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경전철 낮은 사업성에 건설사 줄줄이 외면…기본계획부터 다시 짤 판

[표류하는 공공경전철]

◆ 우이방학선 입찰 중단

일괄입찰로 조기착공 계획 틀어져

12월에도 사업자 찾지 못할 경우

기본계획 수정, 사업비 재협상해야

'민자' 위례신사선도 17년째 표류

공사비 현실화로 참여 유도 필요





서울 강남과 강북 간 교통 격차를 해소하고 수도권 교통난을 완화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 경전철 사업들이 줄줄이 표류하고 있다. 민간투자 사업은 물론이고 나랏돈을 투입하는 공공사업까지 사업비 문제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의 예산 갈등, 공사비 급등에 사업이 기약 없이 늦어지면서 기본 계획부터 다시 설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올해 2월 일괄 입찰(턴키) 방식으로 추진해 우이방학선 사업 착공을 앞당기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목표대로 2031년 완공하기 위해서는 내년에는 착공해야 하는데 기존 방식으로는 공정을 맞추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설계와 시공을 일괄 입찰하는 턴키는 설계 후 공사를 발주하는 방식보다 기간을 9개월 단축할 수 있다. 오세훈 시장이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직후인 2021년 말 서울시는 2024년 상반기 착공을 구상했으나 일정이 늦어졌다.

도봉구가 2008년 처음 군불을 땐 우이방학선은 방학동·쌍문동 등 교통 소외 지역의 교통난을 해소해줄 경전철로 기대를 모았으나 우여곡절을 겪으며 16년간 첫 삽을 뜨지 못했다. 2011년 예비타당성조사를 완료한 뒤 민간투자 사업으로 추진됐으나 사업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으며 중단됐다. 2020년 서울시가 공공투자 사업으로 전환하면서 다시 추진 동력이 살아났고 2021년 우이신설연장선 도시 철도 기본 계획을 수립하면서 탄력이 붙었다.

올해 2월 국토교통부 승인 고시, 7월 행정안전부 중앙 투자 심사 조건부 승인 등 사전 절차들이 통과되자 서울시는 사업에 참여할 건설사를 찾기 위해 8월부터 입찰 절차를 밟았다. 시가 2월부터 건설사 간담회, 개별 면담 등 입찰 참여를 독려하는 과정에서 참여를 검토하겠다는 업체를 못 찾았지만 일단 예정대로 조달청에 입찰을 의뢰했다.



하지만 4267억 원의 사업비가 발목을 잡았다. 입찰 의뢰 이후에도 공사비 부족, 낮은 시공효율로 수익성이 맞지 않는다며 참여 뜻을 밝힌 건설사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변에 북한산과 주택이 밀집해 있어 공사 난도가 높고 그만큼 민원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건설사들에 부담이었다. 시는 결국 끝까지 공고를 진행하더라도 응찰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입찰 중단을 요청했다. 예산 13억 원으로 하반기에 건설 사업 관리 용역을 발주하려는 계획도 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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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 분위기를 재차 확인한 서울시는 12월 계획을 바꿔 다른 조건으로 재입찰하기로 결정했다. 토목·건축을 시작으로 분야별로 입찰을 진행하는 대신 통신, 송·변전, 신호통신 등 시스템 분야까지 포함하는 통합 발주를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통합 발주를 추진할 경우 사업 규모가 커지고 건설사와 설비 회사 간 협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흥행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문제는 12월 입찰에서도 응찰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통합 발주를 하더라도 총사업비가 그대로여서 건설사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일단 내년도 관련 예산을 편성할 방침이지만 연말에도 사업자를 찾지 못하면 기본 계획을 다시 짜고 예산 당국인 기획재정부와 사업비를 다시 협상해야 한다. 행안부 재심사 등 절차가 길어지면 강북권 주민들은 또 몇 년을 기다려야 한다.

우이방학선의 입찰 연기는 최근 경전철 상황과 무관치 않다.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는 통과했지만 아직 착공을 못한 서울시 도시 철도 사업으로 우이방학선 외에 민자 사업인 위례신사선·서부선이 있다. 위례신사선은 거듭된 유찰로 17년째 표류 중이고 최근 서부선 시공을 맡은 컨소시엄 참여 업체들도 공사비 증가 문제로 줄줄이 사업을 포기했다. 적자가 2000억 원 넘게 쌓여 우이신설선 운영사가 바뀌는 등 운영 수익성까지 후퇴했다. 오 시장은 지난달 위례신사선 사업자 공모가 유찰되자 “기재부는 민자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총사업비를 결정하는 데 있어 현장의 기대와는 많이 다른 기준을 제시해 왔다”며 예산 당국의 책임을 지적했다.

민자 사업의 냉랭한 분위기가 재정투자 사업으로까지 옮겨가는 분위기다. 서울시에서 추진 중인 경전철 재정 사업은 우이방학선 외에 강북횡단선·목동선·면목선·난곡선 등이 있다. 면목선은 올해 상반기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지만 강북횡단선·목동선은 예타에서 탈락했고 난곡선의 통과 전망은 부정적이다. 이 노선들은 강남과 강북, 서남권과 동남권 간 균형 발전을 꾀할 목적으로 추진됐으나 낮은 경제성이 발목을 잡고 있다. 면목선 역시 예타를 통과했지만 우이방학선처럼 사업자 선정 등 우여곡절을 겪을 수 있다.

경전철뿐만 아니라 예산이 투입되는 서울시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도 공사비 문제로 시름을 겪는 상황이다. 2022년 8월 집중호우로 강남역 등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하자 서울시는 2027년까지 대심도 빗물 터널을 만들겠다고 발표했으나 사업비 문제로 아직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연말 착공하더라도 5년 뒤에나 준공된다.

경전철 사업의 근본적 원인이 사업비에 있는 만큼 정부 주도로 공사비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명예교수는 “지상 트램과 달리 지하 경전철은 땅을 파야 하기 때문에 공사비가 굉장히 많이 드는데 사업비는 낮으니까 참여를 안 하는 것”이라며 “건설사의 참여를 이끌기 위해서는 공사비를 현실화하든지 일정 수입을 보장하든지 두 가지 방법 말고는 없다”고 말했다.


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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