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현지 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페루를 찾았다.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경제 협력 등으로 남미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 관영통신 신화사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과 창카이 ‘메가포트’ 개항 행사를 함께하며 본격적인 남미 정상외교에 돌입했다. 시 주석은 영상 축사에서 “양국의 발전을 위한 기본 기둥이자 남미 최초의 스마트항만”이라며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위한 해상 통로의 탄생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페루는 아시아를 향한 남미의 전략적 중심지로 탈바꿈하게 됐다”며 “중국은 페루의 주요 무역 파트너로서 페루 경제성장의 핵심적인 국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시 주석은 페루 관영매체인 ‘엘페루아노’에 보낸 기고문에서 “중국과 페루, 나아가 중국과 중남미 공동 발전을 촉진하는 진정한 번영의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무관심을 틈타 중국이 한때 ‘미국의 뒷마당’으로 불린 중남미와의 경제적 연계를 강화하고 미국에서 주도하는 국제사회 질서와의 결별을 촉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남미 최대 경제국인 브라질을 비롯해 아르헨티나·우루과이·볼리비아·페루·칠레·파나마·파라과이에서 지난해 교역액 기준 역외 최대 무역 상대국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미국과의 교역이 상위인 국가는 멕시코·콜롬비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아르헨티나 리튬, 베네수엘라 원유, 브라질 철광석·대두 등을 대거 수입하고 있다. 콜롬비아와 멕시코의 지하철, 에콰도르의 수력발전 댐 등 인프라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으며 규모는 2861억 달러(약 401조 원)에 달한다.
WSJ는 “중국은 중남미 국가 지도자의 정치적 성향과는 관계없이 중앙·지방정부와 적극적으로 교류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했고 이를 계기로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와 결별하는 거버넌스 모델을 중남미에서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싱크탱크 미주대화의 마이클 시프터 선임연구원도 “라틴아메리카에서는 트럼프 당선 이후 4년간 어떤 일이 일어날지 걱정하고 있다”면서 “이는 잠재적으로 남미 국가와 중국의 관계를 가깝게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