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0·16 재보궐선거에서 전남 영광과 곡성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면서 이재명 대표로서도 야권을 대표하는 차기 대권 주자로의 입지 굳히기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내에서는 크게 기대를 걸지 않았던 부산 금정과 인천 강화에서도 예상보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고 자평하며 여권 압박에 더 강력히 나서겠다는 의지도 감지됐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재보선은 민주당 ‘심장’ 격인 호남에서만 두 곳에서 선거가 치러지면서 이 대표에게도 향후 정치적 리더십을 유지해나갈 수 있을지 가늠하는 중요성을 띠었다. 지난 총선에서 전남 지역 비례대표 득표율이 조국혁신당에 밀렸던 데다 특유의 조직력을 갖춘 진보당까지 영광에서 약진한 만큼 민주당 입장에서는 만만치 않은 선거 환경이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전남이 ‘텃밭’이기는 하지만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무소속 후보에 밀려 낙선한 경험이 많은 곳”이라며 “그만큼 이번 승리의 가치가 귀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로서도 이번 승리가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8월 전당대회에서 80%가 넘는 득표율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두 번째 연임 민주당 대표가 됐지만 ‘사법 리스크’를 안고 가야 하는 이 대표로서는 다음 대선까지 리더십을 유지하려면 호남에서의 강한 지지는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서는 주류가 아닌 경북 안동 출신인 이 대표에게 호남 승리는 야권 차기 주자의 정통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이 대표가 한준호 최고위원 등 일부 지도부를 일찌감치 선거 현장에 급파해 ‘월세 살이’를 지시한 이유도 전남 영광·곡성 선거가 지닌 의미를 중시했기 때문이었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만약 민주당이 호남에서 한 군데라도 졌으면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 대표로서는 타격이 컸을 것”이라며 “호남 민심도 ‘정권 심판론’의 전력이 분산되는 것을 우려해 민주당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대표가 총선 ‘171석 압승’에 이어 재보선에서도 자존심을 지키면서 김건희 여사 리스크에 명태균 씨 논란까지 휘몰아치고 있는 윤석열 정부를 향한 공세 수위도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보수 절대 우세 지역으로 꼽힌 부산 금정과 인천 강화에서는 남북 관계 불안과 여권 내 당정 갈등 고조로 예년보다는 선전이 예상됐지만 40%대를 넘본 득표율은 당내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적이라는 반응이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부산 금정에서 지난 지방선거보다 좋은 성적을 거둔 배경에는 PK(부산·울산·경남)의 높은 정권 심판 여론이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가장 보수적인 지역구에서 40% 안팎의 득표율이 나왔다는 것은 민주당이 굉장히 분발한 것”이라며 “그만큼 국민의힘의 입지도 흔들린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반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입장에서는 ‘한 달 살이’를 하며 공을 들였던 호남에 당선인을 배출하지 못하면서 적잖은 아쉬움을 남기게 됐다. 특히 영광에서는 진보당에도 밀려 3위에 머문 것은 뼈아픈 결과라는 지적이다. 4·10 총선 12석의 돌풍을 재보선까지 이어가지 못하면서 향후 야권 내 주도권 경쟁에서도 민주당에 밀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