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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스텔스 전투기 J-20] 그 의미와 시사점

미국과 달리 중국과 러시아는 시제기 단계에서 스텔스기의 개발 사실을 서둘러 공개했다.

중국이 지난 1월 자국산 스텔스기 J-20을 공개했다. 이로써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 3번째 스텔스 전투기 보유국에 등극했다. 하지만 그 상세한 성능은 아직도 죽(竹)의 장막에 가려져 있는 상태다. J-20은 과연 얼마만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이 아시아, 더 나아가 국제 정세에 시사하는 점은 무엇일까.

지난 1월 11일 중국 쓰촨성 청두공항에서 중국 최초의 자 국산 스텔스기 J-20이 처녀비행에 성공했다. 이렇게 중 국은 미국, 러시아와 함께 전 세계 국가 중 세 번째로 스텔스 전투기를 보유한 국가가 됐다.


특히 이날의 시험비행은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미·중 국방장관 회담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 시점에서 이뤄 진 것이라 그 의미를 놓고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 다. 물론 중국은 게이츠 장관의 방중일정과 무관하다는 입 장이지만 의도성 여부를 떠나 미국을 포함한 이해관계국들 이 받는 심리적 중압감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레이더 전파의 흡수와 산란

스텔스기가 어떤 항공기이기에 이처럼 각국이 호들갑을 떠 는 것일까. 일반인들은 단순히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항공 기'로 스텔스기를 바라본다. 이는 어느 정도는 분명 맞다. 하지만 좀더 깊이 들어가면 사실과는 동떨어진 인식이다.

정확히 말해 스텔스기는 '레이더 반사 면적(RCS)이 극히 작아 레이더로 탐지가 곤란한 항공기'다. 또한 적외선 탐지, 음향 탐지, 육안 탐지 등 적국에서 가용 가능한 모든 탐지수 단에 의한 피탐지율 역시 지극히 낮아야 한다. 물론 가장 기 본은 레이더의 피탐지율이다.







국가를 막론해 방공체계의 핵 심은 레이더이기 때문이다. 과연 스텔스기는 어떻게 레이더 를 피하는 것일까. 그 방법을 알려면 레이더의 작동원리부터 이해해야 한 다. 레이더는 전파 발신부와 전파 수신부로 구성돼 있는데 발신된 전파가 항공기에 부딪쳐서 반사되는 반사파를 수신 하는 방식으로 항공기의 거리와 고도, 속도 등을 파악한다.

다시 말해 항공기가 레이더의 전파를 흡수해 버리거나 레이 더가 수신할 수 없는 방향으로 반사파를 산란시켜 버리면 레이더는 항공기의 존재를 탐지할 수 없다. 이것이 스텔스 기능 구현의 골자다. 항공기의 설계를 통해 레이더 피탐지율을 낮추는 방법 은 크게 '형상'과 '소재'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시도된다.

먼저 항공기 형상의 경우 빠르게 회전하는 프로펠러나 터빈 블레이드, 피토관(Pitot tube), 외부 장착물(무기, 보조연료 탱크 등)이 피탐지율을 높이는 주범이다. 외부로 열려있는 해치나 점검창, 동체로부터 튀어나와 있는 날개 등도 마찬가 지다. 따라서 스텔스기는 이런 요소들을 극소화하거나 기 체 내부에 숨기는 방법을 쓴다.

지난 1989년의 파나마 침공과 1991년의 걸프 전쟁에 투 입된 미군의 제1세대 스텔스 전투기 F-117 나이트호크가 곡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공기역학적으로 최악의 디자 인을 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의 항공기 설계기술 이 지닌 한계로 인해 레이더 피탐지율을 낮추기 위해 공기역 학성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 하지만 그 이후에 슈퍼컴퓨터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발전,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 만큼 복잡한 계산이 가능해지면서 F-22 랩터와 같은 최근의 스텔스기들은 한층 세련된 외관을 갖게 됐다. 바꿔 말하면 스텔스기는 동체 의 외관 설계 하나에도 고성능 슈퍼컴퓨터까지 동원해야 하 는 엄청난 기술력이 요구된다.

