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휠체어를 탈출한 사이보그

중증 하반신 마비 환자인 오스틴 휘트니. 그는 휠체어에 탄 채로 대학 졸업식에 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캠퍼스(UC 버클리) 로봇공학·인체공학연구소 소속 학생들과 함께 외골격 로봇을 개발했다.

그리고 당당히 걸어서 졸업장을 받았다.



By James Vlahos photographs
By DMITRI Alexander

UC 버클리의 운동장 한복판에 세워진 졸업식 단상 위. 오스틴이 졸업장을 받기 위해 걸어야 할 거리는 불과 일곱 걸음에 지나지 않았다. 그가 휠체어에서 일어나 발걸음을 떼자 1만5,000여명의 동료 졸업생과 그 가족들은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며 환호했다.

모든 졸업생을 대표해 단상 위에서 졸업장을 받는 것은 매우 영광스런 일이다. 하지만 평범한 학생이라면 이는 그저 우등생임을 인정받는 상징적 행위에 가깝다. 여기서는 정작 졸업장이 주어지지 않는 탓이다. 총장이 건네는 두루마리 문서에는 ‘졸업장은 각자의 집으로 우편 배달됩니다’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을 뿐이다.

그러나 오스틴에게 이번 이벤트는 더없이 특별한 자리였다. 그에게 무대를 걷는 행위는 그 자체만으로 엄청난 성취였기 때문이다.

일곱 걸음의 먼 여정
사실 오스틴은 하반신 마비 환자다.

2007년 교통사고로 척추가 망가져버린 이래 자력으로는 단 한 발자국도 걷지 못했으며 4년 내내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야만 했다. 이랬던 그에게 작년 8월경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로봇공 학·인체공학연구소장인 호마윤 카제 루니 교수의 전화였다.

카제루니 교수는 영화 아이언맨의 갑옷처럼 인체 근육과 뼈의 힘을 기계적으로 증폭시켜 주는 외골격 로봇 전문가다. 현재 미군은 이러한 외골격을 활용, 벽돌담을 주먹 한방으로 무너뜨리거나 100㎏의 군수물자를 짊어지고 하루 종일 이동할 수도 있는 이른바 ‘슈퍼 솔저’를 탄생시킨다는 목표 아래 다양한 연구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미군이 현장테스트 중인 외골격 중에는 카제루니 교수가 개발한 것도 있다.

그가 오스틴과 접촉한 것은 외골격을 군인이 아닌 민간 용도로 활용할 아이디어를 실현코자 하는 동시에 학생들에게 과제로 내줄 프로젝트에 오스틴의 참여를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그 프로젝트란 바로 장애 때문에 걷지 못하는 사람들을 걷게 해주는 외골격의 개발이었다.

지금껏 카제루니 교수가 연구소에서 개발한 외골격들은 첨단 공학기술이 접목된 장치였다. 그만큼 가격도 10만달러를 웃도는 수준으로 매우 비쌌다. 자동차로 따지면 람보르기니에 해당했다.

“저는 학생들에게 외골격계의 혼다자동차를 만들라고 주문했어요. 버릴 것은 모두 버리고 제작단가를 1만5,000 달러 이하로 낮추라고 했죠. 이 정도 가격대여야만 장애인들이나 장애인 관련 기관들이 구입을 고려할 수 있어요.” 이러한 가격 목표는 연구소의 학생들에게 엄청난 부담이자 강박관념으로 다가왔다. 2009년 1월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래 학생들은 커피와 초코바에 의지하며 하루 17시간씩 연구에 몰두했다. 졸업식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는 아예 연구소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연구팀의 일원인 대학원생 마이클 맥킨리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했다.

“마치 달 탐사선 발사와도 같았어요. 카운트다운이 0에 이르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우리의 결과물을 보여줘야 했죠. 게다가 우리는 날씨나 시스템 오류를 핑계로 발사를 연기할 수도 없었습니다. 무조건 성공하는 길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요.” 졸업식 날 오스틴은 이런 심리적 압박을 이겨내고 친구들이 개발한 외골격을 장착한 채 단상 위에서 휠체어에 앉아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단상 주변에는 맥킨리를 포함한 연구팀 전원이 자리를 지켰다.

이윽고 이름이 불린 오스틴이 보행 보조기의 손잡이를 잡고 혼자 힘으로 몸을 일으켰다. 오른발이 앞으로 나아가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발사는 대성공이었다.





위대한 발걸음
오스틴 휘트니가 외골격을 착용하고 졸업식장 단상 위를 걷고 있다. 졸업식 내내
외골격을 만들어준 로봇공학·인체공학연구소 친구들이 그의 곁을 지켰다.



