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IN 사외칼럼

칼 융 ‘꿈은 무의식이 전달해 주는 메시지’ [국경복의 드림 톡(talk)]

■국경복 카이스트 겸임 교수

칼 융칼 융




꿈에 대한 심리학적 분석에서 프로이트 만큼이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이 있다. 그는 칼 융(Carl Gustav Jung, 1875~1961)이다. 그도 프로이트와 같이 꿈을 해석하고 꿈 꾼이에게 그 내용을 통찰시킴으로써 정신치료가 가능하다고 보았다.



하지만, 융은 이 같은 꿈의 심리적 기능뿐만아니라 예지적 기능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연구했다. 융이 직접 예를 들은 다음 두 개의 예지적인 꿈 사례를 살펴보자.

‘처가쪽의 한 사람이 죽었다. 그 시각 나는 아내의 침대가 벽으로 둘러 쳐진 깊은 구덩이가 되는 꿈을 꾸었다. 그것은 어딘지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무덤이었다. 그때 나는 어떤 사람이 혼을 내뿜는 것과 같은 깊은 한숨 소리를 들었다. 내 아내와 닮은 부인의 형상이 구덩이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위로 떠올랐다. 그녀는 흰 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 옷에 이상하게도 까만 표지가 찍혀있었다.

내가 깨어나 아내를 깨우고 시계를 보았다. 새벽 3시였다. 그 꿈이 하도 기이하여 한 사람의 죽음을 예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침 7시에 아내의 조카가 3시에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융이 예를 든 또 다른 꿈이다. ‘한번은 내가 가든파티에 참석하고 있는 꿈을 꾸었다. 나는 누이동생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그녀는 이미 몇 해 전에 죽었기 때문이었다. 나의 죽은 친구도 거기 있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아직 살아있는 친지들이었다. 누이동생은 내가 잘 아는 여인과 함께 있었다. 나는 꿈 속에서 벌써 그 여인의 죽음이 임박했다고 추정하면서 그녀는 그렇게 되도록 정해져 있다고 생각했다.



몇 주 후 나는 가까이 지내던 여인이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그 여인을 꿈에서 보았으나 기억이 나지 않던 바로 그 여자라는 사실을 금방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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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은 이 꿈을 꾸고 나서 그가 알고 있던 여인이 조만간 죽을 거라고 짐작했다. 왜냐하면 그녀가 죽은 이들 가운데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의 추측대로 그 여인은 몇 주 후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융은 이와 유사한 체험들을 통해서 하나의 결론을 내린다. ‘나는 무의식의 암시를 기초로 얻을 수 있었던 견해가 나에게 빛을 밝혀주고 예감의 영역을 내다보는 눈을 열어주는 것을 경험했다.’

정신현상인 꿈과 외부의 현실적 사건이 의미상으로 일치하는 이같은 현상을 융은 동시성 현상(synchronicity phenomena)이라고 이름을 붙인다. 즉, 동시성 현상이란 ‘인과적으로는 설명이 안 되지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분명히 의미상으로 연결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 동시성 현상은 한 천재 물리학자와의 우연한 만남에 의해서 보다 구체화되었다. 그의 이름은 볼프강 에른스트 파울리(Wolfgang. E. Pauli, 1900~1958)이다. 1930년, 융과 파울리는 정신과 의사와 환자로 처음 만났다. 이후에 둘은 심리학자와 물리학자로 지적인 대화를 나눈다. 1952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융과 파울리는 공동으로 ‘자연의 해석과 정신 (The Interpretation of Nature and The Psyche’을 발간하는데, 이 책에서 동시성 현상을 밝힌다. 파울리가 아인슈타인의 추천으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1945년에서 7년이 지난 해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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