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에서 국민연금의 역할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업 경영 문제를 넘어 국가 경제안보와 직결된 중대한 사안이다. 국민연금의 결정이 우리나라 기간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제련 기술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다. 특히 아연, 납, 은 등의 제련 기술은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의 자산이 아닌 국가 차원의 핵심 역량이다. 더욱이 고려아연의 기술은 2차전지, 반도체 등 미래 산업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그 중요성은 더욱 크다.
국민연금은 현재 고려아연 지분 7.83%를 보유한 주요 주주로서, 그 입장이 경영권 분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국민연금이 MBK파트너스의 6호 바이아웃 펀드에 출자한 자금 중 일부가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사용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는 국민연금의 자금 운용에 있어 사회적 책임을 더욱 강조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연금법 개정안'(일명 MBK 방지법)이 발의되었다. 이 법안은 국민연금의 ESG 투자 의무화, 위탁운용사 선정 기준 강화, 투자 대상 제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는 국민연금의 투자 결정에 있어 재무적 성과뿐만 아니라 환경, 사회, 지배구조 요소를 더욱 중요하게 고려해야 함을 의미한다.
국민연금의 결정은 단기적 수익성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국가 산업 경쟁력과 경제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특히 MBK파트너스와 같은 사모펀드의 경영 참여가 확대될 경우, 단기 수익에 치중한 경영으로 인해 기업의 장기적 경쟁력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국민연금은 기술유출과 해외매각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보유하고 있는 고려아연 지분을 계속 유지하여 MBK파트너스에 대한 견제할 필요가 있다.
경제안보의 관점에서 볼 때, 고려아연과 같은 기업의 안정적 경영과 기술력 유지는 매우 중요하다. 글로벌 자원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자원 확보와 가공 능력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 따라서 국민연금은 단순한 투자자의 입장을 넘어, 국가 산업 생태계 보호자로서의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
정부 역시 이러한 상황에 대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국가 핵심기술 보호제도를 강화하여 중요 기술의 해외 유출을 방지하고, 장기 투자를 장려하는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필요시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전략적으로 개입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고려아연 사태는 우리에게 국가 기간산업 보호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관련 기관들의 현명한 판단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당장의 이익에 눈멀어 미래 세대에게 부끄러운 선택을 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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