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세종의사당 건설 사업이 8년째 공회전만 하고 있다. 국회 의사 결정이 더디게 이뤄지면서 기본 설계비가 잇따라 이월되는 등 사업이 매년 도돌이표인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5년 예산안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행정복합중심도시건설특별회계에 세종의사당 건설을 위한 토지 매입 예산 350억 원을 배정했다. 앞서 2023~2024년 예산에도 같은 금액을 토지 매입비 명목으로 편성했는데 사업비를 집행하지 않은 채 내년 예산에 같은 금액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국회 세종의사당은 총사업비 3조 6000억 원을 투입해 여의도 국회(약 33만㎡)의 2배 규모인 63만 1000㎡ 부지에 건물을 신축하는 사업이다. 2016년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본격화했다. 2004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수도 이전이 무산되자 서울에 국회 본원을 남기는 대신 세종에 분원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우회하기로 했다. 이후 굵직한 선거가 있을 때마다 대통령실 제2 집무실 설치와 국회 세종의사당 건설을 여야 충청 지역 공약집에 올렸다. 윤석열 정부 역시 12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세종의사당 건립을 약속했다.
하지만 사업은 별다른 진척 없이 해만 넘기는 상황이다. 2019년 연구 용역비 10억 원이 반영돼 집행됐고 2021년 예산에는 기본 설계비 127억 원이 편성됐지만 집행되지 않고 이월됐다. 올 4월 22대 국회 총선을 앞두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세종의사당 시대’를 재차 꺼냈지만 선거가 끝난 뒤 논의는 실종됐다. 이 때문에 국회 세종의사당 이전 부지인 전월산과 세종수목원 사이 부지는 십수 년째 빈터로 방치되고 있다.
사업이 진척되지 않은 이유는 국회가 김건희 특별법 등 정쟁에 파묻혀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회 세종의사당 건설은 국회의장 직속 국립세종의사당건립위원회에서 의견을 수렴하고 총사업비를 결정하는 등 절차를 거쳐야 집행할 수 있다”며 “국회를 통해야 사업이 진행되는데 업무 진척 상황이 상당히 느리다”고 설명했다.
세종시를 지역구로 하고 있는 김종민 의원실 관계자는 “이전하기로 공약을 했으면 절차를 차근차근 진행했어야 하는데 미뤄지고 있어서 안타깝다”며 “국회 세종의사당을 조속히 만들어 입법부와 행정부가 동떨어져져 있어 발생하는 비효율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국민들은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인식하고 있어 과거와 같은 위헌 소지도 없을 것”이라며 “국회 전체가 이전하는 것은 물론 대통령 집무실과 사법부도 세종시로 옮기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