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미술 다시보기] 사랑, 예술이 놓치지 않아야 하는 그것

■심상용 서울대학교미술관 관장





닉 파크. 아카데미상 4회 수상, 다섯 개의 영국 아카데미상(BAFTA) 최우수 단편 애니메이션상 수상의 주인공, 클레이 애니메이션의 세계적인 주자다.

그의 작품 ‘월리스와 그로밋’ 시리즈가 그 주인공이다. 하지만 화려한 경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들에 대한 파크의 깊은 공감과 연민이다. 이러한 태도로 인해 파크는 현대미술을 가르치는 통상의 미술대학에서 주지하는 예술의 노선에 오래 머물 수 없었다.



“당신이 예술학교에 다니고 있다면 보다 급진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과장되게 표현하고, 당신의 예술에 대해 그럴듯한 말을 붙이라는 압력 같은 것을 받을 것이다.”

관련기사



파크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예술가로서 자신의 길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했다. 그러자 생각이 분명해졌다. 사람들에게 건강한 웃음을 주는 신나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먼저 떠올랐다.

‘월리스와 그로밋’의 내용은 평범한 사내 월리스와 그의 충실한 반려견 그로밋이 일상에서 펼치는 유머와 예상치 않게 펼쳐지는 모험이다. 월리스는 그로밋의 생일 선물로 무슨 일이든지 척척 해내는 만능 바지를 선물하지만 이를 위해 너무 많은 비용을 쓰고 생활이 어려워진다.

월리스는 과자에 치즈를 얹어 먹는 것을 가장 좋아하지만 더 이상 먹을 치즈가 없다. 이를 안 그로밋은 월리스를 위해 주말 여행지로 달에 갈 계획을 세운다. 달은 주인이 좋아하는 치즈로 덮여 있기 때문이다. ‘월리스와 그로밋’은 극적인 일관성과 조형적인 일체감의 놀라운 수준의 균형을 보여준다. 기술적인 완벽함, 풍부한 표정으로 대변되는 인물들에 대한 깊은 통찰력, 순간을 놓칠 수 없는 웃음을 동반하는 스릴과 서스펜스로 짜여진 놀라운 작품이다.

파크는 오락과 문화와 예술 사이에 쳐진 바리케이드를 기분 좋게 무시한다. 하지만 반발이나 무시는 찾아볼 수 없다. 그 밑에 흐르는 강의 이름은 타인에 대한 사랑이다. 서머싯 몸이 말했듯 인생에서 최대의 비극은 죽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것을 그만두는 일이다. 예술이 이 교훈을 다시 붙잡을 때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