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가치 중심 경력설계

커리어 코칭 성공스터디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일까? 이 일을 계속 하면 후회 없이 내가 추구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대다수 직장인들은 이런 고민을 안고 산다. 커리어 코칭을 받기 위해 나를 찾는 대부분의 경력자들도 이 같은 고민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자신이 하는 일이 자신의 커리어와 목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삶의 목적에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고민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경력을 설계할 때도 가치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글 최효진 HR코리아 대표 0191choi@hrkorea.co.kr

표적인 국내 대기업 L사에서 전략기획실장으로 재직 중인 K부장은 외국계 유명 컨설팅회사에서 활동했던 소위 잘 나가는 경영 컨설턴트 출신이다. 학창시절부터 컨설턴트를 꿈꾸던 K부장은 해외 유명 대학 MBA를 거친 후 한 컨설팅회사에서 컨설턴트로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K부장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업무에 빠져들었고, 프로젝트 하나하나를 달성할 때마다 높은 성취감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얼마 후부터 컨설턴트 업무에 피로감이 쌓여가기 시작했다. 주 말에도 일에 파묻혀 살다 보니 가족들의 불만이 높아갔고, 잦은 야근으로 몸 상태까지 나빠졌다. 그는 고민 끝에 전직을 결심했고, 자신의 고객 사였던 L사의 전략기획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평소 L사로부터 역량을 인정받았던 K부장은 파격적인 연봉과 직급을 제안받으며 화려하게 이직에 성공할 수 있었다.

새롭게 담당하게 된 기획업무도 어렵지 않게 적응할 수 있었다. 컨설턴트 시절보다 규칙적인 근무시간과 좋아진 업무환경으로 개인시간에 여유가 생긴 것도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그런 만족감도 오래 가지 않았다. 안정된 직장생활을 하던 K부장이 어느 날 커리어 코칭을 받기 위해 필자를 찾아왔다. K부장의 고민은 놀랍게도 "내가 정말 원하는 일은 무엇일까" 라는 것이었다.

경력 15년 차에 접어드는 부장급 인재가 신입사원이나 할만한 고민에 빠져 있다는 것 자체가 뜻밖이었다. 이런 고민은 경력관리 측면에서도 상당히 큰 위험이 아닐 수 없었다.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자신의 전문성을 쌓아왔고, 역량을 인정받아 훌륭한 조건으로 이직까지 했던 K부장은 어떤 이유로 이런 고민에 빠져들게 되었을까?

Doing보다는 Being에 초점을 맞춰라

의외로 많은 직장인들이 K부장과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다. 이 일이 나의 천직일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 일을 계속하면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등등. 이런 생각은 신입사원 때나 하는 한가한 고민이 아니다. 어쩌면 직장생활을 영위하는 동안, 혹은 그 이 후에도 이어질 수 있는 고민이다. 커리어 코치를 찾는 상당수의 직장인들도 궁극적으로 이와 같은 고민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K부장 또한 같은 범주의 고민을 하고 있었다. 더 좋은 조건으로 이직을 희망하거나 조직 내에서 더 높은 직위로 올라가려는 일반적인 경력관리와는 경우가 달랐다. 전문성 확보로 스펙을 확장하거나 단순히 직무전환을 꾀하는 경우와도 차원이 달랐다. 보다 근본적인 고민 해결방법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Doing(구체적인 계획수립이나 행동변화 설계)' 보다는 'Being(목적, 의미, 가치에 대한 인식)' 이 선행되지 않으면 K부장의 고민은 계속 제자리에 맴돌 수밖에 없어 보였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는다는 건 단순히 적성검사 결과표에 나타난 직업군을 선택하는 것과는 다른 일이다. 더욱이 적지 않은 경력을 쌓은 직장인이 한참 후에 적성검사 결과표를 가지고 자신의 커리어를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그보다는 왜 일을 하는가, 일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가, 그것을 얻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까 같은 일종의 가치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경력자들은 가치 중심보다 경력 중심의 사고를 한다. 지금까지 이러이러한 일을 해왔으니 이 경력을 살리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따지는 것이다. 일견 당연해 보이는 합리적인 방식이다. 마치 수험생들이 전공보다 학교를 먼저 따지고, 신입 사원들이 직무보다 회사를 먼저 고려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이 하는 일이 자신의 커리어와 목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자신의 비전과 나아가 삶의 목적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해 하나의 얼라인먼트를 만드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물론 목적이나 비전을 찾기까지 상당히 어려운 과정을 거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이런 관점으로 자신의 일을 바라본 경험이 없는 탓이다. K부장도 필자와의 커리어 코칭을 통해 삶의 목적까지는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자신의 일에 관한 5가지 중요한 가치를 찾아낼 수 있었다. 위에 제시된 표는 HR코리아에서 커리어 코칭을 할 때 사용하는 설문과 예시다. K부장은 이를 통해 자신에게 중요한 업무가치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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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부장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 가운데 '새로운 모험과 도전', '자발적 참여', '자신감', '자신의 명성', '개인적 성장' 을 중요한 업무가치로 꼽았다. 그리고 각각의 가치들이 현재 자신의 상황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살펴 보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K부장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고민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그에게 있어 현재 맡고 있는 업무가 자신의 적성에 부합하는지 여부는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들을 이뤄낼 수 없게 하는 현재의 업무조건이 더 큰 문제였다.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뚜렷해지는 조직체계와 지루한 업무환경은 목표를 향한 도전, 개인적 성장, 성취감을 도모하는 데 어려움을 주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K부장은 자신의 업무가치에 뼈대를 이루고 있는 '자부심', '열정' 등이 식어가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L사로의 이직이 직급이나 연봉 면에선 안정감을 가져다주었지만, 본질적으로 자신이 중요하게 여겼던 가치들에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커리어 코칭 과정을 마친 몇 달 후, 필자는 한 모임에서 K부장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K부장이 인사를 하며 건낸 명함에는 국내 한 컨설팅회사의 로고와 컨설턴트라는 직함이 쓰여 있었다. K부장은 전과 같이 맡은 업무로 정신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자신이 원했던 일인 만큼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과는 달리 삶에 있어서 균형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가치 중심의 경력설계를 하라

