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CPU와 GPU가 하나로] 하이브리드 프로세서

최근 인텔과 AMD는 각각 CPU와 그래픽 카드의 GPU를 하나로 통합한 '샌디브리지'와 '퓨전' 시리즈라는 APU(Accelerated Processing Unit)를 선보였다.

2개의 칩이 하나로 통합된 만큼 CPU와 GPU를 별도로 채용할 때보다 PC의 데이터 병목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고 전력소모, 발열 등에서도 상당한 이점을 제공한다. 물론 성능도 중급 이상이다. 효율로만 따지면 비교 대상이 없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앞으로 APU가 중급형 데스크톱 PC와 노트북 시장에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래픽 카드가 없는 컴퓨팅 환경을 구현하려는 노력은 예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APU와는 모습이 조금 달랐다. 메인보드에 그래픽 칩셋을 달고 메인 메모리(RAM)를 공유해서 별도의 그래픽 카드 없이 PC가 동작할 수 있도록 한 형태였다.

문제는 이런 형태의 구성이 그래픽 처리 성능을 급격히 떨어뜨려 캐주얼 게임 정도만 간신히 돌아가게 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그 용도도 사무용, 교육용 등으로 다소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구동 드라이버의 안정성 문제로 홍역을 앓기도 했다.

효율·성능 극대화한 APU

이후 몇 년간 반도체와 구동 드라이버 프로그래밍 기술의 급속한 발전을 이루며 이전보다 나은 성능과 안정성을 제공하는 내장 그래픽 칩셋이 등장했다. 그러나 여전히 메인보드에 붙어 있는 수준은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던 중 CPU에 그래픽 칩셋의 핵심인 GPU를 융합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실제로 이를 적용한 제품이 출시되기도 했지만 사용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는 역부족이었다. 비싼 가격에 비해 그만큼의 퍼포먼스가 나오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상 2개의 칩을 융합한 시너지 효과가 전혀 없었던 셈이다.

이는 CPU와 GPU의 융합이 완벽하지 않았던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다이 위에 CPU와 GPU 코어가 각각 따로 위치하며, 동작도 개별적으로 했던 것. 마치 한 집에 살지만 각방을 쓰는 부부와 다름없었다. 이것이 메모리 사용 효율을 떨어뜨렸고 결과적으로 데이터 처리 속도를 갉아먹는 문제, 즉 성능 하락으로 이어졌다.

기술의 발전은 사람의 욕구에 있다고 했던가. 무수한 실패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신제품이 출시되면서 융합의 시너지 효과가 시나브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급기야 최근 CPU 코어 안에 GPU가 녹아들어간 완벽한 형태의 융합 프로세서 'APU'가 출시되며 PC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각방을 쓰던 부부가 드디어 한 방에 사이좋게 자리잡은 것이다. APU를 세상에 내놓은 곳은 다름 아닌 CPU 업계의 영원한 라이벌 인텔과 AMD다. 이들의 APU에는 단순히 1개의 코어에 CPU와 GPU만 집적된 것이 아니라 상호 데이터를 교환하는 통로인 버스 인터페이스도 포함돼 있다.

따라서 CPU와 GPU의 데이터 교환에 외부 연결통로를 사용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데이터가 순간적으로 몰리는 병목현상이나 그에 따른 지연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또한 크기와 구조가 단순해지는 부가적 이득도 얻을 수 있다.

인텔과 AMD의 진검승부

APU의 개념을 먼저 제시한 쪽은 AMD다. 5년 전 시가총액의 30%에 달하는 54억 달러를 주고 ATi를 인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AMD가 ATi를 인수할 당시 주주들과 투자자들에게 원성을 산 것과 관련해 APU로 그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입을 모은다.


