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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금속 진실게임

청정에너지 혁명의 성패는 원소주기율표의 끝자락에 자리 잡은 29종의 희귀금속 원소들 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오랜 기간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지만 이제는 세계 각국이 펼치는 자원 확보 전쟁의 중심에 서있다.
그런데 어떤 전문가들은 자원 매장량이 우려만큼 적지 않아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2006년 12월. 에너지 분석가 윌리엄 타힐은 온라인상에 '리튬의 문제(The Trouble with Lithium)'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리고 이 보고서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채용한 친환경 전기자동차의 확산과 그에 따른 글로벌 녹색성장을 꿈꾸는 많은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그가 지적한 리튬(Li)의 문제는 매장량 부족과 매장지의 지역적 편중성 등 크게 두 가지다. 경제성을 갖춘 리튬의 채굴 가능량이 미래에 출시될 모든 전기자동차에 쓰일 만큼 많지 않으며 그나마도 특정 국가에 편중 매장돼 있어 석유에 이어 또 다른 자원무기화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 그의 보고서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전 세계의 화석연료 기반 내연기관 자동차가 리튬이온 배터리 기반의 전기자동차로 대체된다면 남미는 새로운 중동이 될 것이다. 특히 볼리비아는 지금의 사우디아라비아를 능가하는 파워를 갖게 되며 상당량의 리튬이 매장된 중국도 자원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반면 미국은 주요 전략자원 대다수를 해외에서 수입해야하는 처지에 빠지게 된다."

물론 타힐의 분석이 항상 신뢰성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그는 9·11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WTC)의 붕괴는 여객기가 WTC와 충돌하는 순간, 누군가가 WTC의 지하 80m에 있던 두 기의 원자로를 노심용융시켰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하지만 리튬의 수요가 향후 폭증할 것이라는 점만은 부정할 수 없다. 거의 모든 완성차 메이커들이 내연기관자동차의 대체물로서 전기자동차의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2008년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석유 수급을 놓고 벌어졌던 오랜 걱정이 전기자동차용 리튬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문제는 가채 매장량. 이 점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이견이 분분하다.



필자는 이 논란의 진위 파악을 위해 작년 1월 라스베이거스로 날아가 제2회 리튬 공급 및 시장 연례대회에 참석한 지질학자 R. 키스 에반스 박사와 만났다.

40년 이상 세계 리튬 매장량을 연구해온 그는 타힐의 보고서가 완전한 엉터리라고 일축했다. 또한 타힐 때문에 전 세계 리튬 공급량에 대한 자신의 2008년 논문 ' 리튬의 풍부함(An Abundance of Lithium)'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렇게 단언했다.

"리튬은 풍부한 자원입니다. 리튬이 귀하다는 생각 자체가 말이 안 됩니다."

그에 따르면 리튬 부족에 대한 우려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75년 에반스 박사는 미국 지질조사소(USGS)의 긴급회의에 참석했는데 거기서도 리튬 부족 사태가 임박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다만 당시에는 그 원인이 전기자동차가 아닌 핵융합 반응로였다. 핵융합 반응에도 막대한 리튬이 원료로 쓰이는 탓이다. 어쨌든 이로 인해 서방 세계의 리튬 공급능력에 대해 심도 깊은 조사가 이뤄졌고 1975년 현재 1,065만톤의 공급이 가능하다고 추산됐다.



"이후에도 지질학자들에 의해 더 많은 리튬 매장지가 발견되면서 2010년까지 확인된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은 2,840만톤으로 추산됩니다. 이는 리튬이 생산·판매되는 가장 흔한 형태인 탄산리튬으로 환산할 때 1억5,000만톤에 해당하죠. 그런데 지난해 리튬 시장규모는 약 10만톤에 불과합니다."

전기자동차 붐으로 인해 리튬의 수요는 10년 내 지금의 두 배로 뛸 것이다. 하지만 에반스 박사의 추산이 맞다면 우리에게는 가격폭등이나 수급불안 없이 이를 감내할 충분한 리튬이 있다.

