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기간제 10%만 정규직…무작정 정년연장땐 '청년 미생' 급증

[눈앞에 닥친 고용절벽]

<하> 미래세대 위한 계속고용

20대 중심 기간제, 15년간 46% 늘며 200만명 육박

정규직 전환은 정체…정년만 늘리면 사다리 무너져

전문가 "고령자 고용 땐 청년에 부정영향 최소화를"

9월 10일 오전 서울 광진구 7호선 군자역 승강장이 열차를 이용하려는 시민들로 혼잡한 모습이다. 연합뉴스9월 10일 오전 서울 광진구 7호선 군자역 승강장이 열차를 이용하려는 시민들로 혼잡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법정 정년 연장에 대한 가장 큰 우려 중 하나는 괜찮은 청년 일자리가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정년이 늘어난 고령층 고용 유지에만 급급해 신규 고용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 60세 정년 연장 결정 때처럼 반복되고 오히려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고용 시장은 이미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이동하는 사다리가 사실상 끊긴 비정상적인 구조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계속고용 논의에 있어 이런 불평등한 고용 시장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는 조언이다.



6일 서울경제신문이 2010년부터 올해까지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기간제 근로자 현황 조사를 분석한 결과 기간제는 이 조사가 시작된 2010년 4월 133만 516명에서 올 6월 194만 4305명으로 46.3% 증가했다. 전체 근로자의 약 12% 비중인 기간제는 2016년 160만 명 선을 처음 돌파한 후 2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뒀다.

기간제 근로자 가운데 상당수는 20대 젊은 층으로 추정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8월 20대 임금근로자 338만 9000명 중 43.1%(146만 1000명)가 기간제가 포함된 비정규직으로 나타났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비중이다.

기간제 증가는 고용 시장의 경고나 다름없다. 기간제는 단시간·일일·파견·용역과 함께 비정규직으로 분류된다. 고용 지속성이 낮고 근로 형태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2007년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법은 사용자의 기간제 사용 기간을 2년으로 제한했다. 산업 현장에서는 근속 2년 이상 기간제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이해해왔다.




하지만 정작 기간제의 정규직 전환율은 10%대에서 정체되는 등 법의 사각지대가 늘고 있다. 고용부 현황 조사에서 전체 근속 기간이 확인 가능한 2014년 3월부터 올 6월까지 기간제 계약 만료자의 정규직 전환율은 평균 10% 초반으로 20%를 넘은 적이 없다. 이 기간 계약 만료자 가운데 60~70%는 근로 계약을 다시 하지 않고 고용 관계가 끝났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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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기간제법상 정규직 전환이 가능한 근속 2년 이상 기간제 정규직 전환율도 올 6월 25.3%를 기록하는 등 정체 상태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근속 2년이 지난 기간제 정규직 전환을 기업의 선의에만 맡긴 법적 허점이 있다”며 “공공 부문에서 민간으로 이어지는 정규직 전환 정책에 대한 정부의 정책 의지가 꺾인 점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는 기업이 비용 등의 측면에서 여전히 정규직 전환을 피하려는 유인이 크기 때문이다. 정규직 전환 요건인 근무 기간 2년을 채우지 않고 1년 미만 단기 계약을 맺는 것이다.

따라서 법적 정년 연장만 이뤄지면 ‘기업 비용 부담→정규직 미전환’으로 요약되는 이런 악순환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큰 배경이다. 실제로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의 ‘기간제 단기 근로계약 실태조사 및 제도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기간제 851명 중 기간제 활용 이유에 대해 ‘낮은 비용 부담’이라고 답한 비율이 35.8%로 가장 높았다. 기업 입장에서 정규직 채용보다 임금을 아끼려고 관행적으로 기간제를 활용하는 게 자리 잡았다는 얘기다. 기업에 근무 기간을 묻자 ‘1년 미만’이 41.5%로 가장 많았다. 기간제 중에서도 고용 형태가 더 불안한 ‘나쁜 일자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근로계약 갱신 횟수에 대해 41.8%는 갱신이 없었고 3.9%는 5회를 넘었다.

기간제를 양산하는 현 고용 시장의 우려는 두 가지다. 우선 정규직과 임금과 고용 복지 격차가 워낙 크다. 고용부의 지난해 6월 기준 고용 형태별 근로 실태 조사에 따르면 정규직 시간당 임금을 100으로 놓을 때 근로자 300인 미만 비정규직은 절반에 못 미치는 44.1에 불과하다. 4대 보험 가입률을 보면 정규직은 모두 94~98% 수준이다. 반면 비정규직은 산재보험(98%)을 제외한 3개 보험은 68~81%에 머문다. 근로 현장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도 여전하다. 고용부가 올 민간 금융기관 35곳에 대해 비정규직 차별을 점검한 결과 13곳에서 불합리한 근로자 차별이 있었다. 중소기업에 비해 재정이 나은 A저축은행은 정규직이 받는 건강검진, 사내 대출, 학자금 지원을 기간제에게 예외로 뒀다.

하지만 기간제 해법은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규제가 강화되면 기업의 고용 형태 자율권을 침해할 수 있고 역으로 근로자의 고용 기회를 잃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간제법은 55세 이상 근로자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적용 연령을 확대하면 기업의 고령층에 대한 고용 유인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김경선 한국퇴직연금개발원 회장은 “고령자 고용에서 반드시 짚어야 할 부분은 청년 고용에 부정적 영향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가 실질적인 고용 안정을 위한 비용을 함께 부담하는 정년 연장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세종=양종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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