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지역 따라 수천만원 부담…수분양자-시행사 줄다리기 불가피

[퇴로 열린 생숙]

용도변경비용 신청자 부담해야

수도권은 땅값 비싸 부담 더 커

집단 소송 통해 대응 가능성도

생활숙박시설 관계자들이 지난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앞에서 '이행강제금 부과 예정'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생활숙박시설 관계자들이 지난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앞에서 '이행강제금 부과 예정'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생활숙박시설인 서울 강서구 ‘마곡 롯데캐슬 르웨스트’는 구청의 오피스텔 용도 전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올 8월 서울시가 마곡 도시관리계획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해 오피스텔로의 변경을 허용했고 강서구청이 이달 최종 허가할 예정이다. 서울 시내에서 생숙이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된 첫 사례로 남게 된다.

다만 조건이 붙었다. 200억 원 규모의 기부채납을 받기로 한 것이다. 총 867실 규모인 만큼 가구당 약 2280만 원의 추가 분담금이 발생하는 셈이다. 일단 시행사가 기부채납 비용을 부담하기로 했지만 향후 수분양자들에게 청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하려는 생숙 수분양자나 소유주 입장에서는 추가 비용 발생이 불가피한 만큼 시행사를 상대로 한 소송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생활숙박시설 합법 사용 지원 방안’에 따르면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할 경우 발생하는 비용은 신청자가 부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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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채납을 하거나 주차장, 복도 폭 기준 완화 기준을 만족시키려면 추가 비용을 내는 게 불가피한 상황에서 수분양자나 소유주들이 이를 부담할 공산이 크다. 실제로 전남 여수의 ‘웅천 자이더스위트’ 생숙 소유자들은 가구당 비용을 3000만 원씩 분담해 주차장을 외부에 설치한 뒤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을 마쳤다. 서울 및 수도권은 주차장 부지를 확보하는 것도 어렵고 설사 확보했더라도 땅값이 비싸 금전 부담이 더 크다.

또 이번 방안에 따라 복도 폭이 1.5m여도 피난 시설 등을 보완하면 오피스텔로 용도 전환이 가능한데 이를 위한 성능 위주 설계 시뮬레이션에 드는 비용이 300가구 이상인 생숙은 가구당 30만 원, 100~300가구 규모의 생숙은 가구당 100만 원가량이다. 마곡 롯데캐슬 르웨스트 사례처럼 서울에서 기부채납을 할 경우 가구당 수천만 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사업지는 시행사가 부담할 수도 있지만 이미 분양과 준공이 완료돼 시행사가 청산한 경우에는 꼼짝없이 분양자들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시행사가 청산을 하지 않았다면 소유주들이 비용을 부담하고 향후 시행사에 민사소송을 제기, 구상권을 청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생숙 수분양자 대부분은 시행사나 분양 대행사가 주거용으로 거주할 수 있다고 홍보해 속아서 분양을 받았다고 주장한다”며 “오피스텔 용도 전환을 위해 추가로 수천만 원의 비용까지 든다면 집단소송 등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 분양 업계 관계자는 “이번 대책이 현실화하면 생숙 사업자와 수분양자의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며 “이들 간 갈등이 불거져 소송전이 확대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국토부는 생숙 소유자들이 현실적으로 감내할 수 있는 비용으로 합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입장이다. 장우철 국토부 건축정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획일적 규제에서 보다 유연하고 탄력적인 규제로 방식을 전환해 생숙 소유자들이 감내할 수 있는 비용으로 오피스텔로 용도를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며 “합법 사용의 길이 열리며 사업자와 소유자들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생숙 수분양자들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수도권에 생숙을 분양받은 A 씨는 “분양가만 몇 억 원에 달하고 (용도 변경을 위해) 추가로 또 비용이 드는데 이를 감내할 수 있는 비용으로 설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오피스텔로 변경하는 데 얼마나 비용이 소요될지 걱정이 된다”고 토로했다.


한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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