필자가 에반스 박사와 이런 대화를 하고 있을 때 한 언론에서는 또 다른 금속 원소의 부족 가능성이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17개 희귀금속 원소의 통칭인 희토류 원소. 세계 희토류 금속 원소의 95%를 공급 중인 중국이 수출량 축소를 천명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중국은 하이브리드카, 풍력발전기를 포함한 청정에너지 분야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중요 자원인 희토류의 자국 매장량 보호를 위해 감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세계 각국이 이 조치에 당혹스러워했던 것은 당연지사다. 작년 9월 중국은 일본이 자국 어선을 억류하자 희토류 수출 중단을 선언, 일본의 백기투항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또한 이 사건 직후 미 에너지부(DOE) 관리들은 위기감을 느낀 국회의원들의 요구로 국회의사당에서 미국의 희토류 공급능력에 대해 증언해야만 했다.

특히 올 2월 미국 물리학회와 재료학회 과학자들로 구성된 합동위원회는 미국의 경우 희토류 이외의 광물자원 또한 수급에 취약성을 지닌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미국은 희토류를 포함, 에너지 분야에 필수적인 금속 원소 29종의 수요량 90%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이들은 각각 박막형 태양전지, 고효율 풍력발전기, 차세대 전기자동차, 고용량 배터리 등에 없어서는 안 될 자원이다.

위원회는 이들 자원의 수급 불안이 야기되면 청정에너지의 생산·배송·저장·활용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물론 29종의 원소 모두가 희귀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20세기 산업을 지탱해줬던 철, 알루미늄, 실리콘, 그리고 지각의 99%를 구성하고 있는 9대 금속 원소만큼 풍부한 것은 하나도 없다.





에너지 혁명의 견인차

역사적으로 과학자들은 실험실 규모의 연구프로젝트에 치중한다. 따라서 지질학자들은 그동안 새로운 자원을 찾아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이런 탓에 우리는 앞서 언급한 29종의 원소들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다.



분포, 활용성, 비용대비 효율성 등 제대로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이러한 무지(無知)가 일부 원소들에 대한 과도한 걱정을 낳았다고 할 수 있다.

일례로 작년 8월 자유주의 잡지 '리즌(Reason)'은 이 같은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기도 했다. '유가 폭등은 잊어라. 이제는 리튬, 인, 네오디뮴의 폭등 차례다!'

리튬의 경우 이러한 걱정이 정보의 부족을 해소시키며 매장량의 풍부함이 확인된 사례다. 하지만 다른 28종 역시 그렇게 될까. 그리고 현재의 리튬 공급 상황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이를 이해하려면 기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 원소들이 왜 갑자기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됐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그 답은 휘발유자동차와 전기자동차 간의 경쟁에서 찾을 수 있다.

내연 기관은 태생적으로 비효율적인 기계다. 내연 기관을 채용한 휘발유자동차의 에너지 변환 효율은 단 12.6%에 불과하다. 당초 휘발유가 지니고 있던 에너지의 12.6%만 사용할 뿐 나머지 87.4%는 열에너지, 소리에너지 등으로 하릴없이 사라진다는 얘기다. 이를 에너지변환손실이라 한다.

하지만 휘발유는 1갤런(3.78ℓ)이 지닌 에너지가 3만3,000와트시(Wh)에 달할 만큼 에너지 밀도가 매우 높은 연료여서 내연 기관 엔진의 비효율성을 상쇄시켜 준다.



