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대출 중도상환 수수료가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중도상환 수수료에 대해 “주요 시중은행의 실비용 반영 시뮬레이션을 잠정적으로 받아보니 현재 수준보다는 대략 절반 정도 내릴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주택담보대출은 현재 약 1.2~1.4%에서 0.6~0.7% 수준까지, 신용대출은 0.6~0.8%에서 0.4% 수준까지 조정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중도상환 수수료는 대출받은 사람이 예정보다 일찍 빚을 갚을 때 은행에 내는 일종의 위약금이다. 은행이 조기 상환에 따라 자금 운용 계획이 틀어지면서 발생한 손실 등을 충당한다는 명목으로 수수료를 떼가는 것이다. 하지만 은행이 실비용 외에 추가 이윤을 붙이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당국은 올 7월 내년부터 빌려주는 돈에 대해서는 실비용 내에서만 수수료를 부과하도록 감독 규정을 개정했다. 금융 당국은 이어 실비용만을 반영한 적정 수수료율 추산에 착수했고 지금보다 50%는 내려야 한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현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한 해 떼가는 중도상환 수수료는 3000억 원 안팎에 달하는 만큼 수수료가 조정되면 소비자는 연간 1500억 원가량의 수수료 비용을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김 위원장은 “(적정 중도상환 수수료가) 은행마다 약간씩 편차가 있어 11월이면 조금 더 정확한 값이 나올 것”이라면서 “내년부터 수수료를 조정하지만 은행이 준비된다면 그 전부터라도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체국 등 비은행 금융기관에서도 대출 업무를 할 수 있는 ‘은행 대리업’ 제도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에는 은행 방문이 꼭 필요한 고령자가 많지만 지방 점포가 적은 점을 감안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대출 위탁을 하려면 은행법을 개정해야 한다”면서 “법을 고칠지 금융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해서 조금 더 빨리 도입할지 검토하겠다”고 했다.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해서는 “이달에 9월보다는 증가 폭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그 폭이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9월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5조 7000억 원 늘며 전달(9조 2000억 원)보다는 오름세가 꺾였는데 다시 증가 폭이 커질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아울러 전세대출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실수요자 보호 측면과 전세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이 얼마나 늘어났는지 등을 감안해 판단해야 한다”면서 입장을 유보했다.
이달 25일부터 시행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서비스는 앞으로 참여 기관이 점차 늘어나 안착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서비스가 시행된 25일부터 5일간 132개 병원이 추가로 참여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지시한 연내 실손보험 제도 개선안 마련과 관련해 “실손보험의 범위와 한도 등에 대한 개선책을 검토 중”이라며 “의미 있는 개혁이 이뤄지려면 비급여 관리가 강화돼야 하기 때문에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김 위원장은 다음 달 6일 가상자산 제도 관련 자문기구인 가상자산위원회를 발족해 법인 실명 계좌 문제와 스테이블코인(달러 등 법정화폐에 가치가 연동되는 가상자산) 규율 방식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또 11월까지 제4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심사 기준을 공개하고 연내 설명회를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