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슈퍼세균', '슈퍼박테리아' 등으로 불리는 항생제 내성균 감염 사례가 올해 들어 4만5000건에 육박하며 지난해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이들 감염증은 폐렴, 위장관염, 패혈증 등 다양한 합병증으로 이어지기 쉬워 치료가 어렵고, 사망률도 높아 보건·의료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4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목(CRE) 감염증’ 신고 건수는 이달 1일 기준 4만4930건(잠정치)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신고 건수(4만2347건)보다 6.1% 증가한 수치며, 2018년 연간 집계 이후 최고치다. 연령대별로는 60∼69세에서 7620건, 70세 이상에서 3만1171건으로 60세 이상 고령 환자 비중이 86.3%에 달했다.
CRE 감염증은 최소 한 가지 이상의 카바페넴계 항생제에 내성을 지닌 장내세균목 균종에 의해 발생한다. 주로 의료기관 내 감염자나 병원체 보유자와의 직·간접 접촉, 오염된 기구 등을 통해 퍼진다. 항생제 오남용 역시 주요 원인 중 하나다.
2017년 6월 전수 감시 대상에 포함된 이후, 해당 감염증 신고 건수는 매년 증가세다. 당해 5717건에서 출발해 △2018년 1만1954건 △2019년 1만5369건 △2020년 1만8113건 △2021년 2만3311건 △2022년 3만548건 △2023년 3만8405건을 기록했다.
CRE에 감염되면 다수 항생제가 제대로 듣지 않아 치료가 쉽지 않다. 초기엔 요로감염으로 시작되지만, 이후 폐렴이나 패혈증 등 중증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고,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면역력이 약한 고령층이나 어린이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다.
내성 감염은 입원 기간을 늘리고 의료비를 급증시키는 것은 물론, 의료 체계 전반에 부담을 주며 사회·경제적 손실로도 이어진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9년 항생제 내성을 ‘세계 10대 건강 위협’ 중 하나로 꼽은 이유다.
질병청 역시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제3차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2026~2030)’ 수립을 준비 중이다. 이 대책은 항생제 사용량을 줄여 치료 효과를 보호하고, 감염 예방·관리를 통해 내성 발생 자체를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제3차 대책은 이르면 이달 말 확정될 예정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항생제 사용량은 2023년 기준 인구 1000명당 31.8 DID(Defined Daily Dose)로 OECD 34개국 중 튀르키예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이는 OECD 평균(18.3 DID)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2022년 25.7 DID로 OECD 평균(18.9 DID)의 1.36배를 기록하며 당시 상위 4위였던 점을 고려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