내재된 에너지의 12.6%만 사용해도 중량 1톤 이상의 차량을 최소 시속 50㎞ 이상의 속도로 달리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석유의 가격이 저렴했고 매장량도 무한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20세기의 대다수 기간 동안 이 정도의 비효율은 충분히 수긍 가능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현재는 어떤가. 석유는 더 이상 저렴하지 않다. 무한자원은커녕 고갈위기에 직면해 있다. 큰 힘 들이지 않고 석유를 시추할 수 있는 매장지는 거의 사라졌으며 해저 깊숙이 시추를 해야만 석유가 나오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인구수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중국과 인도의 경제발전으로 자동차 수요는 급증세를 보인다. 2050년 지구상의 자동차 숫자는 현재의 두 배인 20억대에 달할 전망이다. 그 만큼 화석연료 고갈도 가속화될 것은 자명하다. 이런 상황에 대비한 전기자동차가 성능면에서 휘발유 자동차를 제대로 대체하려면 배터리 성능이 중요하다. 그리고 현재 가장 뛰어난 배터리는 리튬에 기반하고 있다.

실제로 리튬은 주기율표의 원소들 중 세 번째로 가벼운 원소로 경량화가 핵심요건의 하나인 에너지 저장장치의 소재로서 제격이다. 또한 반응성이 굉장히 좋아 다른 원소들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배터리의 제작이 가능하다.

휴대폰을 예로 들어보자. 세계 최초의 개인용 휴대폰인 모토로라 다이나텍의 중량은 850g이었다. 반면 아이폰4는 136g에 불과하다. 이러한 체중감량은 충전식 리튬배터리의 공이 크다.

자동차 메이커들도 마찬가지다. 리튬배터리를 활용, 전기자동차 분야에서도 휴대폰에서와 같은 효과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리튬배터리는 전기자동차를 구성하는 시스템의 일부에 불과하다.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를 밀리와트시 (mWh) 단위로 온전히 이용하려면 고효율 전기모터가 요구되며 이런 모터에는 네오디뮴(Nd), 디스프로슘(Dy) 같은 희토류 금속 원소로 된 영구자석이 들어간다.

같은 맥락에서 바람, 햇빛 등 재생가능 에너지원을 이용한 발전에도 희토류 금속은 필수 소재다. 현존 최고 효율의 풍력발전기에는 희토류 영구자석이 쓰이며 최신 박막형 태양전지 패널에는 텔루륨(Te), 인듐(In)이 사용된다.

이처럼 가장 좋은 에너지 효율을 발휘하도록 해주는 소재들은 그것이 아무리 희귀해도 시간과 노력, 자금을 투자해 찾아낼 가치가 있다. MIT 재료공학부 교수이자 10초 내에 충전되는 휴대폰 배터리를 개발해 세계적 주목을 받기도 한 거브랜드시더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가정의 콘센트로 전기자동차의 배터리를 충전하는데 전기료가 1kWh당 10센트에 불과하다고 칩시다. 이때는 전기모터용 영구자석의 효율 따위는 누구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전기로 작동되는 제품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으며 전기료 또한 비쌉니다."

이 점에서 고에너지 효율을 보장하는 원소의 가격과 매장량은 분명 좌시할 수 없는 문제다.

친환경 에너지 장치들을 전면에 내세워 청정에너지 시대를 열어 가려면 화석연료를 사용 중인 기존의 장치들보다 우수한 가격경쟁력을 갖춰야 하는데 대량생산 시스템의 구축만이 이를 실현할 유일한 방안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희귀원소들을 오랫동안 저렴하게 많이 공급받을 수 없다면 대량생산은 한낱 꿈에 지나지 않는다.

위기 완화 요인들


만약 희귀원소의 채굴을 위해 돈을 무한히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 미국 물리학회 및 재료학회 합동위원회의 보고서에는 "적어도 예측 가능한 미래에는 그 어떤 화학원소도 공급에 절대적인 한계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고 쓰여 있다. 이론적으로 과학자들은 한 양동이의 흙만 있다면 그 속에서 원하는 모든 원소를 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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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이 저렴할지, 천문학적으로 치솟을지는 전적으로 운에 달려있지만 말이다. 이 시점에서 리튬, 텔루륨, 네오디뮴 등 에너지 산업에 필수적인 29개 원소들에 대해 두 가지 의문이 생긴다. 정확한 매장량과 채굴 비용이 그것이다. 이 의문의 해답을 찾기 위해 작년 5월 세계 최대 리튬 생산기업인 칠레의 SQM을 찾았다.



