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소형 전기차 EV3의 유럽 선적 물량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유럽 시장에 전략 모델인 EV3를 앞세워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을 정면 돌파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1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지난달 유럽 시장을 위한 EV3를 약 9800대 이상 선적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아는 10월 ‘2024 파리모터쇼’에서 EV3를 공개한 뒤 11월 유럽 시장에 공식 출시했다. 이에 맞춰 기아는 8월 약 1400대, 9월에는 6100대, 10월에는 8000대, 지난달에는 약 1만 대에 가까운 차를 유럽으로 선적해 현지 물량을 대폭 늘리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EV3의 국내 판매 물량이 약 2200대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 약 5배의 차를 유럽으로 보내고 있는 셈이다.
EV3 수출량 확대는 기아가 내년 유럽 전기차 시장에서 판매 공세에 나설 것을 예고하고 있다. 올해 같은 그룹사인 현대차는 유럽 시장의 경기 부진 등의 영향으로 감소한 전기차 수요를 반영해 현지 전기차 판매 목표를 2030년까지 590만 대에서 555만 대로 줄였다. 하지만 기아는 목표치(430만 대)를 수정하지 않았다. 기존 전략대로 유럽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기아의 이 같은 전략의 기반에는 EV3가 있다. 유럽 시장은 소비자들이 내연기관차도 해치백과 같은 소형차들을 선호한다. 그런데 현대차의 유럽 라인업은 아이오닉5와 6 등 중형급 전기차가 중심이다. 기아도 기존 전략 모델은 중형 EV6였지만 EV3가 현지에 출시되면서 유럽 시장에서 선택지가 다양해졌다. 특히 기아가 2014년 유럽 시장에 처음 내놓고 올해 단종된 소형 전기차 쏘울EV는 누적 판매 50만 대를 돌파하며 현지에서 호응을 얻은 모델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만들어진 EV3는 쏘울EV 이상의 흥행이 가능하다는 것이 기아의 판단이다. 기아 관계자는 “고객들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현지 딜러사들이 매장에 전시를 위한 물량을 많이 요청하고 있어 선적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