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해수 증발량이 많아지면 지역별 강우량 불균형이 심화되고 열대지방, 스칸디나비아 반도 등 특정지역에 집중호우가 나타나 강한 폭풍과 잦은 홍수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지구에서 해수 증발량이 가장 많은 북회귀선과 남회귀선의 사이 지역, 다시 말해 열대 바다는 염도와 수온 상승이 가속화되면서 생물이 살 수 없는 해역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바다의 사막화가 확산된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과학자들은 매년 그 규모가 커지고 있는 물의 순환을 약화시키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지금껏 성공적인 결과를 얻지 못했다. 방법이 없을까. 지금으로서 가장 기대를 걸어볼 만한 기술은 '해양온도차 발전(Ocean Thermal Energy Conversion, OTEC)'이다.
1970년대에 처음 시도된 OTEC는 명칭에서 느껴지듯 발전기술의 하나다. 시추선을 이용, 차가운 심층수를 표층으로 끌어올려 심층수와 표층수의 온도차이로 발전을 하는 것. 그런데 이를 대규모로 수행하면 심층수의 유입에 의해 표층수 온도를 낮추는 부가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우즈홀해양연구소의 레이 슈미트 박사도 이에 동의한다. "만일 우리가 표층수 온도를 낮출 수 있다면 물의 순환이 약화되는 것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세계 최초의 OTEC 연구는 1998년 마지막 시범플랜트가 폐쇄되면서 막을 내렸지만 현재 부활의 조짐이 일고 있다. 2009년부터 미 해군이 록히드마틴에 총 1,250만 달러를 지원, 하와이 인근 해역에 OTEC 상용플랜트를 건설하고 있는 것.
또한 타히티에도 한 국제컨소시엄에 의해 OTEC 플랜트 건설이 검토 중이다. OTEC와 유사한 방법으로 '솔트 핑거링(salt fingering)' 기술도 있다. 2002년 일본 토호쿠대학 연구팀이 시도한 이 기술은 가느다란 파이프를 이용, 저온·저염도의 심층수를 표층으로 끌어올린다.
파이프 속의 심층수가 조금씩 따뜻해지면서 서서히 표층으로 올라와 분수처럼 뿜어지는 메커니즘이다. 심층수는 표층수보다 신선하며 엽록소와 식물성 플랑크톤의 성장을 돕는 영양분이 잔뜩 들어 있기 때문에 솔트 핑거링을 고염도 해역에서 운용하면 사막화된 바다의 특정 지점을 생명체가 충만한 오아시스로 변모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
일본 연구팀의 실험결과에서도 그 가능성이 확인됐다. GPS를 부착한 길이 300m의 PVC 파이프를 태평양의 마리아나 해구에 설치했는데, 마루야마 시게나오 연구 팀장에 따르면 심층수가 뿜어지는 파이프 주변의 엽록소 농도가 주변 바다와 비교해 100배나 높았다.
다만 OTEC나 솔트 핑거링은 사실 임시방편에 속한다. 지구온난화 자체가 아닌 지구온난화로 나타난 증상을 치료하는 대증요법에 가깝다. 그러나 마루야마 팀장은 솔트 핑거링이 국지적으로나마 해양생태계 파괴를 복구할 잠재력을 지녔다고 믿는다. 그의 연구팀은 내년 중 공해에서 새로운 솔트 핑거링 연구를 시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