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슬로프로 변한 폐광에서 금맥 타고 스키를 즐겨라


슬로프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무척 아름답습니다. 주말에 슬로프 한번 타려고 몇 십 분을 기다릴 필요가 없으니 그것만으로도 최고 아닙니까"

오투리조트는 타운형 리조트를 표방하는 곳이다. 태백 시내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4계절 도시형 휴양리조트로 손색이 없다


백두대간의 심장부인 함백산 정상 일대에 조성된 태백 오투 (O2)리조트가 겨울 시즌을 맞아 한층 업그레이드된 은빛 설원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시즌 '맛보기' 개장으로 고객들에게 호된 신고식을 치른 오투리조트 스키장은 올겨울 확 달라진 모습으로 고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스키장 개장 원년' 을 선언한 오투리조트에서 1박을 하며 여러 가지 시설의 장단점을 살펴봤다.

스키하우스가 있는 슬로프 아래에서 바라본 오투리조트는 넓지 않았다. 솔직히 조금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는 처음 방문한 자의 무지에서 비롯한 착각이었다. 실상은 180도 달랐다. 스키장 규모로 봤을 때 오투리조트는 국내 19개 스키장 중 두 번째로 큰 면적을 자랑한다(한국스키장경영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하이원 4,991,751㎡/오투 4,799,000㎡/무주 4,037,600㎡/용평 3,436,877㎡다).

국내 최고 높이(해발 1,420m)에 있는 오투리조트 슬로프는 함백산을 휘감으며 내려온다. 스키하우스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 더 많은 슬로프가 숨어있다는 뜻이다. 오투리조트 콘도는 특이하게 슬로프 위 해발 1,100m 지점에 자리잡고 있다. 스키하우스를 뒤로하고 콘도로 향하면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태백산맥이 바로 눈높이로 보이는데 멀리 매봉산에서 바람을 타고 돌아가는 풍력단지 풍경은 이국적이기까지 했다. 고원형 리조트라는 설명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 장엄함과 상쾌함이란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른다. 국내 최고원에 위치한 리조트이니 만큼 맑은 공기와 웅장한 경관은 오투리조트가 지닌 최대 장점 중 하나다. 말 그대로 천연산소 O2의 느낌이 온 몸으로 느껴진다.

오투리조트는 전국 최초로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해 조성한 종합 휴양리조트다. 지난 2001년 12월 태백시와 코오롱건설 컨소시엄이 공동 설립한 태백관광개발공사가 2008년 10월 오투리조트 콘도와 골프장을 개장한 데 이어 같은 해 12월 스키장을 열면서 국내 리조트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다.

새로 만든 곳이다 보니 모든 시설은 깔끔했다. 타워형과 빌라형으로 나뉜 콘도는 모두 424실을 갖췄다. 내부 크기는 60.92㎡(20평형), 99㎡(30평형), 129.46㎡(40평형) 형으로 구성됐다. 10층 규모 2개 동으로 구성된 타워형 콘도는 뛰어난 조망권을 확보하고 있다. 어느 객실을 이용해도 슬로프와 함백산의 탁 트인 전망을 즐길 수 있다. 오투리조트는 콘도 외에 101실 규모의 유스호스텔도 갖춰 동시에 2,8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타워콘도 로비에서 스키를 신고 나와 바로 베이스까지 활강할 수 있는 스키장 동선이었다. 타워콘도 로비와 연결된 중상급자용 글로리3코스는 폭 80m, 길이 2.7㎞로 기세등등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오투리조트 스키장은 슬로프 12면에 곤돌라 1기와 리프트 5기, 눈썰매장, 익스트림파크 등이 설치되어 있다. 고산지대인 태백지역 특성상 설질이 뛰어나고 슬로프 코스가 다양해 스키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처음 개장했을 땐 2% 부족한 시설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게 사실이다. 오투리조트 김연우 팀장은 말한다. "애초 계획한 스키장 준공 날짜가 2009년 2월이었습니다. 지지부진한 공사진척으로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급하게 문을 열었어요. 콘도와 경관에 대해선 고객들이 무척 만족했지만, 부족했던 슬로프 상태나 직원 서비스 부분에선 실망스러운 점이 분명 있었습니다."


오투리조트는 이번 시즌을 기다렸다. 미흡했던 슬로프 공사를 마치고 기존 16면이던 슬로프를 고객들의 수준과 편의에 따라 12면으로 조정했다. 직원 서비스 교육에도 신경을 썼다. 오투리조트는 전체 슬로프 중 3분의 1 이상이 초급자용 코스로 탑승시설 6개 중 5개를 초보자가 이용할 수 있다. 오투리조트는 함백산 정상 부근에 위치한 으뜸마루(1,420m)에서 초급자를 포함한 모든 스키어들이 동시 출발하도록 설계된 점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실력이 다른 가족단위 이용객이나 연인들이라도 정상에서 함께 출발할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 정상에서 각자의 수준에 맞는 코스를 선택해 활강하다가 중간 베이스에 도착해 가족 상봉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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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드림1 코스는 슬로프 길이가 3.2km로 초보자 단일코스론 전국에서 가장 길다. 드림1은 5세 이하 아이들을 데리고 안전하게 스키를 즐길 수 있는 곳인 만큼 어린 자녀가 있는 젊은 가족들에게 인기가 높은 곳이다. 상급자 코스도 훌륭하다. 총 5개 슬로프가 국제스키연맹 FIS 공인슬로프 규정에 맞춰 국제대회유치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2008년 12월 국제스키연맹 국제 공인슬로프 인증 담당관이 현장을 실사한 후 챌린지1, 챌린지2, 챌린지3, 패션1, 패션2 를 국제 공인슬로프로 인증했다.

