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수백억 쥐고도 가계부 쓰며 분산투자…"꼼꼼한 'J형'이 다수"

[강남 집중 리포트] <6>PB들이 본 '강남 자산가'는

자수성가·영리치 모두 '안정' 선호

기대수익률 年4%로 富 수성 주력

갑질은 편견…대부분 내향형·차분

소득수준 맞춰 모여사는 경향 강해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지역에 근무하는 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은 자산가들이 상속과 증여에 집중하는 현상에 대해 “부의 영속성을 이어가고 싶은 욕망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상속·증여를 위한 장기 플랜을 구축하는 것이 자산가들의 가장 큰 관심사이며 강남 3구에서 근무하는 PB들의 최우선 과제인 셈이다. A 은행 강남 PB센터 지점장은 “(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에 상속세나 증여세 등 비용이 조금이라도 낮을 때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심리가 강하다”고 말했다. 자산가들 사이에서 해외 부동산 투자가 인기를 끄는 이유도 부의 대물림과 맞닿아 있다. C 은행 강남 PB센터의 D 팀장은 “(강남 지역) 60대 이상 고액 자산가들은 자녀가 3명이라면 2명은 학업을 위해, 또는 직장을 구해 해외에 나가 사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이들을 위해 미국 또는 영국 등 선진국 중심으로 부동산 투자처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자산 많을수록 안전 투자 선호…“가계부 쓰며 지출 관리”=고액 자산가들은 자산을 더 늘리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선호할까. PB들의 공통된 답은 “노(NO)”다. PB들은 “고액 자산가일수록 안정적인 자산 관리를 원한다는 것이 공통점”이라고 전했다. 자수성가해 부를 일궜든, 코인 투자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플루언서로 대박을 친 2030세대 ‘영리치’든 분산투자 원칙을 고수하며 ‘부의 수성(守城)’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B 은행 강남 PB센터의 한 팀장은 “매달 자신의 수입과 지출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가계부를 작성하는 것도 자산가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라고 전했다. 16가지 성격유형(MBTI) 분류로 보면 철저한 ‘J(계획)형’인 셈이다.



A 은행 지점장은 “채권 비중을 70%로 높게 두고 나머지는 주식이나 원자재 상품 등을 포함하는 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짠다”며 “기대 수익률도 연 4% 정도로 높지 않다”고 말했다. B 은행 팀장은 “금융소득에 대한 종합과세라든가 건강보험료가 너무 많이 나오니까 절세 상품을 찾는 수요도 높다”고 했다. 코인 투자 등으로 단기간 내 자산 규모가 불어난 자산가라도 투자 성향은 ‘안정 추구’다. D 팀장은 “(자산가) 스스로가 높은 수익률로 부를 쌓은 만큼 (부를) 까먹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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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3구의 자산가들은 얼마나 부자일까. PB들은 강남 고액 자산가의 경우 평균 현금 30억~50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B 은행 팀장은 “(자산가들이) 은행이나 증권사 총 2~3곳에 돈을 나눠넣는 것을 감안하면 현금만 100억 원이 넘는 고액 자산가도 있다”며 “부동산까지 포함하면 자산 규모는 더욱 크게 불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경계와 조심이 몸에 밴 고액 자산가들=PB들은 자신이 직접 고객으로 상대하고 있는 강남 3구의 고액 자산가들은 대부분 성격이 내향적이고 차분하다고 전했다. MBTI 분류로 보면 ‘I(내향)형’인 셈이다. 자신을 겉으로 드러내기보다 조용히 실속을 챙기고 주목받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고액 자산가들의 ‘갑질’ 역시 이런 성향을 고려하면 잘못된 편견이라는 게 PB들의 전언이다.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거나 세간의 주목을 받을까 봐 자산가 스스로 먼저 조심한다는 것이다. A 은행 지점장은 “20~30대 ‘영리치’ 고객들은 전화 대신 메신저를 선호하고 (고객을 위한) 과한 접대나 친절을 부담스러워 한다”며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들의 성향과 큰 차이가 없다”고 전했다.

다만 과시욕이나 특권 의식은 엿보인다는 것이 PB들의 분석이다. D 팀장은 “(PB센터) VIP 회원증은 (자산가들에게) 일종의 ‘명함’”이라며 “20~30대 자산가들은 PB센터에서 친구들과 식사 또는 술자리를 하는 등 혜택을 은근히 자랑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과 사는 게 편하다”=KB금융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3 한국 부자 리포트’에 따르면 강남·서초·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 3구’에는 자산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국내 자산가들 중 절반에 가까운 45%가 몰려 산다. 돈이 많으면 경치 좋고 공기 맑은 곳에서 한적하게 살고 싶을 법도 한데 왜 이리 모여 사는 것일까. 강남 PB센터들의 PB들은 “자신과 소득, 성장 배경, 생활수준이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을 편하게 여기는 심리가 크다”며 “고액 자산가가 강남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옮길 경우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시선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D 팀장은 “비강남 지역에서 돈을 번 후 자녀 입시 교육 때문에 강남으로 입성한 사례가 있는가 하면 평소 다니던 백화점의 강남 지점이 더 크다는 이유로 강남에 사는 고객들도 있다”면서 “하지만 강남에 한번 입성하면 경제적으로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이 생겨도 떠나지 않으려는 심리가 강하다”고 했다. 그는 “강남에 살다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면 성공 대열에서 탈락하는 것 같은 심리적 충격을 느끼는 것 같다”고 전했다.


조양준 기자·공준호 기자·박지수 기자·신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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