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 우유를 남양유업이 만들었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 되는 글이다. ‘빙그레우스’ 등 캐릭터를 내세워 젊은 세대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빙그레가 지난 2013년 대리점 갑질 사건과 올해 경쟁사 비방 사건으로 불매 운동에 시달리는 남양유업에 생산을 맡길 이유가 무엇이냐는 의문인 셈이다.
이 같은 지적이 이어지자 빙그레는 외주 생산처 변경, 김해 공장 증설 방안 등을 검토해 남양유업에 발주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이 생산하는 빙그레 흰 우유는 주로 영남지역에서 판매되는 제품이다. 빙그레의 생산공장은 경기 남양주, 경남 김해, 경기 광주, 충남 논산 총 네 곳인데 영남 지역을 담당하는 김해 공장엔 흰 우유 제조 설비가 없다. 이 때문에 그간 다양한 제조업체에 OEM을 맡겨왔고 최근인 올해 3월 남양유업을 외주 생산처로 선정했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빙그레는 남양유업 OEM 생산을 조기에 중단하겠다는 입장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남부권에 생산설비가 없어 임시로 공급 중인데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대체할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김해공장 흰우유 제조설비 신설, 다른 OEM 공급처 확보 등을 중심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능성이 높은 방안은 다른 OEM 공급처를 찾는 쪽이다. 빙그레의 흰 우유 점유율은 7~8% 수준으로 서울우유, 남양유업, 매일유업에 이은 4위권이다. 시장 점유율이 낮기 때문에 제조설비를 김해공장에 신설하는 것은 경제성이 부족하다.
빙그레우유가 빠른 결단을 내린 것은 최근 빙그레우유가 ‘B급’ 마케팅을 펼치며 20~30대를 중심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빙그레는 2016년부터 바나나맛 우유 보디워시, 메로나 운동화 등 협업제품을 출시하며 젊은 세대를 공략했다.
여기에 더해 올해부터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 ‘투게더리고리 경’, ‘옹떼메로나브루쟝’ 등 제품의 캐릭터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등장시키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꽃게랑 모양을 패션화 한 ‘꼬뜨 게랑(Cotes guerang)’ 화보엔 뮤지션 지코를 모델로 기용하기도 했다.
이 같은 마케팅의 결과로 빙그레우유는 흰 우유 브랜드 평판지수에서 시장점유율보다 고평가된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소비자들과의 소통지수가 큰 폭으로 증가한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젊은 층이 열광하고 있는데 굳이 불매운동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업체와 대체생산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4월부터 계속 남양유업과 빙그레의 관계를 지적하는 글들이 올라오는 만큼 이 같은 리스크는 해결하고 가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빙그레는 지난해 해태 빙과부문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과 함께 외형 확대에도 힘쓰는 모양새다. 빙그레와 해태 빙과 부문의 기업결합이 완료되면 빙그레는 단일 기업으로 빙과 부문 점유율 50% 가량을 차지하게 된다.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 아이스크림이 매출도 증가추세다. 메로나가 주력 제품인 빙그레 미국법인 매출은 2018년 141억원에서 2019년 226억원으로 60% 가량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