이 회사의 리튬 생산지는 세상에서 가장 건조한 곳의 하나로서 미 항공우주국 (NASA)이 화성탐사로봇의 미생물 탐지 능력 테스트 장소로도 이용되는 칠레 아타카마 사막이다.

산페드로 데 아타카마에서 만난 SQM의 안드레스 야크 시크 마케팅 이사는 소금사막인 아타카마 사막을 가로질러 리튬 생산공장으로 안내했다. 이곳은 현존하는 세계 최대 리튬 생산지로서 SQM에 의하면 경제적으로 채굴 가능한 탄산 리튬 매장량이 4,000만톤에 이른다. 공장에 도착하자 운영부장인 알바로 시스테르나스가 다시 마중을 나왔고 자신들이 '증발 연못'이라 부르는 장소로 이끌었다.

SQM 아타카마 공장의 인공위성 사진을 보면 코코아색의 대지 위에 흰색과 짙은 청색의 사각형들이 나타나 있는데 마치 세계 최대의 수영장으로 착각될 듯한 이 사각형들이 바로 증발 연못이다.

SQM은 아타카마 사막의 지층 아래 대수층에 고여 있는 광물질이 풍부한 소금물을 펌프로 끌어올려 증발 연못으로 보낸 뒤 수개월 동안 햇빛 아래 노출시킨다. 이렇게 수분이 증발되면 광물들의 응결이 시작되며 서서히 짙은 노란색으로 변한다. 아타카마 공장에서는 이 방식으로 리튬 6%의 수용액을 만든다.

그리고 이 용액은 트럭에 실려 공장에서 3시간 정도 떨어진 태평양 해안의 플랜트로 옮겨지며 여기서 추가공정을 거쳐 백색의 탄산리튬으로 환골탈태하는 것이다. 현재 SQM의 리튬 생산량은 연간 4만 톤으로 전 세계 수요의 31%를 충당하고 있다. 야크시크 이사에 따르면 SQM은 향후 수개월 내 세계 수요의 3~4배에 이르는 리튬 생산이 가능하도록 설비를 증설할 방침이다.

SQM의 시스템을 보면 리튬의 채굴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적어도 아타카마 사막에서는 그렇다는 말이다. 다른 28종의 원소들은 어떨까.



MIT 거브랜드 박사의 말을 빌리면 이들의 채굴 상황 또한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것처럼 엄청나게 어렵지는 않다.

"개인적으로는 지금껏 제기된 문제 중 대다수가 다소 과장됐다고 봅니다. 우리에게는 이 문제를 상쇄시켜줄 완충 요인들이 많습니다."

그가 말하는 첫 번째 완충 요인은 원소의 가격이 오를수록 그 원소를 정련·채취하기 위해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할 여력이 생긴다는 점이다. 과거에 경제성이 없었던 기술이나 매장지도 경제성을 갖추게 돼 채굴량이 증대될 수 있다는 의미다. 덧붙여 광업폐기물에는 재활용할 수 있는 다량의 금속을 함유한 것들이 많다. 투자 여력이 커지면 지금보다 더 많은 금속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29종의 희귀금속 원소에 국한하자면 이들은 대개 자신들보다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다른 광물의 생산과정에서 부산물로 얻어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광업폐기물들은 희귀원소 생산의 귀중한 자원이 될 개연성이 높다.

대체재 개발과 재활용

두 번째 완충요인은 우리가 쉽게 간과할 수 있는 수요처의 우선순위다. 어떤 원소의 공급량이 과거보다 줄어든다면 그 원소를 국가적·사회적·산업적 관점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업계가 그 반대 상황에 있는 업계의 수요량을 흡수하게 된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일례로 백금은 자동차 촉매변환장치의 촉매로 활용되는 필수 소재다. 하지만 백금 수요가 증대되더라도 차량용 촉매변환장치의 생산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대신 백금반지 시장이 대폭 축소될 것이다.

