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화학으로 만들어가는 녹색세상 [2]

화학이라는 단어가 주는 심리적 중압감은 결코 적지 않다. 복잡하기 그지없는 반응식과 원소기호, 그리고 다양한 화학원리들은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머리를 지끈거리게 한다. 하지만 화학은 그 어떤 학문보다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다.

무수한 문명의 이기들과 생활용품들이 화학의 힘에 의해 탄생했고 우리는 매일 그 혜택을 누리며 살고 있다. 이는 최근 지구촌 전체의 화두가 된 녹색성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 삶을 친환경적으로 바꿔주는 과학기술, 그것이 바로 화학이다. 지난호에 이어 이 같은 녹색화학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해 본다.

4 매립지 메탄가스 정제시스템

온실가스 메탄이 자동차 연료로 변신

축산폐수, 음식물쓰레기 폐수, 하수슬러지 등 생활 곳곳의 각종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다. 온실효과 유발 정도가 이산화탄소의 20배에 달한다. 하지만 메탄은 고효율의 가연성가스다. 때문에 화학의 힘을 빌면 자동차 연료로도 활용 가능한 청정에너지가 될 수 있다.

전 세계에서 버려지는 연간 수십억 톤의 유기성폐기물에 의해 연평균 3.3%의 온실 가스 증대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메탄의 연료화는 지구온난화 방지에 매우 획기적인 친환경 기술임에 틀림없다.

물론 이의 구현 과정은 녹록치 않 다. 폐기물이 뿜어내는 가스 속에는 메탄 외에도 이산화탄소, 황화수소, 암모니아 등 다양한 기체들이 함께 섞여있는 탓이다. 메탄이 연료로서 가치를 지니려면 40~60%에 불과한 폐기물 가스의 메탄 순도를 97%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바로 여기에 불필요한 기체들을 제거하는 고도의 화학정제공정이 필요하다. 정제공정에는 흡수, 흡착, 멤브레인 등의 방식이 있는데 멤브레인법이 최근 메탄 연료화의 최적 공정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정 용매에 혼합 기체를 통과시켜 정제하는 흡수법은 플랜트 건설비가 비싸고 폐액이 발생 하며 흡착법 역시 흡착제의 재생에 많은 비용이 투입되고 산소 유입시 폭발 위험이 있다는 등의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반면 멤브레인은 이 문제들을 모두 극복할 수 있는 정제법으로 이미 미국, 캐나다, 네덜란드에서 상용화가 이뤄진 상태다. 한국화학연구원 환경자원연구센터 김정훈 박사는 "멤브레인 공정은 기체마다 투과성이 다르다는 사실에 착안, 고분자막을 이용해 불순물을 정제하는 것"이라며 "투과성이 높은 이산화탄소, 황화수소 등은 막을 통과하고 메탄만 걸러져 별도의 저장탱크에 모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시스템은 조작·관리가 용이하며 플랜트 설치비용도 저렴하다. 용매를 쓰지 않아 폐액 발생의 우려도 없다. 이에 김 박사팀은 지난 2008년부터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와 함께 국내 최초로 멤브레인 정 제법을 채용한 메탄정제시스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김 박사는 "현재 1분당 0.1㎥의 고순도 메탄을 생산하는 파일럿 시스템을 설치·운용 중"이라며 "기술 안정화를 거쳐 내년에는 지금의 10배 수준으로 생산능력을 스케일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온실가스를 연료로 환골탈태시키는 이 기술이 국내서 상용화되면 우 리는 온실가스 저감과 신재생 에너지 생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된다.

특히 천연가스의 주성분이 메탄 인 만큼 생산된 메탄가스는 도시가스나 차량연료로도 쓸 수 있다. 이 경우 메탄을 태워 화력발전을 하는 것에 비해 3~4배 높은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상황에 따라 수천, 수조 억원대의 거대 블루 오션 시장을 우리나라 가 주도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의 일환으로 김 박사팀은 내년에 수도권매립지 내 시범플랜트를 조성할 계획이다. 여기서는 천연가스 차량 5~10대를 운용할 수 있는 메탄을 생산, 연료로 공급하게 된다.

또한 이를 기점으로 전국 20곳 이상의 매립지로 메탄플랜트 건설을 확대할 방침이다. 김 박사는 "고분자막, 모듈 등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소재·부품의 개발에도 뛰어들어 1~2년 내 국산화를 기대하고 있다" 며 "쓰레기로 자동차를 움직이는 영화 같은 상상이 우리나라에서 현실화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박소란 기자 psr@sed.co.kr

5 친환경 천연도료

옻칠에서 영감 얻은 친환경 도료

기후변화에 따른 세계 각국의 환경규제 장 벽이 매년 강화일로를 걷고 있다. 유럽연합 (EU)의 경우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를 통해 역내에서 연간 1톤 이상 제조 및 수입되는 화학물질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화석연료에 기반하고 있는 현 화학산 업의 성장 패러다임에 대대적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도료처럼 다량의 포르말린을 사용하는 페놀계 중합 공정에 의해 생산된 제품들은 새집증후군을 유발하는 잔류 포르말린 문제로 규제의 칼날을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도료업계가 친환경 천연도료 개발에 주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기존 천연도료는 식물성 건성유가 주원료여서 표면 경도, 내약품성, 내수성이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들 물성의 보완없이 단독으로 사용하기에는 용도의 제한이 적지 않았던 것. 때문에 이를 개선한 새로운 제품 개발이 요구돼 왔다.

