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EU 경쟁당국, 외국 대기업 '킬러 인수'에 제동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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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유럽 스타트업을 위험에 빠뜨리는 ‘킬러 인수’를 막기 위해 인수합병(M&A) 거래에 대한 권한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고 16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미국 빅테크 등 외국 기업이 자본력을 앞세워 유럽 기반 스타트업을 집어삼키려는 시도를 막기 위한 취지로 해석된다.



보도에 따르면 EU의 반독점 규제·집행 등을 담당하는 유럽위원회(EC)는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인수합병에 관한 규정집을 정비할 방침이다. 세부 사항은 아직 논의 중이지만, 기업 간의 거래에 개입할 수 있는 시기와 장소 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FT는 세 명의 소식통은 인용해 “논의 중인 개혁안은 유럽 외 지역에서 대부분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이 관련된 합병으로 위원회의 관할권을 대폭 확대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합병 기준에 대해서도 기존 매출에 의존하지 않고 거래에 따른 미래 가치를 기반으로 하도록 손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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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는 새 규정이 차기 경쟁담당 집행위원인 테레사 리베라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인 이른바 ‘킬러 인수’의 위협에 대처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킬러 인수란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이 성장 잠재력이 큰 신생 기업을 집어삼키는 방식을 의미한다. 킬러 인수는 미래 경쟁자로 성장할 스타트업을 선제적으로 제거하려는 목적을 가진다는 점에서 경쟁과 혁신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있다. 페이스북이 왓츠앱과 인스타그램 등을 잇따라 인수했던 것이 대표적 사례다.

FT는 규정 변경안이 미국 거대 생명공학 기업으로 유럽 매출은 거의 없었던 일루미나가 2022년 유럽 기반의 암 검진 스타트업 그레일(Grail)을 8억 달러에 인수한 것에 대한 제재가 실패한 후 계획됐다는 점도 짚었다. 당시 유럽위원회는 해당 인수가 반독점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냈지만 EU 최고법원으로부터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기각됐다. 다만 FT는 “어떤 개혁이 이뤄지더라도 EU 행정부인 집행위원회가 공식적인 협의 절차를 시작해야 하기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무엇보다 리베라 신임 위원장의 임기가 먼저 시작돼야 한다”고도 짚었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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