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자율주행차 개발 방향에 대해 “안전에 포커스를 두겠다”고 밝혔다. 테슬라·중국업체를 중심으로 자율주행 기술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현대차(005380)그룹은 속도보다 고객 안전을 최우선하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다. 지난 3일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소프트웨어중심차(SDV) 개발을 이끌던 송창현 현대차그룹 AVP본부장 사장의 사임 이후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연구개발(R&D) 조직에 대한 재정비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 회장은 5일 경기 용인시 기아(000270) 비전스퀘어에서 열린 기아 80주년 기념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율주행 기술 관련해 “중국 업체나 테슬라가 잘 하고 있기 때문에 저희가 조금 늦은 편”이라며 “미국에서 합작법인인 모셔널이 열심히 하고 있지만 격차는 조금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격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안전이기 때문에 저희는 안전 쪽을 우선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발언은 테슬라의 감독형 완전자율주행(FSD) 국내 도입과 송 사장의 사임 등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혼다 등 전통 완성차 제조사들도 해외 시장에서 레벨3(조건부 자율주행)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완성차에 탑재한 반면 현대차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현대차는 기존에 차량 주행 데이터와 도로 상황 시나리오를 인공지능(AI)에 학습시키는 '규칙 기반 (Rule-Based) 자율주행’ 방식을 개발해오다 2022년 송 사장의 합류 이후 테슬라의 방식인 '엔드 투 엔드 자율주행'으로 방향을 전환했으나 실제 적용에 이르지 못했다.
현대차그룹은 내년 중순까지 SDV 페이스카를 공개하고 2027년 말 레벨 2플러스 자율주행 기술을 상용화할 방침이다. 2028년에는 레벨 3 완성형 자율주행차를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정 회장은 앞으로 갈 길을 묻는 질문에 “한마디로 말씀드리기는 어렵고 저희가 과거 많은 굴곡이 있었기 때문에 도전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저희는 계속 도전하면서 (김철호) 기아 창업주님과 정몽구 명예회장님이 가지고 계셨던 생각을 이어가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정 회장은 창립 80주년을 맞은 기아를 ‘정제되지 않은 다이아몬드’라고 비유했다. 그는 “기아는 굉장히 원초적이고 강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며 “그것을 잘 다듬으면 아주 훌륭한 보석으로 태어날 수 있는 성질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기아의 80년 동안 도와주신 국민 여러분, 정부 관계자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저희가 과거에 잘했던 부분과 실수했던 부분을 참고 삼아서 잘해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