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10조 濠군함 수주 탈락후 공멸 위기감…김동관·정기선 '결단'

[한화오션, HD현중 고발 취소]

독자수주 펼치다 獨日연합에 밀려

한화측이 먼저 HD에 손 내밀어

HD 수상함·한화 잠수함에 역량

양사 해외 함정프로젝트 협력기대

KDDX 사업자 선정도 빨라질 듯

한국형 차기 이지스구축함(KDDX) 모습.한국형 차기 이지스구축함(KDDX) 모습.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에 대한 경찰 고발을 취소하며 양 사 간 갈등이 봉합 단계에 들어갔다. 정부를 중심으로 국내 조선사들이 글로벌 해양 방산 시장 진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원팀’ 구성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커지며 화해 무드가 조성된 것이다. 한화오션의 고발 취소를 시작으로 지지부진했던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자 선정이 속도를 내고 나아가 해외 함정 수출 사업에서 양 사가 협력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이 4월 해군에 인도한 3000톤급 잠수함인 '신채호함'이 도크에 정박해 있다. 연합뉴스HD현대중공업이 4월 해군에 인도한 3000톤급 잠수함인 '신채호함'이 도크에 정박해 있다. 연합뉴스


이날 대승적 결단이 이뤄진 배경에는 평소 ‘절친’으로 알려진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화그룹 측이 HD현대그룹에 먼저 손을 내민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 측은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의 적기 전력화로 해양 안보를 확보하고 해양 방산 수출 확대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고발 취소를 통해 상호 보완과 협력의 디딤돌을 마련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국익을 위한 일”이라며 고발 취소의 배경을 설명했다.

최근까지만 해도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KDDX 군사기밀 유출 사건으로 서로 간 고소와 고발이 이어지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었다.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KDDX 등과 관련한 군사기밀을 몰래 취득, 회사 내부망을 통해 공유해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지난해 최종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방위사업청이 올 2월 “청렴 서약 위반의 전제가 되는 대표나 임원의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며 HD현대중공업의 KDDX 사업 입찰을 제한하지 않는 행정지도를 내리자 한화오션은 올 3월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 유출 사건과 관련해 임원 개입 여부를 수사해 달라며 경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한화오션이 공개한 수사 기록을 두고 HD현대중공업이 또다시 한화오션이 허위 사실 적시 등으로 명예훼손을 했다며 한화오션 직원들을 고소하는 등 양측 간 신경전이 이어졌다.

관련기사



이런 가운데 양 사는 호주 정부가 발주한 10조 원 규모 수상함 수주에서 최근 고배를 마셨다. 경쟁국이었던 독일과 일본이 원팀을 이룬 것과 달리 갈등 관계인 양 사가 독자적으로 수주에 나서며 화력이 분산된 결과가 실패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양 사가 맞소송에 나서는 등 법적 분쟁이 격화되는 점도 탈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로 가면 양 사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진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조선사들이 보유한는 함정 기술과 연구개발(R&D) 역량을 총결집, 세계 최고 성능의 ‘명품 함정’을 건조해 K방산 한류를 이어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조선·해양 분야에서도 중국이 공격적인 투자로 글로벌 시장을 잠식하는 가운데 국내 조선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업체 간 상호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산 업계는 이번 화해로 국내 조선업의 글로벌 해양 방산 진출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수상함, 한화오션은 잠수함에서 차별화된 역량을 가지고 있는 만큼 화합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양 사가 해외 군함 프로젝트에서 협력할 가능성도 있다.

당장 양 사는 캐나다 왕립 해군이 현재 보유한 디젤-전기 추진 방식의 재래식 잠수함을 3000톤급 신형 잠수함으로 교체하는 ‘캐나다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CPSP)’에 대한 입찰에 나설 계획이다. 사업 규모만 70조 원에 달하며 이르면 2026년 공급 업체를 선정할 예정이다. 공교롭게도 두 회사가 화해를 선언한 날 가와사키중공업 등 일본 기업은 이 프로젝트 입찰을 공식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원팀의 수주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밖에 양 사는 폴란드에서도 신형 잠수함 3척을 도입하는 총 8조 원 규모의 ‘오르카 프로젝트’ 수주도 준비하고 있다.

갈등을 키웠던 KDDX 사업 속도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기본설계를 수행한 기업을 양산 업체로 선정하는 관행이 있었던 만큼 HD현대중공업의 KDDX 수주 가능성은 커졌다. 다만 여전히 HD현대중공업이 법적 리스크를 갖고 있는 만큼 방사청이 ‘공동 수행’ 등의 선택지를 고려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한화오션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진행하는 방산 업체 지정 절차에 따라 실사단 평가와 현장 실사에 성실히 임할 예정이다. 한화오션은 “방위사업청 등 정부의 투명하고 공정한 평가 결과를 수용하고 상호 협력의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HD현대중공업 역시 한화오션의 고발 취소 결정을 반기며 KDDX 사업이 신속히 진행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KDDX 사업은 총 7조 8000억 원 규모로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이다. 사업 초기 단계인 개념 설계는 한화오션, 이후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맡았다. 남은 것은 상세 설계와 초도함 건조 및 후속함 건조이며 상세 설계와 초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을 두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경쟁하고 있다.

당초 KDDX 차기 구축함 입찰 결과 발표는 7월로 예정됐지만 이후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간 다툼이 격화하자 방사청은 ‘관련 수사 발표 이후’로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김경택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