커리어와 관련된 직장인들의 요구사항을 보면, 대부분의 경우 다음 커리어를 어떻게 개선하느냐에 대한 테크닉을 개발하거나 기술 향상 방법을 찾는 것에 국한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입사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이력서 작성 요령, 면접 통과를 위한 전략적 자기표현 기법, 조직 내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방안, 유리한 연봉협상을 이끌어내는 전략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커리어 설계의 가장 기본적인 가려움증을 해소하는 것으로, 특정 주제에 집중해 빠르게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꼭 필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일종의 '계획'에 해당한다.

또 다른 요구사항은 '목표' 수립에 관한 것이다. 커리어에 관한 막연한 불안감을 떨쳐내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분명히 하는 것, 혹은 막연한 기대를 넘어 구체적으로 실현가능성을 높이는 것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과정에선 자기분석과 정보수집, 그리고 그것을 구조화하는 작업들이 필요하다. 예컨대 이직이나 전직을 희망하는 사람이 어떤 분야로 가는 게 좋을지 고민한다면, 우선 자신이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들을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직무정보와 기업 정보를 모아 여러 각도로 분류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의미 있는 패턴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목표를 분명히 할 수 있다.

첫 번째 단계인 '계획' 은 그 자체로선 큰 의미가 없다. 두 번째 단계인 '목표' 가 있어야 '계획' 이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의 단계가 더 요구된다. 바로 '인식' 의 단계다. 앞의 사례에서 K부장에게 필요 했던 게 바로 인식이었다. 일과 삶의 목적, 가치, 비전 등 눈에 보이지 않는 'Being(존재 자체에 대한 인식)' 에 대한 갈증이 K부장의 커리어를 송두리째 혼돈으로 빠뜨린 것이다. 만약 이 과정에서 인식에 관한 부분을 간과하고 계획이나 목표에 포커스를 맞추게 되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 어 렵다. 이는 경력설계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만약 자신의 커리어관리에 무언가가 빠진 느낌이 든다면, 그것이 어떤 요소인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뛰고 있 지만 무엇 때문에 바쁜지 알 수 없다면, 그것 역시 다시 한번 곱씹어 문제점을 반드시 파악해야 한다. 계획이나 목표만큼 중요한 게 바로 인식이란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삶의 목적을 탐구하기 위한 질문

1. 한가할 때 무슨 일을 하는 걸 좋아합니까?
2. 현재 직업이나 활동 중에서 어떤 것들을 즐기고 있습니까?
3. 당신은 천성적으로 무엇을 잘합니까?
4. 지금까지 이룬 성공 중에서 가장 큰 10가지는 무엇입니까?
어떤 점에서 그것을 성공이라고 생각합니까?
5. 열정적으로 생각하는 명분이나 가치는 무엇입니까?
6. 지금까지 삶에서 얻은 10가지 중 가장 중요한 교훈은 무엇입니까? 그것을 중요하게
만든 것은 무엇입니까? 당신은 그 교훈을 어떤 방식으로 생활에 활용합니까?
7. 당신의 인생을 돌이켜볼 때, 끊임없이 떠오르는 이슈나 의식되는 문제들이 있습니까?
8. 주로 무엇을 하는 공상에 빠집니까?
9. 당신의 묘비엔 어떤 일들이 쓰이길 바랍니까?
10. 실패하지 않는다는 것이 명확하다면 무슨 일을 하고 싶습니까?

최효진 대표는 누구…

최효진(62) HR코리아 대표는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선더버드 MBA(국제경영 전공)를 수료했다. SK그룹 회장실 비서실장, SK텔레콤 해외사업본부장, 글로벌사업추진실장 등을 역임한 최 대표는 현재 서울대 경영대학원을 비롯해 삼성, KT 등 대기업에서 비즈니스 리더들을 대상으로 커리어 코칭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다이나믹 시커', '다이나믹 코칭 리더십' , '삶을 움직이는 힘 코칭 핵심 7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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