APU를 통해 1년 6개월의 기술격차로 앞서가며 80%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인텔을 어느 정도 따라잡아야 하지 않겠냐는 분석인 것이다. 하지만 인텔은 이 같은 분위기를 비웃듯 더욱 진일보한 그래픽 성능을 구현하는 APU '샌디브리지'로 선수를 쳤다. 그것도 초장부터 보급형이 아닌 고급형 모델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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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의 한 관계자는 "전략적 판단에 의해 고급형 모델을 먼저 출시했다"며 "보급형이 나오는 올해 말이면 샌디브리지의 완전한 라인업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덕분에 AMD는 시쳇말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됐다. 현재 AMD는 성능보다 전력소비효율을 극대화한 보급형 APU만 출시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고급형 모델은 올해 말에 선보일 계획이라고 한다. 인텔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며 기술적 우위는 고급형 모델에서 판가름 난다는 점에서 AMD는 그 기회를 날려버린 셈이다. 이에 대해 레슬리 소본 AMD 마케팅 총괄 부사장은 "기술력 과시보다는 더 많은 소비자에게 더 나은 경험을 먼저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김재민 AMD 코리아 마케팅 상무도 "AMD의 CPU 기술과 ATi의 그래픽 기술이 완벽히 합쳐지는 내년쯤 인텔과 제대로 된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로써 인텔과 AMD의 불꽃 튀는 대결은 기정사실화 됐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손해볼 것이 없다. 양사의 경쟁이 심화될수록 기술은 발전할 것이고 가격이 저렴한 고성능 그래픽 처리 능력을 지닌 APU가 출시될 것이 자명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엔비디아의 고성능 그래픽 카드 판매량은 타격이 없겠지만 시장의 50%를 차지하는 중·저가형 모델은 APU에게 적지 않은 파이를 내줘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각 APU의 특징은?

인텔의 샌디브리지는 모든 제조 공정이 32㎚에 기반을 두고 있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공정이 세밀할수록 집적 가능한 트랜지스터의 숫자가 늘어나 성능이 높을 뿐 아니라 발열과 전력소모량도 적다.

또한 APU에 위치한 캐시 메모리와 컨트롤러, 이를 GPU와 잇는 버스 구조를 모듈러 타입으로 설계해 데이터 쏠림에 의한 병목현상이 크게 줄었다. AVX(Advanced Vector Extension)라는 새로운 백터 명령어 세트를 탑재, 부동소수점 연산속도도 빨라졌으며 사진 리터치나 동영상 인코딩 시 더욱 쾌적한 환경을 제공한다.

GPU의 성능은 앞서 밝혔듯 10만원 초중반 대의 그래픽 카드와 비슷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고사양이 요구되는 스타크래프트Ⅱ도 옵션을 중간 정도로 바꾸면 원활히 즐길 수 있는 수준이다. 한인수 인텔코리아 이사는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인코딩 능력은 이전 세대 제품에 비해 수백% 가량 향상됐고 CPU 성능만 놓고 보면 30~50%의 성능 개선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고성능 작업 시 자동으로 CPU 동작 클록을 높이는 새로운 터보부스터 기능, 지능화된 모니터링 등을 지원한다. 이와 대비해 AMD의 '퓨전' 시리즈는 x86멀티코어 CPU 코어 기술과 다이렉트 11 대응 GPU, HD 비디오 가속블록 데이터 처리용 고속버스 등이 통합돼 있다.

이로 미뤄 짐작 하면 앞으로 AMD에서 나올 제품들은 고해상도 HD 영상의 원활한 재생이 가능하며 최신 게임도 무리 없이 즐길만한 성능을 뿜어낼 것이다. 전력 소비량도 적어서 배터리로 전력을 공급받는 노트북에서 뛰어난 퍼포먼스를 낼 것으로 예견된다.

한편 브라이언 마 IDC 아시아 태평양 클라이언트 디바이스 연구 공동 부사장은 "고화질 영상과 고품질 그래픽효과를 원하는 현재의 소비자 트렌드에 비추어 볼 때 고성능 그래픽 처리 능력을 발휘하는 PC의 판매량 증대가 나타날 것" 이라고 전망했다.

서영진 기자 art juck@sed.co.kr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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