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규제 피한 '실수요자·생초' 대출…내집마련 틈새 노려라[S money+]

■대출한도 완화된 8억 이하 아파트

정책금융 활용하면 LTV 문턱 낮아져

서민·실수요자 60%, 생애 최초 70%

자금부담 줄며 저평가 지역 매매 활발

2027년 동북선개통 상·하월곡 매수세

은평구 6호선 라인도 '직주 근접' 관심

목동·광명 인접한 개봉·고척동도 인기

서울 남산에서 내려다본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서울 남산에서 내려다본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정부가 8억 원 이하의 아파트에 대한 대출 한도를 완화하면서 서울 성북·은평·구로구 등 합리적 가격의 매물이 몰린 지역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 지역은 정책금융을 활용할 경우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의 70%를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자금 조달 부담감이 비교적 덜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들 지역의 매매가격이 아직 전고점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 투자 전망도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한 달(11월 3일~12월 2일)간 서울에서 전용 59㎡ 이상이면서 거래 금액 7억~8억 원에 이뤄진 아파트 거래는 총 128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자치구별로는 성북구가 15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은평구(13건)와 구로구(12건), 동대문구(9건), 양천구(8건) 등의 순이었다. 상위 5개 구에서 발생한 거래가 전체의 44.5%에 달해 특정 지역에 거래가 집중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7억~8억 원대의 매물이 서울 강북권이나 서남권 외곽 지역에 몰려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정부의 정책금융 상품을 활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서민·실수요자’ 대출은 부부 합산 연 소득 9000만 원 이하일 경우 8억 원 이하 주택을 LTV의 60%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또 ‘생애 최초 구매자’ 대출은 가구 구성원 모두가 주택을 소유한 적이 없을 경우에 한해 LTV 70%가 적용된다. 이에 일반 차주(40%)보다 대출 여력이 높다.

전문가들은 규제가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8억 원 이하 아파트 구매나 생애 최초 대출 등으로 내 집 마련의 수요가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생애 첫 주택 구입에 나선 매수인 5만 4446명 중 30대는 2만 7134명으로 49.8%를 차지했다. 이는 2010년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30대의 생애 첫 부동산 구매 비율은 2020년 47%까지 상승한 뒤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2022년 36.7%로 내려갔다.

서울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성북구에서 상월곡동과 하월곡동 인근의 아파트에 내 집 마련 매수세가 몰렸다. 이들 지역은 월곡두산위브 아파트와 동아에코빌 아파트, 꿈의숲푸르지오 아파트 등 500가구 이상의 대단지가 몰려 있는 곳이다. 월곡산을 둘러싸고 모여 있는 이 아파트들은 인근에 숭인·월곡·장위초, 장위·월곡중 등 학교가 많고 학원가도 조성돼 있어 자녀가 있는 젊은 부부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오동근린공원과 정릉천이 인접해 있어 생활 환경도 양호한 편이다. 성동구와 마포구로 갈 수 있는 내부순환도로와 남양주 등 교외로 이동할 수 있는 북부간선도로도 가깝다. 2027년에 동북선 개통도 예정돼 교통의 요지인 왕십리역까지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인근 지하철 6호선 상월곡역이나 월곡역을 이용하면 5호선 광화문역까지는 30분, 여의도역까지 40분이 걸려 주요 업무 지구 출퇴근이 수월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하월곡동의 월곡두산위브 아파트 전용 84㎡의 경우 최근 실거래가가 8억 원으로 2021년 8월 전고점(9억 8000만 원)보다는 거래 가격이 낮아 상승 여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상월곡동 소재 동아에코빌 아파트 전용 114㎡도 2021년 9억 7500만 원의 신고가를 경신한 뒤 최근 8억 원에 실거래됐다. 하월곡동 꿈의숲푸르지오 59㎡는 지난달 7억 5000만 원에 거래됐다. 2021년 8월에 경신한 최고 실거래가(8억 7000만 원)보다 낮게 거래된 셈이다.