최근 한국화학연구원 산업바이오화학연구센터 송봉근 박사팀이 개발한 천연도료가 바로 그런 제품이다. 포르말린 대신 견과류인 캐슈 넛 껍질 기름에 바이오촉매와 산화제를 첨가해 실온에서 제조했다. 그럼에도 강도, 내약품성, 내열성, 절연성, 방오(防汚) 특성이 화학도료 만큼 우수하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다름 아닌 우리나라 전통기법 '옻칠'이다. 옻칠이야말로 내부식성, 방소성, 항균성, 절연성, 내구성 등 도료가 가져야 할 거의 모든 물성을 지닌 천연도료이기 때문이다. 원료로 캐슈넛 껍질 기름을 택한 것도 이것이 옻칠 도료와 가장 유사한 화학구조를 지닌 탓이다.

특히 송 박사팀의 천연도료는 여러 번의 덧칠이 필요한 옻칠과 달리 단 한 번의 도포만으로 이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옻칠의 장점은 취하고 단점은 개선한 셈이다. 송 박사는 "이 천연도료는 기존 도료나 옻칠에 비해 상온에서의 경화 속도가 빠르고도 막 강도도 뛰어나다"며 "사회적·환경적 문제가 되 고 있는 포르말린의 획기적 경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캐슈 넛 껍질의 경우에도 연간 약 100만 톤이 생산되고 있어 원료수급이나 대량생산에 매우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에서 쓰이는 천연도료는 독일에서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향후 이 제품이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연간 약 150억 원의 수입 대체 및 수출효과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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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박사는 2013년경에는 국내 목재용 도료시장에서만 4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송 박사팀은 이미 나노솔루션에 5억 원의 정액기술료를 받는 조건으로 관련기술을 이전했으며 공동연구를 통해 내년 상반기 중 상용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또한 추가연구를 통해 현재 유럽에서 유해성 논란에 휘말려 있는 휴대폰 표면 코팅용 자외선 경화형 도료를 포함해 교량의 철재, 선박용 밸러스트 탱크 등 대형 구조물 부식 방지를 위한 중방식 도료의 개발에도 연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대덕=구본혁기자 nbgkoo@sed.co.kr

6 고연색 LED용 형광체

미래 조명시장 패권 좌우할 LED용 형광체



지구촌의 녹색바람에 힘입어 친환경 LED 시장이 고도성장을 나타내고 있다. 수은과 같은 유해물질을 사용하지 않으며 기존 광원 대비 적은 소비전력과 긴 수명을 무기로 디스플레이용 백라이트유닛(BLU) 분야에서 떨치고 있는 위용을 조명과 차량용 헤드램프 시장 등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는 것.

특히 각국 정부가 오는 2012년을 전후해 백열등 사용 금지를 추진하면서 전 세계 LED 조명 시장은 올해 약 40~50억 달러에서 오는 2015년 500억 달러로 급성장이 예견되고 있다. 이러한 LED 성장의 주역은 바로 백색 LED다. BLU, 조명, 헤드램프 모두에서 백색 광원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LED 칩은 직접 백색광을 발산하지 못한다. 따라서 LED 칩에 형광체라 불리는 화 학소재를 도포해 백색광을 구현한다. 형광체가 LED 칩의 빛을 백색으로 변환하는 것으로서 형광체는 백색 LED 제조의 필수 소재라 할 수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소재연구단 김창해 박사팀은 이 LED 형광체 분야의 국내 최강 연구팀으로 꼽힌다. 오래전부터 LED용 형광체의 국산화가 LED 시장의 패권을 좌우할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판단, 집중적인 연구를 수행해왔으며 그 과정에서 백색 LED의 원천인 황색 형광체의 개발에 성공해 LG이노텍에 특허권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기술이전을 완료했다.