국내 스키어들의 최대 불만사항 중 하나는 리프트 탑승시간이 길다는 것이다. 보통 유명 스키장에서 주말에 스키를 타려면 40~50분씩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오투리조트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한적해 그야말로 황제스키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슬로프에서 만난 이용객 김현수 씨는 신작로를 달리는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번잡하지 않고 한적한 곳이라 무척 마음에 듭니다. 개장한 지 얼마 되지 않는 곳이라 당연히 하드웨어는 최고 수준이죠. 슬로프에서 보이는 경치도 무척 아름답습니다. 주말에 슬로프 한번 타려고 몇 십 분을 기다릴 필요가 없으니 그것만으로도 최상 아닙니까." 스키장을 운영하는 입장에선 조금 씁쓸할 수 있는 얘기다. 하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기다림 없이 스키를 즐길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즐거울 수가 없다.

오투리조트의 스키장 인지도는 아직까지 10위권 밖으로 비교적 낮은 수준이다. 리조트 측은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최근 지속적으로 브랜드 인지도 확산을 꾀하고 있다. 오투리조트 김연우 팀장의 설명이다. "현장 정보를 고객과 빠르게 소통하기 위해 SNS마케팅 전략을 집중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할인 패키지 상품과 각종 이벤트, 고객참여 프로모션, 스키middot;보드 대회 등을 마련해 고객 유인과 인지도 확산이라는 두 마리 토끼몰이를 하고 있어요."

오투리조트는 이번 10/11 시즌에 내방객 60만 명 정도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목표치보다 20만 명 정도가 많다. 오투리조트는 폐장일이 가장 늦은 스키장 중 한 곳이다. 지난 시즌 오투리조트 폐장일은 3월 말이었다. 태백은 지리적으로 설 이후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이라고 김연우 팀장은 귀띔했다. 강원도 산간을 중심으로 폭설이 쏟아진 만큼 이번 시즌 폐장일은 더 늦춰질 전망이다.

오투리조트에는 골프장도 있다. 회원제 18홀(파72/7,160야드)과 퍼블릭 9홀(파36/3,552야드) 등 총 27홀을 갖추고 있다. 골프장 설계의 명가인 미국 DYE사가 디자인했다. 오투리조트 골프장은 산악지형을 활용한 다이내믹한 코스로, 홀마다 워터 해저드와 벙커가 교묘하게 배치돼 색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특히 해발 1,100m 고원에 조성된 그린은 공기저항을 적게 받아 평균 비거리가 10m에서 많게는 30m까지 많이 나간다. 장타의 쾌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란 얘기다. 여름 시즌 국내 골퍼들이 시원한 고원 골프장을 찾아 해외로 나가고 있는 추세를 감안할 때 오투리조트가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오투리조트는 타운형 리조트를 표방하는 곳이다. 국내 대다수 리조트가 도심과 동떨어진 오지에 위치하고 있어 많은 시설을 자체적으로 조성해야 하는 데 반해, 오투리조트는 태백 시내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도심 기반시설을 함께 이용할 수 있다. 레이싱파크와 태백산, 검룡소, 황지연못, 매봉산 풍력단지는 물론, 태백 시내에 있는 자유시장, 통리 5일장 등 다양한 관광명소를 방문할 수 있어 다양한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즐길 수 있다. 4계절 도시형 휴양리조트로 손색이 없다. 태백시는 오투리조트 조성을 계기로 '태백리조트 시티' 라는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서천범 소장은 말한다. "가족단위 여행객이 증가하면서 숙박, 관광, 레저를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체류형 관광, 일명 원스톱 관광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한 번 거처를 정하면 불필요한 이동과 경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죠. 오투리조트는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휴양공간 개념을 리조트라는 한정된 공간이 아닌 태백시 전체로 확장했습니다."

오투리조트는 폐광으로 지역경제 붕괴 위기에 놓인 태백시가 신성장동력 중 하나로 추진한 사업이다. 오투리조트의 개장은 태백지역뿐만 아니라 강원남부권의 관광벨트에도 큰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며 김연우 팀장은 자신감을 나타냈다. "오투리조트는 올겨울 시즌을 계기로 국내 최고타운형 가족휴양지로 자리잡을 것입니다. 폐광이라는 우울한 공간이 꿈과 희망이 가득찬 오투리조트로 변신해 새로운 관광명소로 자리잡는 것이지요."

서울에서 오투리조트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2시간 30분이다. 영동고속도로 만종분기점에서 중앙고속도로로 갈아 탄 후 제천 IC로 빠져 나와 38번 국도를 타면 된다. 생각보다 멀지 않은 곳에 황제스키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있으니 한번쯤 겨울여행 계획을 세워보는 건 어떨까.

사진 오투 리조트 제공
하제헌 기자 azzuru@hk.co.kr


FOR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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