상대국 방공시스템 무력화

그런데 동체의 형상 설계만으로는 완벽한 스텔스 능력을 가 질 수 없다. 그래서 소재가 그 능력을 배가시켜줘야 한다. 스텔스기의 소재는 일반 항공기에 주로 쓰이는 알루미늄 보다 레이더 전파의 흡수성이 뛰어난 탄소섬유, 페라이 트 등 유전체를 많이 사용한다. 또한 동체 표면에는 도료 형 태의 레이더 전파 흡수물질(RAM)을 칠해서 전파 흡수력을 극대화한다.

RAM의 성분이나 재료, 유효한 도장 두께 등 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고 있지만 레이더 전파를 흡수, 열 에너지로 변환해 산란시키는 원리라고 알려져 있다.

이 같은 RAM은 냉전시대에 공산주의 국가의 영공으로 월경정찰을 했던 U-2, SR-71 블랙버드 등 정찰기의 표면에도 발라져 피탐지율 감소에 기여하기도 했다. 이렇듯 국가 방공시스템의 '눈'과 같은 레이더를 무력화 시키는 능력에 힘입어 스텔스기는 상대국 모르게 영공을 정찰, 비밀정보를 획득하거나 적국의 심장부에 직격탄을 날릴 수도 있다. 그렇다고 스텔스기가 무적의 항공기는 아니다.

피탐지율이 극히 적을 뿐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로 작 전반경과 전투력 제고를 위해 외부 장착물을 탑재하거나 정 비 불량, 조종사의 조작 실수 등에 의해 전파의 반사 면적이 늘어나면 레이더에 탐지될 수 있다.

또한 동체 형상에 영향 이 적은 저주파 레이더를 사용하거나 동일한 공역에 다수의 레이더를 중복 배치해 탐지율을 높이는 등 스텔스기를 잡기 위한 노력도 함께 전개되고 있다.

실제로 코소보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 1999년 3월 27일 유고슬라비아는 초장파장 레이더를 사용해 미군의 F-117 을 탐지, SA-3 미사일로 격추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이는 실전 상황에서 벌어진 유일무이한 스텔스기 격추 기록으로 남아있다.

중국의 스텔스기 개발 작전

미국은 지난 1983년 F-117 스텔스 전투기를 도입, 세계 최 초의 실용 스텔스 군용기 보유국이 됐다. 이후 B-2 폭격기, F-22 전투기를 실용화했으며 현재는 F-35 라이트닝 II 스 텔스 전투기를 2016년 취역 예정으로 개발 중이다.

미국에 이은 두 번째 실용 스텔스 전투기 보유국은 러시 아지만 그 첫 작품인 수호이 T-50 PAK FA가 처녀비행에 성공한 것은 작년 1월의 일이다. 무려 약 30년 동안이나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만이 실용 스텔스 군용기를 보유하 고 있었던 것. 스텔스기의 전략적 가치를 고려하면 그동안 러시아와 중국이 이런 상황에 얼마나 큰 두려움을 느꼈을지 짐작이 가능하다.

자국 영공이 자신도 모르게 미국의 스 텔스기에 의해 유린당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따라서 군사전문가들은 중국도 1990년대 후반부터 자 국산 스텔스기의 개발에 돌입했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 2002년 저명한 군사전문지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는 당시 중국이 이미 선양비행기공사를 주계약자로 선정, 스텔 스 전투기의 연구개발을 시작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또한 2006년 선양비행기공사와 청두비행기공업공사의 스텔스 기 설계안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 서방측에 들려왔 으며 2009년에는 청두측 동체에 선양측 엔진 및 구성품을 탑재키로 결정됐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비로소 2009년 11월에 이르러 중국 공군의 허웨이룽 부 사령관이 제5세대 스텔스 전투기 연구개발을 추진 중에 있 고 선양과 성도가 공동 개발 형태로 참여하고 있음을 인정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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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이 전투기가 5년 내 모습을 드러내고 늦어도 2017~2019년경 실전 배치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 발 표가 나온 지 1년 후 작년 12월 J-20이라는 명칭까지 붙은 스텔스기의 시제품 사진이 중국에 의해 공개됐다.