마지막 한 걸음
오스틴은 혼자서 일곱 걸음을 걸어 로버트 버지뉴 총장 앞에 섰다. 포옹하는 두 사람 뒤쪽에 선글라스를 쓰고 서 있는 사람이 연구소 책임자인 호마윤 카제루니 교수다.

눈앞의 동기부여
졸업식 나흘 전. 연구팀은 오스틴이 첫 발걸음을 뗄 수 있을 지 확신하지 못했다. 외골격에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여러 문제들이 남아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카제루니 교수는 학회 참가를 위해 중국에 머물고 있었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오스틴 프로젝트’의 성공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당시 공대건물 지하실에 위치한 연구소는 전선과 회로기판, 먹다 남은 음식물들로 한껏 어질러진 상태였다. 맥킨리는 공작기계 앞에서 구리판 절삭에 여념이 없었고 또 다른 대학원생 제이슨 레이드와 미네르바 필라이는 컴퓨터로 외골격 제어 소프트웨어를 손보고 있었다.

한쪽 벽 앞에는 침대보에 싸인 러닝머신이 보였는데 침대보 아래로 스니커즈를 신은 누군가의 다리가 삐져나와 있었다. 다름 아닌 오스틴이었다. 작업이 밤늦도록 정신없이 진행되면서 그도 집에서 몇 시간 눈을 붙인 후 다시 학교로 나와 실험에 참여해야 했다. 러닝머신에는 이런 구호가 붙어 있었다. ‘외골격을 움직이는 힘은 나의 의지다.’ 역사학과 정치학 전공자인 오스틴은 공학도가 아님에도 연구팀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수백 번의 실험에 직접 참여 하며 사용자 입장에서 느낀 불편함을 알려줬고 무수히 많은 설계상의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특히 그의 존재는 팀원들에게 강력한 동기부여로 작용했다. 연구팀에게는 장애인의 삶의 질 개선이라는 원대한 포부가 있었지만 당장 눈앞에 있는 친구를 걷게 만들겠다는 현실적 목표만큼 확실한 동기는 없었다.

그때 제이슨이 오스틴의 어깨를 흔들어 깨웠다. “오스틴, 실험 준비 다 됐어.” 눈을 비비며 일어난 오스틴은 휠체어 위에 앉아 외골격에 다리를 넣었다. 다른 팀원들은 그를 도와 다리를 외골격에 튼튼히 고정시켰다. 실험이 시작될 무렵 오스틴이 큰 소리로 말했다. “잠깐만, 음악이 있어야지! 이 봐, 친구들. 뮤직, 큐!” 한 학생이 키보드를 몇 번 두들기자 컴퓨터와 연결된 스피커에서 흥겨운 음악이 흘러 나왔다.

오스틴이 온 힘을 다해 두 발로 일어서는 것으로 실험은 시작됐다. 천장에 연결된 안전선을 붙잡은 그는 절뚝거리며 불안한 걸음을 내딛었다. 마치 오랫동안 녹이 슨 채 움직이지 못했던 오즈의 마법사의 양철나무꾼이 다시 움직이려 애쓰는 모습을 연상케 했다.

“달 탐사선 발사처럼 카운트다운이 0에 이르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우리의 결과물을 보여줘야 했죠.”

경제성을 확보하라
세계 최초의 동력형 외골격 로봇은 미국 GE가 1965년 선보인 ‘하디맨(Hardiman)’이다. 이 외골격은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실용성과는 거리가 멀다. 중량이 680㎏에 이를 정도로 덩치가 너무 큰데다 조종도 어려웠다.

최근 개발된 외골격은 중량이 45㎏ 내외의 것들도 많다.

하지만 근본 작동원리는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다. 외골격 의 금속 프레임을 몸과 끈으로 고정한 후 착용자 스스로의 의지 또는 전기 자극을 통해 움직이는 형태다. 이때 외골격의 모터들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원천이 된다.

오스틴의 이름을 따 ‘오스틴(Austin)’으로 명명된 이번 외골격은 카제루니 교수가 2000년 미 국방부 산하 방위 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지원을 받아 개발한 ‘블릭스 (BLEEX)’를 그 기술적 기원으로 볼 수 있다.


인기영화 아이언맨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던 블릭스는 50 ㎏의 외골격 자체 무게와 32㎏의 군장 무게를 합쳐 82㎏을 착용하고도 사용자가 느끼는 중량감은 불과 2㎏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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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카제루니 교수는 연구실에서 개발한 다양한 외골격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 버클리 바이오닉스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가격이 전동 휠체어 수준인 장애인용 외골격 개발이 목표였다. 때문에 학생들은 카제루니 교수와 선배들이 개발한 모델에 새로운 기능을 더하는 대신 최소한의 성능을 유지하면서 기존 기능을 제거하는 데 집중해야 했다.

