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동십자각] ‘괜찮다’는 건 정부뿐이다

양종곤 고용노동전문기자





“윤석열 정부 2년 동안 파업으로 인한 근로 손실 일수가 역대 정부의 37% 수준입니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노동 개혁의 성과라며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자주 거론한 통계 중 하나다. 국정 방향인 노사 법치주의로 인해 노사 관계가 안정됐다고 했다. 수치상으로는 맞다. 실제로 지난해 근로 손실 일수는 36만 일이다. 2011년부터 30만 일 선을 기록한 것은 2022년과 지난해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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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통계는 노사 현장을 온전히 설명하지 못한다. 근로 손실 일수와 함께 봐야 할 노사분규 건수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 지난해 노사 분규 건수는 223건으로 전년 대비 약 70% 급증했다. 2011년부터 연간 추이를 보면 최대다. 또 노사가 대화와 협력으로 갈등을 풀고 있는지 봐야 할 지표는 노동위원회의 조정 성립률인데 지난해 43.3%로 2014년 이래 가장 낮다.

‘정부가 믿는 지표’ 밖 현실은 암담할 정도다. 2022년 6월 조선소 하청업체노조 조합원 유최안 씨가 스스로 ‘철제 감옥’을 만들어 51일 동안 몸을 가뒀다. 지난해 5월에는 건설노조 조합원인 양회동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5개월 뒤 택시노조 조합원 방영환 씨가 분신했다. 이달 2일에는 시민 1000여 명이 버스를 타고 약 9m 높이 공장 옥상에서 300일 동안 ‘복직 농성’ 중인 박정혜·소현숙 씨를 찾아가 응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노동 개혁을 내건 정부는 현실을 외면한 채 노사 관계가 안정됐다고 자평하고 있다. 개혁을 추진했던 모든 정부에서 그랬듯 노정 관계도 여전히 불안하다. 개혁은 정책 차원을 넘어 새로 뜯어고친다는 뜻이다. 어떤 개혁도 뜯기는 쪽의 피해가 필연이다. 노동 개혁인 만큼 노동계가 불안을 느끼고 반대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개혁을 지금 꼭 해야 한다’면 우선 노동 개혁 과정을 되짚어봐야 한다. 정부는 초기 노동 개혁을 ‘노동시장 개혁’으로 규정했다가 갑자기 ‘시장’을 뺐다. 개혁안의 골자는 임금 양극화와 일자리 격차가 너무 심한 노동시장을 바꾸기 위해서는 임금 체계와 근로시간 개편이 먼저 필요하다는 것이었는데 이상한 결정이었다. 끈덕짐도 부족했다. 정부는 근로시간 개편안이 장시간 근로, 건강권 악화 우려를 키우자 마땅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포기했다. 대신 노동 개혁은 노조 카르텔화, 노조 회계 공시제 도입, 타임오프(근로시간 면제) 근로감독, 노조 보조금 및 지원 사업 축소 등 ‘노조 개혁’으로 달음질쳤다.

노동 개혁을 찬성하는 국민만 바라볼 게 아니라 반대하는 국민도 부단히 만나고 설득해야 한다. 이미 정쟁에 아찔하고 고물가만으로도 버거운 국민에게 ‘개혁이 민생이다’라는 수사만 반복하는 일은 공허하다. 개혁에 드라이브를 거는 것만으로는 국민 공감을 이끌어낼 수 없다. ‘괜찮다’는 주문만으로는 노동 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


양종곤 고용노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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