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프로젝트명 '무한'…삼성, 내년 XR 기기 5만대 출하한다 [biz-플러스]

프로젝트 '무한' 상용화 속도

'갤럭시 언팩행사'서 선뵐 듯

내년 3분기 5만대 출하 추진

삼성전자가 2015년 출시한 VR 기기 ‘기어 VR’. 사진제공=삼성전자삼성전자가 2015년 출시한 VR 기기 ‘기어 VR’.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내년 상반기에 새로운 확장현실(XR) 기기 시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무한’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에 약 5만 대 가량의 양산품을 본격 출시하면서 최대 정보기술(IT) 라이벌인 애플과 정면 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1월 미국에서 열리는 갤럭시 S25 출시 행사에서 XR 신제품을 샘플 형태로 공개할 예정이다. XR 기기는 증강현실(AR) 안경 콘셉트일 것으로 예측된다. 삼성전자는 이 기기를 내년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2만~3만 대 이상의 물량을 출하하는 경영 계획을 세웠다.

XR 사업은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에서 총괄한다. 이 사업부는 회사 내에서 갤럭시 S시리즈 등 스마트폰·워치·태블릿PC 등 전자기기를 판매하는 부문이다.

삼성전자는 XR 기기를 ‘갤럭시 신화’로 불리는 스마트폰을 이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판단하고 연구개발(R&D)에 집중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마케츠앤드마케츠에 따르면 XR 시장은 2022년 313억 달러(약 44조 5700억 원)에서 2028년 1115억 달러 규모로 확장된다. 인공지능(AI)의 발전과 함께 스마트폰에서 진화한 새롭고 편리한 IT 플랫폼을 갈망하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결합하면서 성장 가능성이 높다.

이미 세계적인 IT 기기 회사인 애플은 ‘비전 프로’를 올해 2월에 공개하며 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다만 애플의 판매 부진과 함께 LG전자가 메타와 개발하던 XR 프로젝트를 중단하는 등 덩치가 큰 ‘빅테크’ 업체도 XR 사업에는 고전할 만큼 진입 장벽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콘텐츠 부재와 무거운 무게, 비싼 가격 등이 XR 업계에서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 시장이 만개하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이 어떤 혁신으로 접근할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애플·메타와 'XR 대전'…삼성, 전용 칩도 만든다


노태문(왼쪽) 삼성전자 MX사업부 사장과 릭 오스터로 구글 부사장이 7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4 행사에서 XR 협력에 대해 발표했다. 사진제공=삼성전노태문(왼쪽) 삼성전자 MX사업부 사장과 릭 오스터로 구글 부사장이 7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4 행사에서 XR 협력에 대해 발표했다. 사진제공=삼성전


삼성전자가 확장현실(XR) 기기를 출시하는 것은 ‘캐시카우’인 스마트폰 사업을 넘은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세계적인 빅테크와 기술 동맹을 맺고 XR 사업에 먼저 뛰어든 애플·메타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을 대비한 자체 생태계를 꾸리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XR 사업 외에도 갤럭시 링 등 새로운 웨어러블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삼성전자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출하량 기준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상위 모델인 갤럭시 S 시리즈에서 폴더블폰인 갤럭시 폴드·Z플립까지 제품군을 확장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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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가 점차 둔화되고 있는 것이 문제다. 기기의 성능이 성숙 단계에 이르렀고 교체 주기까지 길어지면서 판매 물량이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더군다나 최근 물가와 금리 상승으로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수요가 좀처럼 증가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올 10월에 개최된 2024년도 3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스마트폰 시장은 올해 2.5% 성장에 비해 내년에는 1% 미만 성장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적도 있다.

회사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삼성전자가 선택한 돌파구는 XR 기기다. 2015년에 공개했던 가상현실(VR) 기기인 기어 시리즈의 성능을 넘어 증강현실(AR) 기술을 탑재하는 헤드셋 또는 안경 형태의 제품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업계에서는 ‘무한’ 프로젝트를 통해 수년 전부터 제품 개발에 공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의 비전 프로. 사진제공=애플애플의 비전 프로. 사진제공=애플


XR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라이벌은 애플과 메타다. 애플은 2월 ‘비전 프로’라는 헤드셋을 세상에 공개하면서 XR 시장 진출을 알렸고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9월 ‘오라이언(Orion)’이라는 AR 안경을 공개하면서 자사의 XR 기술을 뽐냈다.

다만 시장이 만개하지 않은 현재 상황은 모든 XR 기기 제조사들의 위기 요인이다. 시장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비전 프로는 출시 이후 분기당 10만 대도 팔리지 않았고 연간 50만 대도 판매하지 못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업계에서는 △어지럼증 △가격과 무게 △콘텐츠 부족 탓으로 분석한다.

하지만 삼성은 이 문제들을 혁신 기술로 차별화하면서 인공지능(AI) 열풍에도 올라탄다면 충분히 잠재력이 있는 사업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현재 비전 프로의 판매량이 미미한 것은 무게·가격 때문이 아닌 콘텐츠 부족 탓”이라며 “정보기술(IT) 생태계에서는 콘텐츠만 갖춰지면 XR 시대가 활짝 열릴 것이라는 합의가 있고 이에 삼성 역시 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초기 출시할 XR 기기는 ‘빅테크’와의 협력에서 나온 결과물이라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삼성의 제품에는 퀄컴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칩이 탑재되고 구글의 운영체제(OS)가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삼성이 자체 XR 생태계를 꾸리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삼성리서치아메리카(SRA)의 시스템온칩(SoC) 아키텍처 랩에서 XR 전용 칩을 개발하는 것이 그 예다. 애플·메타 등도 자신들만의 ‘커스텀’ 반도체를 기기에 탑재하고 있는 가운데 XR 시장에서 거대 기업들 간의 치열한 부품 기술 경쟁도 예고되고 있다.

회사는 XR 기기 외에도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를 출시하면서 미래 IT 시장을 준비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갤럭시 링이다. 내년 하반기에는 갤럭시 링 후속 제품을 출시하면서 신규 시장 발굴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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