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미경은 세계 최초의 맞춤형 첨단의 생물 전용 전자현미경으로 분해능이 0.12㎚(나노미터, 1㎚=10억분의 1m)에 달한다. 때문에 향후 나노·바이 오 융합연구, 뇌과학 연구 등에 핵심장비로 활용될 전망이다.
특히 현재 기초연이 운용 중인 초고 전압 투과전자현미경(HVEM)과 크기와 규모는 유사하지만 생체 시료의 3 차원 입체구조분석 및 단백질 구조분석의 완벽성을 제고할 수 있는 최신 기능이 추가돼 국내 연구진들의 세계적 연구성과 도출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의생물 분야 연구수요 충족
현재 기초연이 보유하고 있는 HVEM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가진 전자 현미경이다. 전 세계에 30여대만 운용되고 있으며 이중 16대가 일본에 있다. 그럼에도 막대한 예산을 신규 투자해 새로운 슈퍼바이오 전자현미경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국내에도 고품질 나노·바이오 융합 연구를 수행하는 연구자들이 늘어나며 관련요구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연구장비의 도입을 결정하는 핵심요소이기도 한 수행과제나 사용자 그룹 현황에서의 생물 분야의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는 게 이를 방증한다. 실제로 기초연의 HVEM 운용실태를 보면 지난 2004년부터 올해 말까지 수행된 570개 과제 중 149개 과제, 122개 사용자그룹 중 33개팀이 의 생물 분야였다.
상황이 이렇지만 기존 HVEM은 재료분야 연구에 적합하게 설계된 장비여서 미생물 분야의 연구수요를 충분히 수용하기에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슈퍼바이오 전자현미경 구축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전자현미경연구부 권희석 박사는 "HVEM은 응집물질 연구에 초점을 맞춘 장비"라며 "재료·화학분야의 관찰에는 우수한 반면 생체물질 분석에는 다소 취약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슈퍼바이오 전자현미경은 바로 이러한 HVEM의 한계를 타개할 수 있는 장비다.
HVEM은 나노분야 물질연구 중 비(非) 생체 물질 분석, 슈퍼바이오 전자현미경은 생체물질 분석에 주안점을 둔 장비라 할 수 있다. 메인 타깃이 다른 만큼 슈퍼바이오 전자현미경은 HVEM과 기반 기술이 같지만 전체적 시스템은 서로 상이한 요소들로 구성된다.
특히 슈퍼바이오 전자현미경은 일반 전자현미경과 달리 크라이오 (Cryo-EM) 분석기술을 탑재하고 있다. 이는 영하 200℃의 극한 환경을 조성, 생물 시료를 동결시킴으로써 생물이 살아있을 때와 동일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생체시료의 고해상도 3 차원 구조분석이 가능해 질환 표적 단백질의 3차원 구조 규명 및 작용 기전 분석, 신약 후보 물질의 발굴 연구, 분자수준의 세포 내 3차원 구조 규명 등 뇌질환 관련 신경세포의 3차원 구조 분석 연구도 수행할 수 있다.