미네르바에 따르면 카제루니 교수는 모터의 숫자를 줄이면서 제대로 걷게 만들 방안을 찾고자 했다. 그리고 결국 학생들과 함께 4~6개의 모터가 필요한 기존 모델과 달리 2개의 모터만으로 구동되는 외골격을 설계해냈다. 또한 제조단가 하락을 위해 모든 부속을 직접 설계·제작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스포츠용품점에서 구입한 상용 부품들을 다수 채용했다.



“진동 휠체어 수준의 저렴한 외골격 개발을 위해 기존 고성능 외골격에 새로운 기능을 더하는 대신 제거하는 데 집중해야 했어요.”

일례로 오스틴 외골격의 발과 다리를 지지하는 부품으로 스노보드 바인딩과 축구선수 정강기보호대를 사용했고 등산용 배낭의 어깨끈을 이용해 모터 및 배터리를 짊어질 수 있도록 했다.

컴퓨터 제어시스템 개발을 책임진 제이슨은 이보다 더 큰 한계를 극복해야 했다. 외골격 관절 움직임의 원천인 액추에이터와 다리의 위치를 마이크로프로세서에 전달해주는 센서의 숫자를 대폭 줄여야 했던 것이다. 더욱이 마이크 로프로세서조차 기존의 500달러짜리 대신 60달러의 보급형 제품으로 바꿔야 했다.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며 우리가 원하는 성능을 구현하려면 그야말로 대대적인 설계변경이 필요했습니다.”



인체 실험
오스틴 휘트니는 지난 1년 동안 수백 차례의 실험에 직접 참여하며 설계 개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단 한 번의 기회
졸업식 나흘 전으로 되돌아가 보자. 테스트를 시작한지 7분이 지나도록 오스틴이 걸은 거리는 고작 6m에 지나지 않았다.

연구팀이 며칠 전 외골격의 무릎을 완전히 새로 바꾼 것이 원인이었다. 이는 우주왕복선의 날개를 발사 일주일 전에 떼어내 새로운 날개로 교체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조치였다. 다행히 새 무릎은 외골격에 잘 고정됐지만 엉덩이와 다리 부분의 프레임 정렬이 어긋나버렸다. 결국 땀으로 범벅이 된 오스틴은 더 이상 발을 옮기지 못하고 실험중단을 요구했다.

“뭔가 확실히 잘못됐어. 허리 위쪽의 압박이 너무 심해서 고통스러워. 의자 좀 가져다 줘.” 새벽 2시가 지날 무렵 맥킨리와 팀원들은 이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문제는 계속 나타났다. 수천 걸음을 성공적으로 걸은 졸업식 하루 전날, 엉덩이 관절의 볼트가 느슨해 지면서 외골격의 다리 전체가 일자로 쭉 펴진 상태로 굳어버린 것. 테스트에 나섰던 오스틴의 다리는 사후경직이 일어난 시체처럼 뻣뻣해졌고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외골격을 떼어내고 나서야 의자에 앉아 쉴 수 있었다.

또한 졸업식 가운까지 입은 채 이뤄진 최종 리허설에서는 핀으로 고정한 가운이 외골격에 끼어들어가 등 부위의 패널을 부러뜨리는 사고가 일어났다. 졸업식이 24시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학생들은 대체품을 찾아 부러진 패널을 교체하느라 새벽 3시까지 동분서주했다. 맥킨리의 말이다.

“퀴즈 쇼에 나온 듯한 긴박감이 흘렀죠. 사회자가 문제를 내면 정해진 시간 내에 풀어야만 하는 퀴즈 쇼 말이에요. 풀지 못하면 저희에게 다음 기회는 없었어요.” 유튜브에서 ‘외골격(exoskeleton)’이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면 병원, 연구실 등 잘 정돈된 장소에서 촬영된 실험영상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바닥 상태, 외골격 착용자의 숙련도 등 모든 조건을 완벽히 제어한 환경 하에서 수행된 실험들 말이다. 하지만 로봇공학·인체공학연구소의 학생들과 오스틴은 온갖 변수가 난무하는 실제 상황에서 외골격의 성능을 시연해야 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한 제이슨은 졸업식 당일 아침 이렇게 강조했다.

“결과가 좋게 나오든, 그렇지 않든 이는 아주 공정하고 투명한 성능 시연이 될 거에요.”

“퀴즈 쇼에 나온 듯한 긴박감이 흘렀죠. 주어진 시간이 지나면 우리에게 다음 기회는 없었어요.”



