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1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면담에서 부인 김건희 여사 활동 중단 요구와 관련해 “이미 집사람이 많이 지쳐있고 힘들어한다. 의욕도 많이 잃었다”며 "대외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꼭 필요한 공식 의전행사가 아니면 이미 많이 자제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김 여사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회동이 있던 날 열린 경찰의날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2년간 김 여사가 매번 참석해 경찰 가족들을 격려했던 행사”라며 “김 여사는 사실상 대외 활동을 거의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 관련 인맥을 쇄신해달라는 한 대표의 건의에 “누가 어떤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지 소상히 적어서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에 알려주면 잘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한 대표도 나를 잘 알지 않느냐"면서 "나는 문제 있는 사람이면 정리했던 사람이다. 인적쇄신은 내가 해야되는 일"이라고 답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했다.
윤 대통령은 또 “(한 대표가) 나와도 오래 같이 일을 해봤지만, 나와 내 가족이 무슨 문제가 있으면 편하게 빠져나오려고 한 적이 있느냐”며 윤 대통령이 직접 장모를 언급했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또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때도 가족 문제에 대해서는 멀리하고 변호사를 써서 해결하라고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의혹 규명 협조 요구에 대해서는 “이미 검찰 조사가 진행 중으로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감찰관 임명 역시 더불어민주당이 특별감찰관 임명을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문제와 연계해온 점을 거론하며 “여야 합의를 따를 문제”라고 했다.
명태균 의혹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한 대표에게 명씨와의 과거 인연을 전하며 “대선 전 명태균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조언을 들으라는 말을 했고, 그 이후에는 인연을 딱 단호히 잘랐다”며 “하지만 아내의 경우 나와 달리 명씨를 달래려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야당의 특검법 공세와 관련해선 "무모하고 위헌적 특검법을 우리 당 의원들이 막아준 것은 참으로 고맙고 다행스럽다"며 "지금까지 잘 막아왔는데 만약 당 의원들의 생각이 바뀌어 야당과 같은 입장을 취한다면 나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다. 우리 당 의원들을 믿는다"고 말했다.
앞서 두 사람의 면담은 용산 대통령실 앞 정원 레스토랑인 파인그라스에서 10분간 산책을 포함해 약 80분 간 진행됐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은 차분하고 원만하게 진행됐고, 나중에는 서로 웃으면서 미국 대선 전망까지 나눴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