텔루륨도 다를 바 없다. 수요가 급증한다면 박막형 태양전지 패널, 합금, 폐열로 전기를 생성하는 열전력 기기 등의 수요처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가 결정돼 그곳으로 공급이 집중될 것이 확실하다. 거브랜드 박사는 태양전지 업계가 최후의 보루가 될 공산이 크다고 본다.

"텔루륨 수요 증대가 발발하면 처음에는 합금 업계, 다음은 열전력 기기 업계가 곤란을 겪게 될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거브랜드 박사의 주장에 모든 전문가들이 동의하지는 않는다. 컨설팅 기업인 테크놀로지 메탈스리서치의 공동설립자 잭 리프턴은 텔루륨의 경우 우선순위의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텔루륨은 오직 구리의 정련 과정에서만 나오는 부산물이기 때문에 구리 생산자들이 앞으로 어떤 이유로든 새로운 정련 공정을 채택한다면 우선순위의 조절로는 해결 불가능한 수준으로 생산량이 급속히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밖에도 마냥 마음을 놓기 어려운 점은 또 있다. 29종의 원소 중 일부는 정말로 희귀하다는 사실이다. 텔루륨과 레늄이 그 실례다. 백금족 원소의 하나인 레늄은 제트엔진 용 초합금 부속의 소재로서 제트 엔진이 더 고온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하게 해주는 원천이지만 금보다 5배나 희귀하다. 다국적 전기기기 기업 GE가 5년 전 광범위한 레늄 재활용 프로그램과 레늄을 대체할 초합금 연구를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2월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 100여 개사와 함께 중국산 희토류 원소 의존도를 기존의 3분의 1로 낮추기 위한 13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대체재는 분명 희귀원소 의존도를 낮추는 효과적 방안이다. 그 일환으로 토요타와 닛산은 희토류 원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하이브리드카 및 전기자동차용 전기모터를 개발 중에 있다. 하지만 대체재 개발은 대개 막대한 비용과 시간의 투자가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거브랜드 박사는 현재 대체재 개발 시간과 노력을 절감한 해법을 찾고 있다. 다수의 컴퓨터를 활용, 화합물의 물성을 결정하는 양자역학적 상호작용을 계산하고 있는 것. 원소들을 새롭게 조합해 현재 사용 중인 희귀원소보다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는 신소재를 개발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10년 내에 우리는 컴퓨터만으로 원하는 소재를 만들어 내게 될 것입니다. 지금의 컴퓨터도 금요일에 입력해 놓은 1,000개의 계산 내역을 월요일이면 모두 끝냅니다. 덕분에 실험실의 대체소재 개발 성공률은 50%에 달합니다."

대체재 개발에 더해 재활용도 29종의 희귀원소 의존도를 낮출 더없이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폐 자동차와 컴퓨터, 배터리 등에는 귀중한 광물자원들이 담겨 있다. 예일대학 산업생태학부 토머스 그레델 교수의 주장대로 도시를 '인공 광산'으로 여길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아직은 에너지 산업에 필수적인 희귀원소 29종의 재활용 비율이 미미하다. 미국의 경우 2010년 텔루륨 재활용은 전무하며 리튬은 극소량만이 재활용됐다. 백금족 원소도 1년간 195톤이 수입되는 동안 재활용 물량은 17톤에 불과했다. 미국 물리학회 및 재료학회 합동위원회는 희귀원소의 재활용량 상승을 위해 연방정부가 이들을 재활용하는 소비자들에게 금전적 인센티브를 줄 것을 권고하고 있다.

자원 개발의 환경적 대가

안타까운 일이라면 대체재 개발, 재활용 등을 비롯해 실행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희귀원소 자원의 관리를 철저히 하더라도 한 가지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새로운 광산을 찾지 못하면 언젠가 위기가 닥칠 수밖에 없다는 부분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광산개발 기업들은 지난 몇 년간 호주, 브라질, 캐나다, 인도, 카자흐스탄, 베트남에서 희토류 광산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리튬 생산업체들도 호주 등지에서 발견되는 경암(硬岩) 원석을 원료로 한 리튬 채취 기술을 개발 중이다.