일반 광학현미경은 파장이 긴 가시광선을 이용한다. 때문에 고해상도의 관찰이 불가능하다. 반면 전자현미경은 자연광보다 10만 배 이상 파장이 짧은 전자선을 이용, 시료의 영상을 최대 1,000만 배까지 자유롭게 확대할 수 있다. 이러한 전자현미경은 크게 투과전자현미경(TEM)과 주사전자현미경(SEM)으로 구분된다. SEM은 시료의 표면에 전자빔을 조사한 후 여기서 발생한 이차 전자에서 영상을 얻는 방식이다. 반도체, 나노신소재 및 생체 시료의 표면을 마이크로(μm) 또는 나노 크기로 입체적으로 관찰할 수 있으며 시료의 형태는 물론 구성 원소 및 그 분포를 검지해 정성·정량 분석이 가능하다. 이와 달리 TEM은 시료를 투과한 전자빔을 통해 영상을 얻는다. 따라서 시료 내부의 미세구조를 나노 또는 원자 크기에서 관찰할 수 있고 미생물이나 단백질과 같은 작은 구조도 고해상도로 볼 수 있다. 시료에 도달하는 전자빔의 회절 현상을 통한 원소내부의 분석까지 가능하다. 이들 전자현미경은 학문 각 분야에 폭넓게 이용되고 있다. 투과전자현미경은 반도체, 고분자합성, 금속 등의 재료과학 분야와 생체 시료의 3차원 미세구조 분석 등에 쓰이고 있으며 주사전자현미경은 교육용 장비로도 주가를 올리고 있다. |
나노·바이오 융합 연구 인큐베이터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대형 연구장비가 도입되면 2~3년 정도 지나서 장비 운용이 안정화되는 시점에 세계적인 연구성과 창출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슈퍼바이오 전자현미경도 나노·바이오 융합연구 분야의 국내 수준을 세계 최고 단계로 끌어올릴 인큐베이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권 박사는 "최근 국내에서도 나노·바이오 융합 연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슈퍼바이오 전자현미경도입으로 공동연구와 장비 지원을 한층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초연은 또 이처럼 슈퍼바이오 전자현미경의 활용도와 효용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지난 2003년 도입된 HVEM의 업그레이드와 새로운 주변 장치 구축, 그리고 특정 연구영역에 전 문화된 전자현미경의 추가 도입에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해야만 국내 연구자들이 요구하는 세계적 레벨의 장비 지원 능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권 박사는 이와 관련해 "오는 2020 년까지 0.1㎚ 정도인 나노 바이오 물질의 원자구조를 직접 관찰할 수 있는 분석능력 확보를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고 말했다.
권 박사는 또 "의생물 분야의 연구 개발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최적의 분석법 개발에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며 "대형 연구장비를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숙련된 전문지식을 갖춘 인력의 확보가 무 엇보다 중요해 인력양성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초연은 현재 HVEM 외에도 전계방출 투과전자현미경(FETEM), 에너지여과 투과전자현미경(EF-TEM), 생물전용 투과전자 현미경(Bio-TEM), 주사전자현미경(E-SEM), 전자탐침미소분석기(EPMA), 고온 회절 분석기(HTXRD), 집속이온빔장치(FIB) 등 다양한 연구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여러 전자현미경과 관련연구장비들을 보유·운용 중이다.
특히 다른 연구기관과 달리 기초연의 경우 자체 연구뿐만 아니라 대학·연구기관·기업체 등과의 장비공동활용이나 공동연구 수행까지 설립 목적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보유장비를 활용한 외부이용자의 분석지원서비스를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기초연은 세계 최고 수준 성능의 초고전압투과전자현미경(HVEM)을 보유 중이다. 일반적인 투과전자현미경은 높이 2m에 무게는 약 2톤 정도지만 기초연의 HVEM은 높이가 건물 4층에 해당하는 14.5m며 무게 또한 약 360톤에 달한다. 지난 2003년 말 설치된 이 장비는 가속전압 1.3MeV(130만 볼트)를 이용, 0.12㎚의 분해능을 자랑한다. 도입 이후 공동연구와 분석지원 업무를 통해 국내외 대학과 기업, 타 연구기관의 연구자들이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는 상태다. HVEM을 활용해 지난 2010년 말까지 SCI급 논문만 150여편이 발표됐는데 여기에는 네이처, 사이언스 등 세계적인 학술지를 포함해 논문인용지수(IF)가 10 이상인 우수논문이 11편이나 된다. 지난 2007년 네이처 표지를 장식했던 KAIST 정종경 교수팀의 'AMPK를 이용한 암 치료와 암세포 위치 추적 및 결합 나노입자 개발 연구'도 그중 하나다. 지난 2008년에도 인하대 정성윤 교수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이차 전지 소재의 다중상전이 연구' 논문이 네이처 피직스에 게재됐고 2009년에는 '재료가 작아질수록 강해지는 이유'를 규명한 기초연 오상호 박사팀의 논문이 네이처 머티리얼즈에 게재된 바 있다. |
대덕=구본혁기자 nbgko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