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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보병 전투 장비 총람

보병은 군대의 꽃이다. 아무리 많은 첨단 전투기와 전차, 항공모함을 보유하고 있어도 보병 없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전쟁의 승리를 공식 선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보병이 두 발로 적진을 장악했을 때뿐이다.
그럼에도 지금껏 보병용 전투 장비는 전투기나 전차에 비해 진화가 더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미래 전장은 다르다. 최신 과학기술이 접목된 총기와 전투복, 컴퓨터 네트워킹 기술의 도움으로 보병 한명 한명이 마치 아이언맨과 같은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베트남전쟁을 다룬 영화 '풀 메탈 재킷'에서 미 해병대 분대는 단 한 명의 베트콩 저격수에 의해 엄청난 피해를 입는다. 이처럼 숙련된 저격수는 혼자서 적군 100명의 발을 묶어 놓을 수도 있는 막강한 존재다. 하지만 총알이 날아오는 방향을 알려주는 최첨단 군사 기술 앞에서도 저격수는 영화에서처럼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미군은 지난 3월 아프가니스탄의 자국 병사들에게 적이 쏜 총탄이 날아오는 방향과 거리를 알려주는 개인용 탄환감지기(Individual Gunshot Detector, IGD)를 지급했다. 중량이 약 900g인 IGD는 총탄이 공기를 가를 때 생성되는 음파를 4개의 음향 센서로 탐지, 삼각측량법과 음파 파형 분석을 통해 각각 총탄의 발사거리, 날아오는 방향을 밝혀낸다.

그리고 이 정보를 병사의 방탄복에 부착된 스크린에 시현한다. 총탄이 발사된 후 1초 이내에 이런 정보가 병사의 스크린에 표시된다. IGD의 탐지거리는 400m 이상이며 오차범위는 거리 10%, 방향 7.5도 이내다.

NCW 체계로 통합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이런 첨단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뻣뻣한 전투화에 뒤꿈치가까지고 탄띠는 수시로 풀어지기 일쑤다. 또한 행군 시 어깨를 파고드는 군장 끈, 방염 처리되지 않은 전투복 등 병사의 피로도와 위험성을 높이는 비(非) 인체공학적인 장비들로 인해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이다.

디지털화가 급속도로 진행된 21세기의 군인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동떨어진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최첨단 기술의 결정체인 해군 전투함이나 공군 전투기, 육군의 전차와 자주포까지 모든 군용 장비는 컴퓨터와 네트워크라는 문명의 이기의 혜택을 받고 있다. 센서를 활용해 스스로 주변 상황을 파악하며 해당정보는 네트워크에 의해 모든 아군과 공유한다.

지휘관은 이 정보를 이용, 가장 빠르고 합리적인 작전 지휘를 내리게 된다. 오직 무전기의 음성정보에만 의존해 작전을 지휘하던 과거와 달리 네트워크화된 정보 공유는 한층 신속하고 효율적인 지휘 통제를 가능케 해 준다. 이를 일컬어 '네트워크 중심전(Network Centric Warfare, NCW)' 이라 한다.

문제는 한 나라 군사력의 최말단이라 할 수 있는 보병의 경우 이러한 첨단 기술의 혜택을 가장 늦게 누리고 있다는 것.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보병이 휴대하는 통신장비는 무전기 밖에 없어 무전기 사용이 불가 한 상황에서는 직접 지휘부로 달려가 상황을 전달해야 한다.

이와 달리 미국 등 군사 선진국들은 이미 1980년대부터 NCW 시대에 걸맞은 보병 육성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이 같은 노력에 더욱 가속도를 붙이도록 종용한 요인이다. 실제로 두 전쟁의 핵심은 현지 게릴라들과의 전투, 그중에서도시가전과 산악전이었다.

시가전과 산악전은 현지 지형에 익숙한 측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고 지휘관들이 전황을 파악하기도 어려워 미군이 자랑하는 기갑과 포병, 항공 전력의 절대적 우위조차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이다. 해법은 하루빨리 보병들을 NCW 체계에 통합시키는 것이었다.

NCW야말로 전장의 상황판단이 뛰어나고 가장 효율적 지휘를 가능케 해주는 전쟁 형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늘날 군사 선진국들의 미래형 보병 장비 개발에는 모두 '보병의 NCW 체계 통합'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개인 화기의 진화

미 해병대에서는 "궁지에 처했을 때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자신의 소총"이라고 가르친다. 그러나 기존의 소총 메커니즘은 이미 더 이상의 발전이 어려운 한계점에 도달했다.

공학적으로 현대 소총의 발사 메커니즘은 1940년대와 1950년대 등장한 AK소총, M-16 소총에서 이미 완성됐으며 이후의 소총들은 소재와 디자인 면에서만 진전 됐을 뿐이다. 게다가 기존 소총들의 메커니즘은 구태의연하다. 눈을 소총의 조준기에 가져다대야 조준이 되는 목시조준 방식을 택하고 있다.

