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차라리 혼자 사는 게 효도다."
중국에서 결혼 지참금인 ‘차이리(彩禮)’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재점화되고 있다.
“차이리가 적다”며 웨딩카에서 내리지 않은 신부도 있었고, 차이리 문제로 2층에서 탈출을 시도한 신부도 나왔다. 결혼식장이 '돈 전쟁터'로 변질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중국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한 결혼식장에서 신부가 차이리 50만위안(약 9700만원)이 입금되지 않았다며 하차를 거부해 논란이 됐다. 이날 신랑 측 아버지는 겨우겨우 돈을 마련했지만, 아들의 결혼식날 기쁨의 눈물이 아닌 서러움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또 다른 사례에선 신부의 오빠가 기존 합의된 18만위안 외 추가금을 요구하며 웨딩카를 가로막아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주변의 만류에도 신부 오빠의 고집은 꺾이지 않았고, 결국 신부는 2층에서 뛰어내리는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
차이리는 본래 신부 가족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으나, 최근엔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신부들은 결혼식장에서 포르쉐와 같은 고가의 외제차를 요구하는 등 무리한 요구를 하기도 한다.
특히 농촌 지역의 차이리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해 중국 농촌의 1인당 평균 소득이 2만위안(약 380만원)인데 반해, 일반적인 차이리 금액은 10만~20만위안(1900만~3800만원)에 달한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차이리를 노린 비정한 범죄도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적장애가 있는 미성년 딸을 3년간 3차례나 강제로 결혼시켜 차이리를 챙긴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에 중국 당국도 근절에 나섰다.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이 매년 발표하는 중요 정책 과제에도 포함됐지만, 오히려 더 극성을 부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자치단체들의 규제 노력도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차라리 혼자 살겠다"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자녀의 결혼을 앞둔 부모들 사이에서도 "아들이 혼자 사는 게 효도"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올 정도다. 일각에서는 러시아, 캄보디아, 베트남, 파키스탄 등에서 외국인 신부 수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차이리가 중국의 저출산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며 "여성을 상품화하는 구시대적 악습을 하루빨리 근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