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단종하고 약가 올리고…항암복제약 개발 '험난'

일동 '젤로빅' 12년만에 공급중단

보령은 필수항암제 약가 올리기로

까다로운 임상에 국산비중 23%뿐

약가 사후관리 제외 등 지원 절실





최근 국내 제약사들이 항암제 제네릭(복제약)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품 공급을 아예 중단하거나 생존을 위해 약가 인상을 요청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해외 제약사가 국내 항암제 시장을 80% 가까이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제약사들이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동제약(249420)의 제네릭 항암제 ‘젤로빅’이 12년 만에 단종됐다. 젤로빅은 스위스 제약사 로슈의 항암제 ‘젤로다’의 복제약으로 대장암·유방암·위암 치료에 쓰이는 항암제다. 일동제약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다음달 1일부터 제품을 단종하겠다고 신고했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중국에서 원료를 공급 받아 국내에서 제조·판매해왔다” 며 “거래 조건이 맞지 않고 원료 수급이 원활하지 못해 공급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내 제약사 중 항암제 시장점유율 1위인 보령(003850)도 최근 수익성 문제로 약가 인상을 결정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고시한 '약제 급여 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 개정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보령의 항암제 이피에스주와 보령에피루비신염산염주 약가가 올랐다. 두 품목은 악성림프종·폐암 등 다양한 암 치료에 쓰이는 필수 기초 항암제다. 보령 관계자는 “두 품목 모두 매출원가율 100% 넘길 정도로 그동안 손해를 보면서 생산해왔다”며 “항암제 약가 인상은 최근 5년간 보령이 4번째일 정도로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기초항암제 수익성을 고민하던 보령은 사업 지속을 위해 올해 초 약가 인상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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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릭 의약품은 합성의약품의 복제약으로 단기간 적은 비용을 들여 생산할 수 있는 만큼 제약사에게는 ‘효율적인’ 사업 분야다. 환자도 오리지널 의약품 성분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약품으로 공급 받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항암제는 제네릭 의약품의 장점을 누리기 어렵다. 한 제약사 사업개발팀 관계자는 “제네릭 항암제는 ‘기회비용’을 고민하게 하는 품목”이라며 “고혈압·고지혈증 등 다른 제네릭 의약품 보다 개발 비용과 시간은 오래 걸리는데 수익성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항암제는 중증 환자에게 처방되는 특성상 제네릭 보다 오리지널 의약품 선호도가 높다”며 “국내 제약사가 기존 시장을 침투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항암제는 신약 뿐만 아니라 복제약도 개발 난도가 높다. 제네릭 항암제는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등 임상시험 과정에서 약물 반응에 민감한 암환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환자 모집 단계부터 어렵다. 또 항암제 제네릭 검증은 일반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보다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국내 시장의 항암제 해외 의존도는 높은 편이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2022년 4분기부터 2023년 3분기까지 국내 항암치료제 처방액 규모는 약 3조원이다. 이 중 다국적 제약사 제품 비중이 76.4%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국내사 비중은 23.6%에 불과하다. 처방액 상위 10개 기업 중 4위인 보령을 제외하곤 전부 해외 제약사다.

약가 문제도 있다. 제네릭은 보통 기존 약값의 절반 수준으로 유통되는데 항암제 제네릭은 특허 만료 기간이 지난지 오래돼 약값이 계속 떨어지기 때문이다. 과거 개발된 항암제 중에는 한 바이알(병)에 1000원도 안 되는 약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 항암제 공급 중단 이슈가 발생했을 때 국내 제조원이 대안으로 존재해야 한다” 며 “약가 사후관리에서 제외 해주는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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