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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상환에 재정 고갈…개발도상국 유동성 위기 최고조"

사진=이미지투데이사진=이미지투데이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는 동안 해외 채무에 대해 높은 이자 비용을 부담해온 개발도상국들의 유동성 위기가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로이터통신은 21일(현지 시간) 비영리단체 원캠페인(ONE Campaign)의 자료를 인용해 앙골라·브라질·나이지리아·파키스탄 등 26개국이 2022년 해외에서 조달한 자금보다 더 큰 금액을 부채 상환에 지불했다고 보도했다. 전 세계적인 금리 상승으로 차입 비용이 늘어나자 대규모 상환이 이뤄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원캠페인은 이같은 흐름이 가속돼 지난해에는 개발도상국 전체에서 마이너스(-)의 금융 흐름이 나타났을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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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개발도상국들의 재정 상황이 올해 역시 더 악화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프랑스 싱크탱크인 개발금융연구소(FDL)의 이샥 디완 연구 책임자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주도하는 글로벌 금융 안전망은 더 이상 충분히 깊지 않다”며 “IMF와 세계은행(WB)을 통하거나 기타 다자간 (계약을 통한) 신규 자금 조달은 비용 상승을 보완하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국제 금융기관들의 최근 행보는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앞서 세계은행은 향후 10년간 대출 여력을 300억 달러(약 41조 3490억 원)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IMF의 경우 할증 이율을 인하해 가장 부담이 큰 대출국들의 차입 비용을 연간 12억 달러가량 낮췄다.

개발도상국들의 현금 유동성이 악화할 경우 개발 속도가 지연하고 기후변화 대응까지 늦출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크리스찬 리브라토 RBC블루베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많은 국가들에게 부채는 늘고, 차입 비용은 비싸졌으며, 조달처들의 불확실성도 커지는 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된 논의는 23일부터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IMF·세계은행그룹(IGB) 연차총회에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개발도상국들의 부채 위기를 막기 위해 단기 유동성 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촉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 세계적인 금리 인하가 시작된 만큼 개발도상국들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여력이 다시 커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스테판 와일러 JP모건 중앙유럽·동유럽·중동·아프리카(CEEMEA) 부채 부문 책임자는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지역에서의 채권 발행액이 올해 2750억~3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일부 국가들은 여전히 높은 차입 비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케냐는 만기가 도래하는 달러 채권 상환을 위해 애쓰고 있는데 이는 10% 이상의 이율을 띠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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