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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점검] 국내 방사성 물질 감시ㆍ측정 어떻게 이뤄지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성 물질 유출 공포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미 국내 대기(大氣)에서 방사성 요오드와 세슘이 검출됐고 방사성 물질이 함유된 비가 내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방출로 바닷물의 오염 문제까지 대두되며 국민적 불안감은 확산일로를 걷고 있다. 이에 원전 폭발 이후 국내 대기환경의 방사성 물질 유입을 감시하고 있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을 찾아 방사성 물질 측정은 어떻게 이뤄지며 문제점은 없는지 점검해 봤다.



국내에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KINS)이 운영·관리하는 방사능측 정소가 서울, 춘천, 대전, 군산, 광주, 대구, 부산, 제주, 강릉, 안동, 수원, 청 주 등 12개 지역에 설치돼 있다.

이들 12개 지방측정소들은 지금까 지 핵종의 감마(γ)선 에너지 스펙트럼 을 분석하는 고순도 게르마늄 검출기 (HPGe) 12대와 이동식 장비 3대, 그리고 고용량 공기 시료 채집기를 활용해 대기 중의 방사성 물질 유입을 측정·감 시한다. 또한 토양, 해수, 채소 등의 방사성 물질 검출 여부도 확인하고 있다.

이중 공기시료 채집기는 활성탄 필터(차콜필터)와 HEPA 필터(공기미 립자 흡착)를 활용해 하루 24시간 약 80~90㎥의 공기를 포집한다. 이렇게 포집한 공기 중의 부유 먼지를 24시간 (8만초)에 걸쳐 고순도 HPGe로 정밀 계측하는 것.

특히 KINS 지방측정소의 경우 일 본으로부터의 방사성 물질 영향 탐지 를 위한 대기 부유진 포집 및 분석에 유리섬유 필터를 사용하고 있다. 유리 섬유 대기 부유진 필터의 사용은 비상 시 신속한 측정을 위한 일반적인 조치 며 포괄적핵실험금지기구(CTBTO)가 운용하는 전 세계 80개 방사성 물질관 측소에서도 유리섬유 필터를 쓴다.

KINS 방사선안전본부 윤주용 실 장은 "유리섬유 필터는 상대적으로 많 은 공기를 흡입, 최소 검출가능 방사 능을 낮춰 극미량의 방사성 물질까지 측정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동일 시료를 이용해 방사성요오드, 세 슘 등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출됐을 것 으로 예상되는 모든 핵종을 동시에 측 정하여 신속히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 했다.

HPGe로 다양한 핵종 분석



고순도 HPGe는 감마 방사성 동위원 소에서 방출되는 감마선의 에너지를 측정하는 장치다. 대다수 국가에서 감 마선 분석에 이를 사용하며 연구자들 은 이 장치에서 얻어진 데이터를 가지 고 방사성 핵종에 대한 정보와 방사능 의 순도, 화학적 세기 등의 정보를 파 악할 수 있다.

감마선이 원통 모양의 고순도 게르 마늄(Ge) 결정을 통과하면서 Ge 원자 들과의 충돌을 일으켜 발생하는 전자 의 양과 횟수를 측정하는 메커니즘으 로 작동된다. KINS에 따르면 감마선은 광자 (photon)들이 빛처럼 흐르는 것으로 서 크기가 매우 작고 전하를 가지지 않 는 특징 때문에 투과력이 매우 좋다.



고순도 HPGe는 검체로부터 방사성 물질을 분리하거나 농축할 필요 없이 다량의 시료를 검색기에 넣고 동시에 다양한 종류의 감마선 방출 방사성 핵 종의 존재 유무와 양을 분석할 수 있 다.

분석을 위한 전처리는 최소화하면 서 최대한의 데이터를 얻어내는 셈이 다. 이런 장점에 힘입어 고순도 HPGe 는 체르노빌 원전사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핵 관련 사고에서 시간의 지체 없이 가장 단 시간 내에 특정 방 사성 핵종의 오염여부를 분석할 수 있 는 유일한 장비로 꼽힌다.



과일·생선·육류는 감시 사각지대

이렇게 KINS 지방측정소들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순간에도 대기와 토양, 해 수, 식품 속의 방사성 물질을 측정해 국 민 안전을 지켜주고 있었다. 그런데 오 히려 3·11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이 들의 감시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듯한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비상상황이 한달 이상 지속되면서 국내로 유입되는 대기의 방사능 점검에 매달리다 보니 그 외의 업무는 두 손을 놓을 수밖에 없는 한계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최근 광주 지방측정소는 토양·지 표수·과일·생선·육류 등에 대한 방사 능 환경 변화 연구를 아예 중단하기도 했다. 이는 비단 광주만의 문제는 아니다. 다른 지방측정소도 사정은 마찬가 지다.

