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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상황에서 일반인이 점보 여객기를 착륙시킬 수 있을까?

불가능하지 않다. 하지만 자동조종장치의 도움과 엄청난 행운이 따른다는 전제하에서 그렇다. 지금껏 조종사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서 평범한 일반인이 소형 개인항공기를 무사히 착륙시킨 사례는 몇 건이 있었지만 대형 여객기의 경우 영화 속 주인공을 제외하면 현실에서 그런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다.

점보 여객기는 일단 항공기의 조종 권한을 인계받는 것부터 쉽지 않다. 9·11 테러 이후 모든 상업용 항공기는 잠금장치가 부착된 문으로 조종석과 객실을 분리, 외부인이 조종석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무시하고 어찌어찌해서 조종실로 들어가 관제탑과 교신이 됐다고 치자. 아니 관제탑은 착륙지점 16㎞ 내에서만 교신이 가능하므로 아마도 레이더실과 교신할 개연성이 높을 것이다. 어쨌든 그곳에는 당신이 조종해야 할 기종의 항공기, 혹은 그와 유사한 기종을 조종해봤던 조종사가 근무하고 있어 음성으로나마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때 대다수 관제사들은 최우선적으로 자동조종장치에 항공기의 고도, 대기(對氣) 속도, 방향 등을 수정 입력하라고 지시할 것이 확실하다. 미국 항공관제사협회(NATCA)의 안전·기술 부문 책임자인 데일 라이트는 이렇게 말한다. "이는 비디오테이프에 TV프로그램을 녹화하려면 정확한 순서에 맞춰 VCR을 조작해놓아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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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VCR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어려울 뿐입니다." 만일 관제사의 지시에 따라 실수 없이 정보 입력을 마치고 자동조종장치를 작동시키면 나머지는 항공기가 알아서 한다. 이후 안전한 착륙을 결정지을 열쇠는 항공기에 자동착륙시스템이 채용돼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이 시스템은 조종사의 조작 없이 스스로 스로틀을 제어, 자동 착륙을 가능케 해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모든 대형 여객기가 이를 보유하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자종조종을 해지하고 수동 조작으로 항공기를 착륙시켜야 할 수도 있다.

미국 항공기 오너·조종사협회(AOPA)의 대변인 크리스 댄시에 따르면 수동착륙 시 비숙련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너무 낮거나, 너무 느리게 비행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항공기의 날개가 충분한 양력을 얻지 못해 실속(失速)을 일으키게 된다.

또한 수동착륙 시에는 항공기가 착지한 후 반드시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며 활주로가 짧다면 엔진을 역추진시켜 정지거리를 줄여야 한다. 설령 자동착륙시스템이 있더라도 중량이 400톤이나 되는 제트 여객기의 안착은 여전히 큰일이다. 시스템을 작동시키고 난 후에도 좌우 날개의 플랩을 펴고, 착륙장치를 내려야 하며 항공기의 하강에 따른 속도 변화를 자동착륙시스템에 계속 입력해야 한다.

만일 조종간을 잡은 사람이 관제탑의 도움을 받아 이 모든 것을 정확히 수행했다면 착륙지점 3마일(4.8㎞) 앞에서부터는 자동착륙시스템이 나머지 모든 조작을 처리하므로 조종사는 마음을 푹 놓고 주변 경치를 구경하면 된다. 라이트의 말이다. "조종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이 아무도 다치는 사람 없이 대형 항공기를 착륙시킬 확률은 1% 미만입니다. 그런 날은 정말로 행운의 날일 것입니다."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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