김 박사는 "현재의 백색 LED는 청색 LED 칩에 황색 형광체를 입혀 백색광을 내는 형태가 일반적"이라며 "하지만 황색 형광체는 특허장벽이 높아 아직도 일본·독일·미국 등 소수 선진 기업들에 의해 세계시장이 주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팀의 황색 형광체 개발 이후 수입 제품 가격이 50%대로 낮아지는 등의 효과가 나타났지만 수입의존도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 때문에 과도한 로열티 지불이나 수급불안에 따른 국내 LED 제조기업들의 경쟁력 저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해법은 없을까. 김 박사 연구팀은 질화물계 적색 형광체에 주목하 고 있다. 황색 형광체 대신 녹색과 적색 또는 녹색과 주황색 형광체를 함께 도포해도 백색광의 구현이 가능한 탓이다. 이에 김 박사팀은 내년에 과제가 완료되는 황색, 녹색 형광체와 함께 지난해부터 순천대학교 등과 공동으로 적색·주황색 형광체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김 박사는 "질화물계 적색 형광체는 기술개발 초기단계인 만큼 선진업체의 특허장벽이 낮고 기술격차가 크지 않다"며 "2년 정도면 후보 물질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개발에 성공할 경우 국가 성장 동력으로서 상당한 수익창출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게다가 적색 형광체는 황색 형광체를 사용하는 기존 LED의 최대 단점인 연색성 향상에도 큰 효과가 있다.

LED 빛의 색 재현성이 태양광과 얼마나 동일한 지를 평가하는 연색성은 조명용 백색LED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조건의 하나인 탓이다. 김 박사에 의하면 황색 형광체 방식은 연색성이 최대 75 에 불과하지만 녹·적·주황색 방식은 90 이상이 가능하다.

김 박사는 "고연색 LED용 형광체 제조기술은 디스플레이, 자동차, 조명 등의 필수적인 후방산업이자 녹색성장과 국가경쟁력 제고의 첨병"이라고 강조했다.

양철승 기자 csyang@sed.co.kr

7 초경량·고내열 폴리이미드 수지

플라스틱의 제왕 '폴리이미드'

폴리이미드 수지는 고도의 내열성과 고강도가 요구되는 분야에서 각광받는 첨단 화학소재다. 500℃ 이상의 고온에서도 분해되지 않 는 화학구조를 지닌 데다 얇고 유연성까지 뛰어나 지난 1960년대 초 미국 듀폰에 의해 개발된 이래 우주항공, IT, 자동차,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산업에 핵심소재로써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특히 LCD TV, 휴대폰, 디지털카메라 등의 핵심부품인 연성회로기판(FPCB)의 원판 소재로 많이 쓰인다. 이러한 폴리이미드 중에서도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그 자체로 부품을 만들 수 있는 성형용 폴리이미드 수지다. 하지만 폴리이미드는 기본적으로 녹거나 용해되지 않는 볼용·불융의 물성을 갖고 있어 기존 기술로는 성형과 가공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이 분야는 미국, 프랑스, 일본 등 극소수 선진국이 원천기술과 응용기술을 독점하고 있다.



현재 세계 시장의 약 90%를 듀폰이 오로지하고 있을 정도다. 상황이 이런 만큼 기술이전 통로는 사실상 완전히 막혀있다. 우리 나라 역시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산업에서 성형용 폴리이미드 부품 소재의 사용이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간 약 300억 원에 이르는 수요 전량을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소재연구본부 이미혜 박사팀은 이 같은 국내 시장의 한계를 타개한 주역이다.

이미 지난 2000년대 초부터 집중적 연구를 수행, 세계 최고 수준의 특성을 보유한 성형용 폴리이미드 부품소재의 개발에 성공한 것. 이 박사는 "대다수 전자재료는 내화학성, 내열성, 절연성이 요구된다"며 "폴리이미드는 금속보다 훨씬 가벼우면서도 내열성과 기계적 특성이 매우 뛰어난 재료"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폴리이미드 중합 공정을 단순화·고효율화 할 수 있는 복합화 공정을 독자 개발하고 각종 첨가물을 혼합하는 방식에으로 물성의 획기적 향상을 이뤄냈다. 이 박사는 "이는 단일단계 중합공정에 의 한 세계 최초의 폴리이미드 제조공정으로 30~50% 이상의 공정단가 절감이 가능하다"며 "물성 역시 현존 최고라 불리는 듀폰의 베스펠과 비교해 약 120% 향상된 결과를 얻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미 정액기술료와 경상기술료 1.5%를 받는 조건으로 대 림H&L에 이 기술의 이전을 완료했다. 또한 대림H&L은 이를 바탕으로 플라비스라는 제품을 출시,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상태다.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삼성SDI 등에서 첨단 디스플레이 산업부품에 적용되고 있으며 내열성, 내마모성, 전기절연성에 더해 우수한 절삭 가공성을 보유하고 있다 는 평가다.

이러한 반응에 힘입어 이 박사는 현재 차세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위한 새로운 폴리이미드 소재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플라스틱 기판 위에서 활용될 수 있는 전기 절연성이 강화된 유기 TFT 절연막의 개발이 목표다. 이 박사는 이 소재가 개발되면 기존의 공정을 거치지 않고도 차세대 전자제품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덕=구본혁기자 nbgk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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