KINS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한 달 간격으로 실시하던 대기 중 방사물 물질 시료 채취가 하루 한 번으로 강화 되면서 연초에 세웠던 방사능 측정 연 중계획에 차질이 발생했다"며 "광주를 포함한 12개 지방측정소 대부분이 장 비와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 혔다.


실제로 전남대에 설치된 광주 지방 측정소의 경우 연구 인력이 소장과 연 구원, 연구보조원을 포함해 총 3명에 불과하다. 매일 24시간 이어지는 대기 부유진 측정 업무를 수행하기에도 힘겨운 실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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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지금껏 이곳에서는 광주· 전남 지역 15개소의 지표수 하천에 대 한 방사성 물질을 측정해 왔지만 올해 는 현재까지 4곳의 하천 시료를 채취했 을 뿐 HPGe를 통한 정밀분석은 엄두 도 내지 못하고 있다.

KINS의 또 다른 한 관계자는 "국 내 방사성 물질 측정장비와 인력 보유 기관은 KINS를 비롯해 한국표준연구 원·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한국원 자력연구원 등 일부에 국한된 상태"라 며 "방사성 물질 유출 위험성이 확산되 면서 비상근무체제에 돌입한 후 휴일도 반납한 채 일하고 있지만 급증하는 분석 수요에 적절히 대응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또 "식 품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청(KFDA) 에서 처리하고 있다고 해도 나머지 분 야들은 자칫 사각지대로 남을 수 있다" 며 "측정 장비와 인력확충이 시급하다" 고 강조했다.



심각한 장비ㆍ인력 부족

교육과학기술부에 의하면 현재 국내 방사정 물질별 측정 장비는 총 30대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가운데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방사성 물질별 측정 장비는 단 12대에 지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방사성 요오드를 측정할 수 있는 장비는 감마 핵종 분석시스템 22대, 휴대용 감마 핵종 측정기 3대 등 총 25대를 보유 중이지만 수도권에 치중돼 있고 지방 보유분은 12대에 불과하다. 특히 방사성 제논 측정 장비의 경우 현재 국내에 보유 중인 것은 단 1대 뿐이다.

플로토늄 측정 장비 또한 알파 스펙트로 미터 시스템 3대와 다중 검출기 유도결합 플라즈마 질량 분석기 1대로 총 4대밖에 없으며 그나마도 지방에는 단 한곳도 설치돼 있지 않다.

이와 관련 김정훈 한나라당 의원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여파로 국민들의 방사성 물질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데도 이를 전문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방사성 물질별 측정 장비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의원은 또 "주변국들의 원전 사고 발생시 신속하고 정확하게 방사능에 대한 정보를 국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현실에 맞는 고감도 방사능 측정 장비 확보가 필요하다"며 정부에 대책 다련을 촉구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방사능표준센터 이종만 박사는 "일본 원전 사태가 조만간 진정 국면에 접어든다고 하더라도 환경에 축적된 방사능 분석 수요는 향후 수십 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공기와 빗물의 감마 방사능 감시 시스템 구축과 상시 운영시스템 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체 방사능 오염도 측정


표준硏, 인증표준물질 개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방사선표준센터는 최근 인체 내부에 오염된 방사능을 측정하고 분석할 수 있는 방사능 전신 계측기 교정용 인증표준물질(CRM)의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방사능 전신 계측기는 작업자의 전신에 오염될 수 있는 방사성 핵종을 정밀 신속 정확하게 측정·분석할 수 있는 장비로서 이번 표준연의 CRM 개발로 국내 원자력발전소를 비롯한 원자력 관련 기관들은 한층 정확도와 안전성이 확보된 CRM을 저렴한 가격으로 빠르게 공급받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전신계측기는 원전 등 방사선 피폭 위험시설 작업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필수 장비지만 지금껏 이 장치의 교정을 위해 사용하는 CRM은 미국, 유럽 등지에서 전량 해외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특히 CRM 생산자로부터 국내 수요자로 보급되는 기간이 3~4개월 이상 소요되면서 CRM의 방사능 농도가 낮아져 정확한 교정에 어려움을 겪어 왔으며 장기간 사용할 경우 방사성 표준물질의 형태가 변하거나 용기 벽면에 원소 침전 및 흡착이 발생하는 등의 문제도 있었다.

표준연 오필제 연구원은 “이번에 개발된 CRM은 이미 숙련도 시험을 통해 정확도와 안정성을 검증 받았다”며 “공급가격이 기존 수입가격의 50% 정도에 불과해 연간 약 2억원 이상의 수입 대체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덕=구본혁 기자 nbgk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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