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오르고 있다. 금리 인하가 원화 약세 요인이지만 환율 상승 속도가 가파른 데다 국고채와 대출금리도 꿈틀대고 있어 한은 입장에서는 통화정책이 꼬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국가정보원이 북한의 우크라이나 파병 사실을 공식 확인하면서 금융시장에 미칠 파급력도 변수로 떠올랐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9원 오른 1371.5원에 출발한 뒤 1370원 안팎을 오르내렸다.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1.1원 상승한 1369.7원을 기록했다. 장중에는 두 달여 만에 1370원을 넘어섰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0.5%포인트 금리 인하 이후 하락세를 보이다가 지난달 30일(1307.8원)을 기점으로 상승 전환했다. 특히 한은이 11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뒤에는 그 상승 속도가 가팔라졌다. 미국 경제의 ‘노랜딩’ 전망에 따른 금리 인하 기대가 희석되면서 강달러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당국 입장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환율이 요동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사실상의 마지노선인 1400원 선까지 빠르게 오르는 상황은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세적인 둔화 흐름을 보이던 물가가 원자재 가격 상승과 강달러로 다시 불안해졌다”며 “환율이 (추가) 금리 인하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부상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금리 인하에 대한 파급효과도 크게 나지 않고 있다. 9월 신규 취급액 기준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는 3.40%로 전월보다 0.04%포인트 상승했다. 코픽스는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으로 쓰인다. 채권금리도 오름세다. 18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미국 소매판매 호조에 0.011%포인트 오른 연 2.908%에 장을 마쳤다.
문제는 국고채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은이 2000년 이후 총 5번의 금리 인하기를 분석한 결과 인하 직후에는 국고채 금리가 내려갔지만 이후 3개월을 따져보니 3번은 금리가 더 오르거나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한은 입장에서는 추가 금리 인하 여력이 적은 만큼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많다.
윤성훈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당분간)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가 없기 때문에 앞으로 장기 금리는 떨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또 지금은 가계대출을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대출금리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