물론 망원조준경이 나 무배율도트스코프 등 광학조준기를 사용해 명중률과 조준속도를 높이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이들 장비도 제 효과를 누리려면 정조준 견착자세를 취해야 한다. 또한 전쟁터, 특히 시가전에서 적에게 조준사격을 가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조금만 머리를 내밀어도 포화가 빗발치며 갖가지 장애물로 인해 제대로 된 조준과 견착자세를 잡 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미래의 소총은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기존 소총보다 더 뛰어난 파괴력을 갖추면서 전투 정보를 수집하는 도구로서의 기능까지 겸하게 될 것이다.

현재는 기존 소총에 주간용 비디오카메라, 야간용 열영상사이트, 레이저거리측정기, 탄도계산기 등이 부착된 총기가 가장 유력한 미래 보병용 소총의 형태로 인식되고 있다. 각종 부가장비를 소총에 장착하고 부가장비에서 보내오는 정보를 설명할 병사 개인용 헬멧 시현기와 전투 정보 네트워크를 연결시킴으로써 미래 보병은 과거 소총의 한계에서 확실히 벗어 날 수 있다.

견착자세를 취할 필요 없이 주야를 가리지 않고 엄폐물 밖으로 소총만 내밀면 목표를 정확히 사격할 수 있는 것. 소총의 파괴력을 보다 높이기 위한 시도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주로 부가장비를 부착한 20~25㎜급 휴대형 유탄발사기 형태로서 우리나라의 K-11이나 미국 XM-25 등이 그 실례다.

이 유탄발사기는 목표를 조준하면 내장된 거리측정기가 목표와의 거리를 측정하고 이어 탄도계산기가 최적의 조준점을 제시한다. 이어 방아쇠를 당기면 장전된 유탄이 발사돼 사전에 입력된 목표와의 거리 정보를 기반으로 폭발, 파편을 흩뿌림으로써 목표를 타격하는 시스템이다.

40㎜ 유탄보다 폭발력은 떨어져도 공중에서 폭발하는 형식이므로 거의 동등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그 정확성 역시 뛰어나다.


정보 시현 헬멧과 전신 방탄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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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헬멧이다. 헬멧은 병사의 머리를 보호해주는 도구로서 그 중요성이 단 한 번도 무시된 적이 없다. 미래 보병의 헬멧은 머리 보호 외에 갖춰야 할 또 다른 기능이 있다.



각종 장비에 부착된 센서들을 통해 아군이 보내오는 정보를 시현해야 한다. 그리고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병사들과 음성통신이 가능한 송수화기를 갖춰야 한다. 현재 미국에서는 미래형 보병 전투용으로 단안형 디스플레이와 헤드셋, 카메라가 설치된 케블라 헬멧을 사용하고 있다.

단안형 디스플레이는 병사의 눈에 가까이 설치되며 실제 크기는 작지만 눈에 느껴지는 크기는 17인치 모니터와 유사하다. 조작은 병사의 어깨에 달린 별도의 제어장치로 한다. 그리고 헤드셋은 병사가 외부 소음을 들으면서도 통신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들 부가장비를 모두 장착하고도 헬멧의 무게는 고작 2㎏. 케블라 헬멧의 경우 무게가 이보다 적은 1.35㎏인데 이 정도로도 구형 케블라 헬멧과 동등한 방호력을 낸다. 미래 병사에게는 방탄 성능 역시 필수적이다. 방탄복이라고 하면 가슴과 배만 방호할 수 있는 기존의 조끼 모양을 많이 떠올리지만 현재 미군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전신을 방호할 수 있는 방탄복을 구상 중이다.

그 소재로는 케블라와 같은 전통적 소재는 물론 자성유체 소재도 검토되고 있다. 자성유체 소재는 실리콘 오일 속에 들어있는 철 입자의 형태로, 평소에는 유동성을 띠지만 전류를 흘리면 몇 밀리초(㎳)만에 경화되면서 방탄 성능을 띤다. 이는 너무 딱딱해 착용자의 동작을 심하게 제약하는 등 기존 방탄복의 문제점을 해소해 줄 수 있을 전망이다.

또한 미 육군과 MIT에 의해 기존 케블라보다 내충격성, 내탄성, 내화성이 우수하면서 무게는 가벼운 M5 섬유도 연구되고 있으며 미국 방산업체 아머홀딩스는 자성유체 소재와 비슷한 전단농화액체 소재를 개발하기도 했다. 폴리에틸렌글리콜과 실리카나 노입자로 만들어진 이 소재는 평소에는 액체 상태지만 충격을 받으면 즉시 굳어 방탄 성능을 발휘한다.

