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두 유통공룡 CEO의 파워게임


롯데와 신세계는 국내 유통업계를 좌지우지하는 명실상부한 빅2입니다. 두 회사를 빼놓고 한국 유통산업을 논하는 건 '앙꼬 빠진 찐빵' 을 씹는 것과 진배없는 무미건 조한 일이 된 지 오래입니다. 1990년대도 그랬을까요. 그땐 롯데가 국내 유일의 유 통공룡이었습니다. 신세계의 부상으로 현재의 양강 구도가 형성됐지만, 최소한 18 년 전 이마트가 창업하기 전까진 롯데의 위세가 하늘을 찔렀습니다. 10여 년 만에 큰 변화가 생긴 것처럼 앞으로 어떤 구도가 형성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현재 두 그룹은 덩치(매출)와 실력(영업이익) 면에서 용호상박입니다. 2010년에 는 롯데가 신세계를 눌렀고 2009년에는 신세계가 판정승을 거둘 만큼 우열을 가 리기 힘든 접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발표하는 자산총액 기 준 대규모 기업집단 순위에서 각각 5위와 22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실적 면에선 매 년 장군멍군을 부르며 치열한 유통대전을 치르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통큰 치킨 과 이마트 피자로 한 치 양보 없는 가격파괴 자존심 싸움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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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롯데에 '신동빈 회장 체제' 가 닻을 올렸습니다. 2006년부터 신 회장이 롯데의 실질적인 선봉장 역할을 해왔지만, 그의 총수 취임은 의미심장한 변화라 할 만합니다. 지난해 '정용진 체제' 로 새 진용을 짠 신세계와 더불어 두 유통공룡의 전열 정비가 마무리된 셈입니다. 이번 호 포춘코리아 커버스토리 '신동빈 vs. 정용진' 은 두 그룹 CEO의 경영 스타일과 앞으로 펼쳐질 빅매치의 전개 방향을 집중 조명한 특집기사입니다. 여러모로 다르면서도 닮은 두 CEO의 면모와 최근의 경영 실적을 바탕으로 미래의 유통시장 파워게임을 세 밀하게 분석했습니다. 외연을 확장해 롯데와 범삼성가 여성 CEO들이 펼치는 경쟁구도도 짚어봤습니다.

그 밖에도 이번 호에는 일독을 권할 만한 한국 기사가 많습니다. 정부와 정유사가 주장하는 기름값 책정 메커니즘을 심층 분석한 '기름값 논쟁 진실게임' , 이명박 대통령도 감동시킨 국내 강소기업 4곳의 성공비결을 조명한 '스몰 자이언츠, 글로벌 챔피언을 꿈꾸다' , 두산가 4세 박서원 빅앤트 대표의 깜짝 성공기 '학창시절 문제아, 광고계 스타됐다' 등 재미와 정보를 겸비한 기사들이 가득합니다. 미국 포춘 기사는 스케일부터가 다릅니다. 매년 선정하는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100 Best Companies to Work for' 리스트와 함께 좋은 일터로 뽑힌 3곳에서 1일 직원으로 근무하며 느낀 기자 체험기를 실었습니다. 확대되고 있는 무기 수출의 실상을 속속들이 파헤친 '가열되는 미국의 군수산업 America' s Hottest Bomb Biz' , 사상 최대 산업 재앙 중 하나로 꼽히는 걸프만 원유 유출 사고의 비사를 소개한 '예정된 사고 An Accident Waiting to Happen' 도 포춘만의 엄청난 취재력이 녹아 있는 알토란 같은 기사라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포춘 500' 에서 1위를 차지한 세계 최대 기업 월마트의 2009년 매출은 456조 원이 넘었습니다. 매일 1조2,500억 원가량 물건을 판 셈입니다. 롯데와 신세계의 유통부문 매출과 비교하면 30배가 넘는 규모입니다. 한국의 유통공룡도 세계적인 기업과 견줘 보면 보잘것없는 수준이란 얘기입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기회는 열려 있습니다. 오클라호마의 한 목장에서 태어난 샘 월튼이 1962 년 창업한 월마트가 50년도 채 안 돼 포춘 500 리스트 꼭대기까지 오른 걸 생각해보면 한국의 유통기업이 월마트만큼 성장하지 말 란 법은 없지 않을까요? 포화상태인 한국 유통시장의 2011년 성장 전망이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지만, 먼 미래를 보고 제대로 된 사 업 전략을 짠다면 유통분야에서도 언젠가 세계적인 한국 기업이 탄생할 수 있습니다. 두 CEO에게 그런 거창한 미래를 기대해봅니다.


FOR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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