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034020) 합병 비율 논란,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논쟁, 반도체 겨울론, 고려아연(010130) 유상 증자….’
최근 국내 증시를 훑고 간 악재들이다. 실적(반도체 겨울론)과 연계된 것이라면 투자자 입장에서 그나마 감내할 수 있지만 뜻밖의 돌발 악재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K증시가 투자 판단과는 무관한 날벼락 같은 돌발 악재에 휘둘릴수록 국내 투자자의 해외 이탈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이미 연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0일 기준 예탁금 규모는 49조 5973억 원인데 밸류업을 발표했던 올 초만 해도 60조 원에 육박했다. 연초 대비 10조 원가량 증발한 것이다. 주식에 대한 관심 자체가 줄거나 주식을 해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매도한 금액만 8조 189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순매도 금액(2조 3577억 원)보다 크게 늘어난 규모다. 심지어 2022년에는 23조 원 이상 순매수했던 개미들이다. 그만큼 국내 증시에 실망하고 해외 증시를 맛본 ‘투자자의 서학개미화’가 급속도로 진행 중이라는 의미다.
이는 증권사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NH투자증권의 개인투자자 자산 중 해외 주식 평가액 비중은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논쟁을 재점화한 9월 9일 11.18%에서 10월 1일(맥쿼리 삼성전자 목표가 절반 하향) 12.02%, 이달 30일 기준으로는 12.97%로 뛰었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증권 고객의 해외 주식 자산 규모도 24조 9000억 원에서 28조 2000억 원, 30조 6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번 고려아연 사태로 국내 증시에 대한 이미지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기업거버넌스포럼은 이날 논평을 내고 “고려아연 유상증자 문제는 일개 기업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고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키울 것”이라며 “이번 유증 결의가 주주가치 희석화, 절차적 정당성, 이사회의 독립성과 선관주의 의무에 관한 우려를 낳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