참고로 미국의 경우 최초의 스텔스기 F-117의 보유를 시 인한 것은 실전 배치가 이뤄지고도 5년이나 지난 1988년이 었다. 그에 반해 중국과 러시아는 아직 완제품도 아닌 시제 기를 서둘러 공개한 것이다. 이는 스텔스기 부분에서 하루 빨리 주도권을 확보하고 자국의 앞선 기술력을 전 세계에 과 시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명으로 풀이된다.





J-20의 실체

그러면 J-20의 성능은 어떨까. 유감스럽게도 아직은 이 부 분에 대해 중국 정부나 제작사로부터 흘러나온 공신력 있는 자료가 없다. 중국이 폐쇄적 사회주의 국가며 스텔스기의 전략적 가치를 감안할 때 이른 시일 내에 성능이 자세히 공개될 확률도 상당히 희박하다.

때문에 현재는 사진으로 본 외관을 근거로 한 전문가들 의 평가에 의지해 성능을 추론하는 정도다. 그만큼 오류의 가능성이 있음을 전제한다면 J-20은 일단 미군의 F-111 전폭기와 견줄만한 크기의 대형 전투기다.

전장 23m, 전폭 14m, 최대 이륙중량은 약 36.3톤 정도로 추정된다. 또한 일정한 상반각(dihedral angle)을 이룬 보조익을 갖추고 있으며 주익은 삼각형의 델타 날개로 설계됐다.

기체 바깥쪽으로 젖혀져 있는 후퇴익 수직꼬리날개는 별도의 조 종면 없이 날개 전체가 움직이는 방식이다. 그리고 수직꼬리 날개를 보조해 안정성을 높여주는 벤트럴 핀(ventral fin) 과 날개앞전연장익(strake)의 형상에서 J-20이 상당한 조 종성 및 기동성을 추구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제트엔진의 추력을 증대시키는 후기 연소기를 사용 하지 않은 상태에서 초음속 비행이 가능한 슈퍼크루즈 기 능, 아음속·초음속 영역에서의 효율과 기동성에도 만전을 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최소한 외관만 보면 스텔스 성능에서 러시아의 T-50이나 미국의 F-35 보다 앞서 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다만 J-20의 외형 중 후방 동체, 테일붐, 벤트럴 핀, 날 개앞전연장익, 선대칭형 엔진 노즐 등은 스텔스 기능 향상 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형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시제품 수준에서 나타날 수 있는 과도기적 설계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전문가들은 후방 동체의 형상을 감안해 양산형 모델에는 기동성과 스텔스 능력을 동시에 높여주는 2차원 TVC(추력벡터제어) 노즐이 장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양산형에서는 또 동체 중앙과 양쪽 측면에 내부 무기고 가 장비될 전망이다. 무기 탑재량은 동체의 크기상 F-22와 동등, 혹은 그 이상일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일본·대만 국토 전역이 사정권

J-20의 성능에서 주변국들의 최대 관심거리는 항공기의 심 장인 엔진이다. 항속거리, 최고속도, 기동성, 심지어는 탑재 된 전자장비까지 항공기의 모든 성능이 엔진의 파워와 효율 성에 영향을 받는 탓이다.

중국측 설명으로는 시제품에 탑재된 엔진은 선양에서 개발한 WS-10G 터보팬 엔진이며 양산형에는 추력이 한층 강한 WS-15 엔진이 장착될 예정이다. 반면 러시아측 전문 가들은 J-20의 엔진이 러시아제 새턴 117S 엔진의 무단복 제품이라는 주장을 펼친다.

진실이 무엇이든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두 엔진 모두 J-20이 가진 공기역학적 성능을 충분히 뽑아낼 수 없다는 데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한다. 이 항공기가 주변국에 미칠 영향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최고의 지표는 항속거리다. 정확한 데이터는 없지만 덩치가 비슷한 F-111 전폭기와 유사하다는 전제하에 J-20은 공중 재급유 없이 1,000~1,500해리(1,850~2,780㎞)의 전투 행 동반경을 가질 수 있다.