오스틴 외골격의 선조
카제루니 교수가 DARPA의 지원을 받아 개발한 군용 외골격 ‘블릭스(BLEEX)’.
좌측에서 우측으로 1세대, 2세대, 3세대 모델이다.

인간과 기계의 파트너십

카제루니 교수는 외골격이 진정한 사이보그 기술이며 조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과 기계 사이의 파트너십, 즉 정신집중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오스틴 외골격은 보행 보조기에 마련된 버튼을 누르면 작동되며 사전에 지정된 페이스대로 외골격이 움직인다. 한쪽 다리가 움직이면 지면에 붙어있는 다른 쪽 다리가 몸의 중심을 잡게 되는 메커니즘이다.

문제는 오스틴 외골격의 경우 기본 기능에 치중한 탓에 착용자의 상체 밸런스를 파악하는 센서도, 균형이 무너졌을 때 외골격의 자세를 보정해주는 모터도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균형 유지는 착용자의 최우선 임무이며 그만큼 정신 집중이 중요하다.

오스틴이 제일 두려워했던 상황도 균형을 잃고 넘어져 콧방아를 찍는 것이었다. 허리 아래쪽 감각이 전혀 없는 오스틴은 상체만으로 허공을 떠가는 느낌일 것이기에 자칫 넘어지기라도 하면 얼굴뼈가 부서지는 큰 부상을 입을 수도 있었다. 물론 이것도 2007년의 교통사고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테지만 말이다.

“당시 고등학교 졸업파티에서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어요. 코너를 돌다가 급선회를 하는 바람에 나무를 들이 받는 사고가 났죠. 저를 처음 본 사람들은 왜 제가 휠체어를 타고 있는지 궁금해 합니다. 고통스럽지만 그때마다 사고에 대해 얘기를 해줄 수밖에 없어요.” 고교 졸업식 날이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악몽 같은 순간이었다면 대학 졸업식은 또 다른 관점에서 그의 삶을 가르는 순간이 될 수 있다. 오스틴의 일곱 걸음에 의해 하반신 마비 환자들이 다시 걸을 수 있는 저렴한 외골격의 가능성이 결정될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오스틴은 단상 위에서 균형을 잡고 똑바로 걷는 데 온 신경을 집중했다. 자신에게 쏠린 1만5,000명의 시선과 갈채는 일체 무시했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부모님, 그의 목적지 앞에 서 있는 총장의 시선조차 그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네 걸음을 옮겨 놓은 뒤 아주 잠시 고개를 들고 주위를 살폈다. 졸업식장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응원하고 있음을 깨닫고는 자연스럽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쓰러질까봐 조마조마 했어. 하마터면 외골격 전원 스위치를 꺼버릴 뻔 했다니까!”

연구는 계속된다
오스틴은 일곱 번째이자 마지막 발걸음을 떼어놓고는 로버트 버지뉴 총장 앞에 섰다. 총장은 오스틴과 악수를 나누고 그를 안아줬다. 중국에서 돌아와 졸업식장에 서 있던 카제 루니 교수도 그에게 다가와 포옹했다.

휠체어에 의존해 앉은뱅이로 살아온 이후 결코 누리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던 기쁨, 두 발로 서서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포옹하는 기쁨을 그는 누리고 있었다. 이후 오스틴은 졸업생들에게 답례의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그동안 동고동락한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외골격을 벗고 휠체어에 앉았다.

졸업식이 끝난 뒤 맥컬리와 연구팀 학생들은 오스틴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환호했다. 오스틴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친구들에게 답했다.

“쓰러질까봐 조마조마 했어. 카제루니 교수님이 안아줬을 때는 하마터면 외골격 전원스위치를 꺼버릴 뻔 했다니까.” 흥분이 사그라지기도 전에 오스틴과 팀원들은 극심한 피로감을 느꼈다. 그리고는 너나 할 것 없이 외쳤다. “연구소의 오늘 연구는 이것으로 끝! 이제 집으로 가서 잠 좀 자자.” 하지만 이틀 뒤 월요일, 학생들은 다시 연구실에 모일 것이다. 오스틴 외골격 프로젝트는 일단락 됐지만 이들은 이미 차기 버전을 준비 중에 있다. 오스틴 외골격보다 군더더기 없고 저렴한 제품을 개발할 생각이다. 다음 프로젝트에 돌입하기 전 한동안 휴가를 보내도 될 법하지 않냐고 묻자 제이슨은 자신의 자동차에 오르며 이런 말을 남겼다.

“그 질문은 내일도 숨을 쉴 수 있는데 뭐 하러 지금 숨을 쉬고 있냐고 묻는 것과 같아요. 우리에게 연구는 숨 쉬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연구하지 않고는 살 수 없죠.”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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