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업비트 자금 편중·뱅크런 우려"…野·당국 입김에 결국 발목 [시그널]

■케이뱅크 또 상장 철회

공모가 하단 미만에도 수요 부진

오전중 청약 추진하다 오후 백지화

8200만주 물량·오버행 이슈도 부담

업비트 예금 4조…예수금 20% 차지

내년 10월 계약 끝나 성장 변곡점

최우형(왼쪽 두 번째) 케이뱅크 은행장 등 경영진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케이뱅크 기업공개(IPO) 기자 간담회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최우형(왼쪽 두 번째) 케이뱅크 은행장 등 경영진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케이뱅크 기업공개(IPO) 기자 간담회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케이뱅크 최우형(왼쪽부터) 은행장, 이준형 최고전략책임자(CSO), 강병주 최고마케팅책임자(CMO)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케이뱅크 기업공개(IPO) 기자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케이뱅크 최우형(왼쪽부터) 은행장, 이준형 최고전략책임자(CSO), 강병주 최고마케팅책임자(CMO)가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케이뱅크 기업공개(IPO) 기자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케이뱅크가 지난해 2월에 이어 또다시 상장 작업을 중단한 것은 증시 침체와 투자심리 악화라는 동일한 악재를 맞은 상황에서 정치권과 금융 당국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에 대한 자금 편중 문제까지 지적하고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상장 실패로 케이뱅크가 자칫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를 맞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하는 가운데 회사는 내년 기업공개(IPO) 재도전을 예고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의 상장 철회는 이날 오후 전격적으로 결정됐다. 오전까지만 해도 케이뱅크와 NH투자증권(005940)·KB증권 등 IPO 주관사단은 공모가를 낮추고 물량을 줄여 청약을 진행하려 했으나 이해관계가 서로 어긋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관사단은 10~16일 수요예측 과정에서 기관투자가들이 공모가 희망 범위(9500~1만 2000원) 하단에도 주문을 넣으려 하지 않자 공모가를 8500원까지 낮춰 제시하기도 했다.

케이뱅크 수요예측에 참여한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전까지만 해도 공모가 밴드 하단(9500원)을 밑도는 8500원에 공모 물량을 줄여 청약을 진행한다고 알고 있었다”며 “예상보다 수요예측 결과가 부진하자 회사가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상당수 업계 관계자들은 케이뱅크의 코스피 상장 철회 결정을 두고 ‘예견된 결과’라는 진단을 내렸다. 경쟁사인 카카오뱅크 대비 높은 기업가치를 바란 데다 공모 물량까지 많아 애초부터 기관투자가의 구미에 맞지 않는 IPO였다는 평가다. 케이뱅크는 기업가치 산정 과정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을 2.56배로 설정해 현 1.7배 수준인 카카오뱅크보다 더 높게 책정했다. 공모 물량도 전체 발행주식의 21.8%나 되는 8200만 주에 달해 기관이 떠안기에는 부담이 컸다. 최대주주인 비씨카드(공모 후 지분율 30.40%)도 보유 주식 보호예수 기간을 ‘상장 후 6개월’로만 설정해 ‘오버행(잠재적 대량 매도 물량)’ 우려를 불필요하게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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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의 성장성에 대한 우려도 수요예측 부진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당초 인터넷은행은 ‘중·저신용자 대상 포용 금융’을 표방하며 출범했지만 현재는 기존 은행과 마찬가지로 가계대출 영업에 치중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올 8월 기준 카카오·케이·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의 주택담보대출(전월세 대출 포함) 잔액은 34조 4000억 원으로 1년 전인 지난해 8월(23조 4000억 원)보다 11조 원(47%)이나 급증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잔액이 53조 7000억 원(10.4%)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율이 더 높았다. 더욱이 최근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탓에 한동안은 이 부문에서 이전과 같은 수익을 거두기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이 ‘업비트발(發) 뱅크런 우려’를 제기하고 이복현 금감원장이 “면밀히 챙기겠다”며 호응한 점도 케이뱅크의 입지를 좁힌 것으로 평가됐다. 규제 산업에 속한 케이뱅크 입장에서는 정치권과 금융 당국의 문제 제기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당시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케이뱅크의 업비트 예금은 4조 원으로 전체 예수금(21조 원)의 약 20%에 달한다”며 “업비트 없이 케이뱅크가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형태로 케이뱅크가 IPO에 성공하면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라며 “정상화가 된 후 IPO를 해도 늦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 원장은 “꾸준히 줄이라고 권유·지도했다”며 “IPO 진행 과정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면밀히 챙겨 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케이뱅크가 업비트 의존에서 벗어날 경우 곧바로 뱅크런에 빠질 가능성도 제기했다. 케이뱅크는 2020년부터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예치금 관리 기관 제휴를 맺고 실명 확인, 펌뱅킹(기업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케이뱅크 입장에서는 계약 종료 시점인 내년 10월 이후에도 업비트와 계약관계를 이어가느냐 여부가 기업 성장의 변곡점이 될 수 있다.

케이뱅크는 각종 우려에도 공모 구조를 바꿔 내년 초 상장 삼수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케이뱅크는 2022년 9월에도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고도 증시 부진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자 이듬해 2월 상장 연기를 택한 바 있다. 올해도 8월 예비심사를 통과하고 이달 수요예측 절차까지 밟았지만 결론은 같았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내년 초 IPO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서종갑 기자·김남균 기자·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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