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연금 자산운용의 기본 상품인 타겟데이트펀드(TDF)처럼 말이다. TDF는 은퇴 시점을 목표로 해서 자동으로 주식과 채권의 비중을 조정해 주는 상품으로 운용사의 철학이 녹아 있는 모델이다. 사전에 정해진 가입자의 연령별 자산 배분 원칙에 따라 장기적으로 운용되며 가입자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장기 투자를 유도해 시장 수익률을 능가하는 알파를 목표로 한다.

결론적으로 누구라도 가격이 오르거나 떨어질지 정확하게 예측해서 알파 수익률을 보장할 수 없다. 알파 수익률은 가격이 오를 때까지 충분히 인내한 결과이다. 알 수 없는 시장과 가격의 변동을 참아 내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투자 원칙과 철학이 필요한 것이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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