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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조각투자 시장 열렸다…1호는 쿠사마 야요이 '호박'

■금감원, 증권신고서 첫 승인

열매컴퍼니 오늘부터 청약권유 가능

앤디워홀 '달러 사인'도 승인 앞둬

미술품시장 규모 확대 기대 커져

음악저작권 등도 잇따라 대상 될듯

투자금 회수기간 긴 점 유의해야








미술품 조각투자업체 ‘열매컴퍼니’가 조각투자 1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지난해 11월 조각투자에 대한 증권성 판단 이후 사업 재편을 거친 지 1년 여 만이다. 그동안 일부 미술품 중개플랫폼에서 알음알음 이뤄졌던 조각투자가 제도권 안으로 들어오면서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미술품을 시작으로 음원 저작권 등 다양한 기초자산의 투자계약증권이 발행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면밀한 심사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고가의 미술 작품을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미술 시장 규모도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각투자 1호 ‘열매컴퍼니’에…쿠사마 야요이 ‘호박’ 10만 원에 소유


금융감독원은 15일부터 열매컴퍼니가 제출한 투자계약증권 증권신고서에 대한 효력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열매컴퍼니는 이날부터 투자자에게 투자계약증권 취득의 청약을 권유할 수 있다. 청약은 오는 18일부터 열매컴퍼니 홈페이지에서 이뤄진다.

흔히 ‘조각투자’로 불리는 투자계약증권은 미술품이나 음악 저작권 등 실물자산을 작게 쪼개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는 방법으로 2020년 이후 다양한 상품으로 확산됐지만 투자자 보호 장치가 미흡하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해 조각투자의 증권성을 인정하고 투자계약증권으로서 합법적 사업 근거를 마련해 서식 개정 등 작업을 거쳤다.



미술품 조각투자업체 ‘투게더아트’는 지난 8월 최초로 증권신고서를 접수했지만 기초자산의 가치산정, 이해상충 위험 등에 문제점이 발견되며 철회했다. 다른 조각투자업체의 신고서에서도 불명확한 매입출처와 가치평가의 객관성 부재 등의 문제점이 확인됐다. 금감원은 9월부터 신고서 제출을 준비 중인 조각투자업체에 기존 부실기재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지도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를 위해 1인당 청약 한도 조정, 청약방식 변경, 적합성 테스트 도입, 수수료 개편 등을 업체에 요청했고 조각투자업체는 이를 보완해 신고서를 추가·보완했다. 현재 열매컴퍼니 외에 투게더아트와 서울옥션(063170)블루 등 2개 업체가 증권신고서 제출 후 심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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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사마 야요이, 앤디워홀…거장 작품으로 문 연 조각투자


18일부터 투자증권계약 청약을 시작하는 열매컴퍼니는 자사 플랫폼 ‘아트앤가이드’를 통해 2018년부터 4년 여간 개인이 소액으로 미술 작품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미술품 공동구매를 진행해 왔다. 지난 6월 기준 아트앤가이드가 공동구매한 작품은 176점으로, 이 중 126점이 매각됐으며 평균 수익률은 26% 정도다.

이번에 열매컴퍼니가 조각투자 대상으로 삼은 작품은 현대미술의 거장 쿠사마 야요이의 2001년작 ‘호박(27.3X22.0cm)’이다. 열매 컴퍼니는 2001년 이 작품을 11억 2000만 원에 매입했다. 이번 청약 모집 총액은 12억3200만 원으로 주당 10만 원, 1인당 최대 300주까지 청약 가능하다.

‘조각투자 1호’라는 타이틀은 빼앗겼지만 나머지 두 업체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케이옥션(102370)의 자회사 투게더아트는 이번에 열매컴퍼니와 똑같이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2002)’을 기초자산으로 정했다. 이 작품은 쿠사마 야요이가 2002년에 제작한 것으로 열매 컴퍼니의 작품이 세로로 긴 것과 달리 비교적 정방형에 가까운 형태로 제작됐다. 서울옥션블루는 모회사인 서울옥션에서 매입한 앤디워홀의 ‘달러사인(Dollar Sign)’을 첫 번째 기초자산으로 정했다. 두 작품의 공모 금액은 각각 11억8200만 원, 7억 원으로 주당 10만 원부터 매입 가능하다.

투자계약증권은 주식거래와 달리 상장된 상품을 사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각 사의 홈페이지를 통해 청약이 가능하다. 이용자는 각사가 제시한 증권사를 통해 가상계좌를 개설하고, 납입금을 넣은 후 청약에 참여한다. 열매컴퍼니 고객은 별도의 가상계좌 개설 없이 자사 플랫폼 아트앤가이드 내에서 에스크로로 투자가 가능하다.

작품 팔려야 투자금 회수 가능… ‘공격투자자’에게 적합한 상품


하지만 청약을 통해 투자를 시작했다고 해서 주식처럼 쉽게 사고 팔 수 있는 건 아니다. 투자자는 해당 미술 작품이 현재의 소유주에게서 또 다른 소유주에게 양도될 때까지 기다려 그에 따른 차익을 실현해야 한다. 급히 투자금을 회수해야 한다면 각 사를 통해 개별적으로 증권을 양도해야 하며 투자한 돈은 작품을 매각할 때 처분 수익과 함께 돌려 받을 수밖에 없다. 미술 작품 특성상 작품이 오랜 시간 매각되지 않을 수 있으며 이 경우 투자금이 오랫동안 묶여있게 된다. 이런 이유로 ‘1등급 공격투자형’의 투자성향을 가진 사람만이 해당 투자에 적합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감원은 이 같은 여러 위험요소들을 투자 전에 미리 숙지해줄 것을 당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미술품 투자계약증권은 투자기간이 3~5년으로 길고 환금성이 낮다”며 “투자자는 기초자산 보유 여부 등을 직접 확인하고 투자적합성 테스트를 통해 투자성향을 진단한 후 투자 결정을 신중하게 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미술 시장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금감원 승인에 따라 암암리에 진행됐던 미술품 조각 투자가 보다 투명해지고 미술품 투자 시장 규모도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이라 기자·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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