아울러 미래의 병사들에게는 전자 통신장비를 수납할 수 있는 조끼도 필요하다. 이런 조끼는 방탄복과 일체화 시키는 것보다 모듈화시키는 게 손상이나마모시 부품 교체를 위해 더 유리할 것이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미래 병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최첨단 장비체계 그 자체다.

이는 일반적인 수준 이상의 내구성, 휴대성, 조작성을 보유해야 한다. 전쟁터에 무선인터넷 중계기 같은 것이 있을 턱이 없으므로 우수한 자체 통신능력 및 보안 기능도 지녀야 한다.

랜드 워리어

'랜드 워리어(Land Warrior)'는 미국의 차세대 보병장비 체계다. 이를 위한 컴퓨터 시스템에는 ARMX스케일 계열 프로세서가 CUP로 채용돼 있다. 이 프로세서는 PDA폰 수준의 성능과 내충격성을 지니며 강제분해 시 데이터 자동파기 기능, 권한별 데이터 접근 통제 기능 등 보안 기능이 한층 강화돼 있다.

병사의 체력을 감안해 경량화에도 극히 신경을 쓴다. 랜드 워리어의 휴대형 컴퓨터는 본체 무게를 450g 이하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지금은 외부 부착형 소형 키보드와 터치 스크린 등을 이용해 이들 컴퓨터를 제어하는 방식이 지만 나중에는 병사의 안구 움직임 혹은 생각만으로 제어할 수 있는 컴퓨터 가 나올지도 모른다.

병사의 위치정보를 아군의 네트워크에 알리기 위한 통합형 내비게이션 체계도 설치돼 있다.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GPS 시스템과 보행자 추측항법 모듈이 함께 달려 있어 위성신호가 미약하거나 적의 방해를 받을 때도 상당한 정밀도의 위치정보 파악이 가능하다. 평균적인 위치 오차는 시가지를 기준으로 최대 10m 이내다.



아군 간의 통신을 가능하게 해주는 통신체계의 경우 랜드 워리어는 30~88㎒ 주파수 범위 내에서 8개 채널을 사용할 수 있으며 별도의 중계기 없이도 스스로 근거리의 동일장비를 찾아 네트워크를 구성한 후 정보를 송수신할 수 있다. 설령 부대와 연락이 두절되더라도 현지에서 독자적인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모든 시스템은 현재 미군의 주 병력수송 장갑차 중 하나인 스트라이커 장갑차의 전자통신체계와 호환되도록 설계돼 있다. 스트라이커 장갑차에 탑승한 보병들은 장갑차의 전자통신체계를 통해 다른 차량에 탑승한 병력과도 완벽한 정보 공유 및 통신이 가능하다.

하차 시에도 차량의 통달거리 안에만 있다면 이 같은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모든 장비를 사용하려면 결국 전원이 필요하다. 전쟁터에서는 전기를 구하기 쉽지 않은 터라, 스스로 전원을 해결해야 한다.

현재는 1㎏급 충전식 리튬 계열 배터리 사용방안이 가장 유력하다. 이 배터리는 재충전 없이 최대 24시간 동안 작동 대기상태를 유지하고 8~10시간 작동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투자 확대 필요

배터리 충전방법 역시 여러 가지가 강구되고 있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병사가 움직일 때 발생되는 에너지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인력발전방식과 액체 수소 연료 팩을 통해 작동되는 2 ~ 20W급 마이크로 터빈을 이용한 발전방식이 거론된다. 마이크로 터빈 방식의 경우 300㏄의 액체 수소 연료팩만 있으면 약 6일을 연료 재보급 없이 전자기기의 작동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외에도 미래 병사의 개인장비 하 부 체계에는 각종 전자장비와 병사의 몸에서 나오는 열을 식혀줄 냉각시스템, 건강 및 심리 상태를 네트워크에 전달하는 센서 시스템, 체력을 극대화시켜줄 외골격 체계 등이 포함될 것이다. 이 같은 미래 보병 체계의 전투효율은 상상 그 이상이다.

미국에서 실시 한 차세대 복합형 소총의 모의테스트 결과, 재래식 소총에 비해 그 살상 교환비가 무려 70배나 높았다고 한다. 다만 그만큼 값이 비싸다. 병사 1인을 무장시키는 데만 수천만 원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 비싼 장비를 어떻게 공급할 수 있을까.

특히 약 70만 명이나 되는 병력을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모든 병사들에게 이만한 장비를 사주기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래 전쟁의 양상이 점차 보병 전투 위주로 바뀌어가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보병 장비에 충분한 투자를 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남는 장사임을 주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들이 보병의 NCW 체계로의 편입을 거론하며 보병 장비에 충분한 투자를 하고 있는 이때 정책결정자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글_이동훈 과학칼럼니스트 enitel@hanmail.net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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