8억 원 이하로 내 집 마련을 할 지역으로 은평구도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미디어시티역부터 북쪽으로 연결되는 지하철 6호선을 타고 매수세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은평구는 ‘직주근접’을 중시하는 실수요자들에게 출퇴근의 편리함과 가격 부담 완화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실제 지난해 12월 말 GTX-A 연신내역 개통으로 연신내~서울역 이동 시간이 기존 지하철 대비 3배 이상 빠른 6~7분대로 단축됐다. GTX-A 개통에 따라 서울 북서권 신흥 주거지로서의 도약이 기대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불광·응암동 일대 구축 단지들은 아직 8억 원 미만의 매물이 많아 선택의 폭이 넓다. 단기 급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 매수세가 붙을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거론된다. 지난해 분양한 새절역 두산위브트레지움 아파트는 1순위 평균 78.9대1의 경쟁률로 완판되며 수요층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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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구 증산동 DMC우방 아파트 전용 59㎡는 지난달 23일에 7억 2000만 원에 매매가 이뤄졌다. 2021년 9월에 기록한 전고점(8억 원) 대비 상승 여력이 남아 있는 셈이다. 수색동 e편한세상수색에코포레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7억 8000만 원에 거래됐다. 2021년 8월에 기록한 최고 실거래가 9억 2700만 원과 비교하면 1억 원 이상 저렴하다. 신사동 라이프미성 아파트 전용 66㎡는 최고 9억 원까지 거래된 후 최근 7억 3000만 원에 팔렸다. 이 밖에 지난달 응암금호 아파트(전용 84㎡, 7억 3000만 원)와 북한산현대힐스테이트3차 아파트(59㎡, 7억 6500만 원) 등도 7억 원대에 매매가 성사됐다.

구로구에서는 북측으로는 양천구, 남측으로는 경기 광명시와 맞닿은 개봉동·고척동 아파트가 인기 지역으로 꼽힌다. 목동과 광명 대비 저렴한 주거비로 두 지역의 교육·생활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는 장점 때문이다. 지하철 1호선 개봉역을 통해 서울 도심으로의 접근성도 양호한 편이다. 특히 서울외곽순환도로와 서부간선도로·남부순환로·경인고속도로 등 도로망이 사통팔달로 평가된다. 고척초·개봉중·고척고 등 학교가 인근에 있고 목동 유명 학원가로의 접근성이 높다. 롯데마트와 고척근린시장 같은 대형마트·재래시장 등 생활 인프라가 풍부하고 고척스카이돔이나 디큐브시티, 구로아트밸리, 각종 대형 쇼핑·문화 시설도 가깝다.

구로구에서는 주로 7억 원대에 매매가 이뤄져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실수요자가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개봉동 현대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17일 7억 2500만 원에 팔렸다. 2021년 9월 전고점(10억 1000만 원)과 비교하면 3억 원 가까이 상승 여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동 한마을 아파트 전용 59㎡의 경우 지난달에 각각 7억 4800만 원과 7억 5500만 원에 매매가 성사됐다. 2021년 8억 6000만 원에 고점을 경신한 뒤 2023년 초 5억 7000만 원까지 하락한 후 서서히 매매가격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개봉동의 영화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3일 7억 4000만 원에 거래됐다. 고척동 고척대우 아파트 전용 114㎡는 지난달 22일 7억 3000만 원에 팔렸다. 이 밖에 구일역 인근의 현대상선 아파트(79㎡, 7억 2000만 원)와 중앙구로하이츠 아파트(59㎡, 7억 원)도 지난달 모두 7억 원대에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강남 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주거 인기 지역은 8억 원 이하의 매물이 드물다. 이들 지역의 전용 59㎡ 평균 가격은 10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강남구와 용산구는 거래 건수가 0건을 기록한 가운데 서초구(1건)와 성동구(1건), 마포구(2건), 송파구(5건) 등에서 간간이 거래가 이뤄졌다. 송파구 거래 단지는 하남과 가까운 외곽 지역의 나 홀로 구축 아파트 위주로 이뤄졌다.

전문가들은 성북·은평·구로구 일대 단지들의 가격 상승 여력이 높다고 봤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아직 전고점에 미치지 못한 서울 내 아파트는 내년까지 신고가를 찍을 가능성이 크다”며 “서울에서도 온기가 퍼지는 과정에서 중심 권역과 비교적 가까운 지역들이 선택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축 청약 당첨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수요자들이 합리적 선택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규제 피한 '실수요자·생초' 대출…내집마련 틈새 노려라[S money+]


천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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