특히 투자자들과 정치인들은 이 같은 분위기에 맞춰 그동안 언급 자체가 금기시됐던 영역, 다시 말해 미국 내의 희귀원소 광산의 채굴을 촉구하고 있다.

사실 미국에는 최소한 1,300만톤의 희토류와 400만톤의 리튬이 매장돼 있다. 그 외의 희귀원소들도 꽤 많다. 하지만 자국의 고부가가치 광물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까다로운 허가 절차와 환경 규제에 막혀 일부를 제외한 상당수는 개발되지 못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의 각종 제한으로 인해 광산 탐사를 마치고도 실제 채굴에는 무려 7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한다. 또한 정부 정책의 옳고 그름을 떠나 광물자원을 보호하려고 관련산업을 붕괴시키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자원보호와 산업발전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희귀자원 개발이 항상 우리에게 이로운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희토류는 항상 우라늄, 토륨 등 저준위 방사능 물질과 함께 존재하는 탓에 개발과정에서 방사능 누출의 우려가 크다. 미국 캘리포니아 남동부에 있던 세계 최대 희토류 광산인 마운틴 패스 광산이 2002년 폐광된 것도 미세하게나마 방사능을 뿜어내는 지하수가 유출됐기 때문이었다.

이 광산을 소유한 몰리코프는 올해 내 광산의 재개장을 목표로 희토류 정제공장의 재설계와 재건축에 한창이다.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연간 2만 톤의 희토류 산화물 (rare-earth oxide, REO)을 생산하게 된다.

유독성 폐기 물이나 방사성 물질이 나오지는 않지만 리튬을 위시한 나머지 희귀원소들 역시 태생적으로 광산 개발에 따른 환경적 유해성이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의 연례회의가 끝난 다음날 필자는 한 무리의 투자자 및 웨스턴 리튬의 중역들과 함께 한창 개발이 진행 중인 네바다주 북부의 리튬 광산으로 향했다. 여기는 에너지 산업에 필수적인 희귀금속 원소의 원활한 공급을 목표로 미국 정부가 추진한 미국 최대 규모의 광산이다. 그곳에서 만난 웨스턴 리튬의 제이 크멜라우스카스 최고경영자는 청정에너지 혁명에 대해 열변을 토했다.

"요즘 저는 매일 아침 일어나 세계를 구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그와 함께 4륜구동 차량을 타고 서쪽으로 20㎞를 달리자 포장도로가 사라지고 흙길이 나타났다. 다시 20여 분이 지나서 차량은 4.5m 깊이의 한 구덩이에 멈췄다. 차에서 내려 걸어 들어간 구덩이 속은 마치 거대한 찰흙 위를 걷는 듯 발을 내딛을 때마다 진흙 덩어리들이 튀어 올라왔다.

웨스턴 리튬의 최신보고서에 따르면 바로 이 진흙 속에 150만톤의 탄산 리튬이 들어있다. 이는 현재의 수요를 기준으로 전 세계가 12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앞으로 2~5년 뒤 필자가 밟았던 진흙 지대는 모두 노천 리튬 광산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것으로 충분치 않다면 북쪽 지역에 또 다른 진흙 광산 4곳이 속속 문을 열 것이다.

크멜라우스카스 최고경영자에게 이 광산은 어떤 환경적 위해성이 있는지 물어봤다. 진흙에서 리튬을 채취하는 방식은 다른 방식에 비해 악영향이 적기는 하지만 전혀 없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금, 은, 석탄, 석유 등과 마찬가지로 희귀금속 광산 또한 그것이 무엇이든 환경적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크멜라우스카스는 이렇게 답했다.

"우리는 현재 이곳의 산 한쪽 면에 거대한 구멍을 뚫고 있습니다."

By Seth Fletcher
llustrations by Graham Murdoch

기사의 내용 중 일부는 올해 5월 출간된 세스 플레처의 'Bottled Lightning'에서 발췌되었습니다.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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