이를 중국 공군기지와 해군 항공대 기지의 위치에 대입 시켜보자. 1,000해리일 경우 한국·일본·대만의 국토 전역, 인도차이나 반도의 거의 전체, 필리핀의 북부가 작전범위에 들어온다. 일본-대만-필리핀을 잇는 이른바 '제1열도선' 전 역이 포함되는 셈이다.

만일 1,500해리라면 여기에 필리핀 남부 전체, 인도네시아 영토의 대부분이 추가되면서 일본 본토-보닌 제도-마리아나 제도-팔라우 제도를 잇는 '제2 열도선'까지 사정권에 들어온다. J-20가 보여준 명확한 외형적 특징에서 이 항공기의 개 발 의도는 중국 본토부터 제2열도선에 이르는 지역에서 해 상 및 공중의 적을 상대로 작전을 펼치기 위한 것으로 분석 된다.

양산 모델에 공중급유기능이 추가된다면 전투 행동반 경이 이보다 더 확장됨은 물론이다. 또한 J-20은 궁극적으로 적국의 통합방공망을 돌파해 후방까지 진입함으로써 적국이 보유한 공중조기경보통제 기(E-3 AWACS), RC-135 리벳조인트 정찰기, 공중급유기 등 고부가가치 항공 정보감시정찰 자산의 격추에 활용될 수 도 있다.



J-20이 초래할 여파

일례로 미국과 중국이 전쟁을 벌이게 되면 중국은 J-20을 출격시켜 마리아나 제도, 류큐 열도, 일본, 한국 등의 항공 자산을 무력화할 것이며 이는 미국의 항공작전 수행에 큰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중국 본토에서 1,000해리 이내의 해상에 있는 미국 항공 모함 기동부대도 결코 J-20의 공격에서 안심할 수 없다. 자 칫 미군의 공중조기경보통제기(E-2 AEW&C)와 전자전공 격기(EA-18G)가 격추라도 당하면 F-35와 F/A-18 전투기 만으로 J-20에 맞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J-20의 생산량은 아직 정확히 발표되지 않았지만 그 취 역년도는 중국이 현재 보유한 Su-27SK(플랭커 B), Su- 30MKK(플랭커 G)의 2차 생산분 퇴역 시기와 맞아떨어진 다. 여기에 향후 중국 해군 항공대의 Su-30MK2(플랭커 G)까지 J-20으로 대체된다면 그 생산대수는 약 400~500 대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어디까지나 J-20이 일부 전문가들 이 추정한 성능을 구현할 경우에 가능한 부분이다. 전문가 들 중에는 J-20의 성능 예측이 크게 부풀려졌다며 가치를 평가절하 하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덧붙여 이들은 전 투기를 지원하는 보조 전력이나 전투기 하부 체계, 무장 시 스템 통합 능력 면에서 중국은 여전히 미국의 상대가 안된 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모든 것을 떠나 중국이 자신의 힘으로 스텔스 전 투기를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우리는 흔히 중국산을 저급품이라며 무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중국은 분명 우리에 비해 우주항공 분야의 강국이다. 우리보다 훨씬 먼저 자체 제작한 항공기와 인공위성을 만들어 날렸고 세계에서 3번째로 자국 우주선을 활용, 인간을 우주에 보내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가 이제야 미국과 합작해 고등 제트훈련기를 제작하고 있는 마당에 중국은 벌 써 독자 개발한 스텔스 전투기를 가진 것이다. J-20으로 상징되는 중국군의 현대화와 전투력 증강의 이면에는 최근의 급속한 경제성장도 있지만 그동안 그들이 꾸준히 다져온 기술력도 분명히 한 몫을 하고 있다. "이공계 는 죽었다"는 탄식이 끊이지 않는 국내 현실과 비교하면 분 명 부러운 모습임에 틀림없다.

글_이동훈 과학칼럼니스트 enit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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