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녀석이다.
서영진 IT전문기자 artjuck@gmail.com
복합기는 사무실의 일당백이다. 웬만한 레이저 프린터보다도 작은 몸뚱이로 프린터, 스캐너, 복사기, 팩스의 역할을 모두 척척 해낸다.
그만큼 사무 공간의 활용도도 크게 높여준다. 이 장점에 매료돼 요즘에는 대다수 일반 가정에서도 프린터를 대신해 복합기를 들여 놓는 경우가 많다.
복합기 스마트 시대에 발맞춰 더 ‘똑똑하게’ 진화하고 있다. 그 대표주자가 바로 HP의 ‘포토스마트 엔비 D410a’다.
이 제품은 충실한 기본기에 더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에 저장된 문서 및 사진을 즉각 출력해주는 ‘에어프린트(AirPrint)’, 전자메일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출력이 가능한 ‘e프린트’ 등 최신 기술이 적용돼 있다.
여기에 복합기 자체에서 직접 인터넷에 접속, 지도·사진편집·문서양식 등 다양한 전용 앱을 다운로드 받는 방식으로 PC를 거치지 않고도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제대로 써먹으려면 무선랜 필수
전체적 디자인은 심플하다. 구성도 단순하며 색상 역시 블랙과 화이트 2가지를 섞어 크게 요란하지 않다.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느낌은 스캐너 덮개에 강화유리 재질로 오밀조밀한 패턴을 새겨 넣어 해결했다.
본체에 달린 LCD는 3.45인치(8.9㎝)로 HP 제품군 중 해상도와 선명함이 가장 높다. 정전식 터치스크린을 채택해 손가락 하나로 앱 사용, 각종 설정 변경 등이 가능해 매우 편리하다.
연결 방식으로는 USB와 무선랜(와이파이)을 제공한다. 하지만 기능을 100% 활용하기 위해서는 무선랜 연결이 필수다. 에어프린터와 e프린터가 네트워크에 기반을 두고 있는 까닭이다.
물론 무선랜 공유기가 없다면 궁여지책으로 USB로 PC에 연결해 쓸 수도 있다. 이때는 에어프린트의 사용이 불가하고 e프린터 기능은 PC가 켜진 상태에서만 동작한다. 능력의 절반만 발휘되는 셈이다. 때문에 이렇게 쓰다보면 머지않아 본전 생각이 나서 무선랜 공유기를 들여놓고야 말게 될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즉시 사진 출력
에어프린트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저장된 사진, 문서 등 각종 파일을 PC를 거치지 않고 직접 출력이 가능한 기능이다. 실제로 이용해보니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을 간편하게 뽑아볼 수 있어 요긴했다. 설정도 간편하고, 과정도 단순해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다.
특히 본체에 달린 LCD를 몇 번 꾹꾹 누르면 네트워크가 자동으로 설정돼 전문 지식이 없는 초보자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사용자들은 사파리 브라우저, 사진앨범, 문서리더 앱 등에서 ‘보내기’ 메뉴로 들어가 ‘프린트’ 버튼만 누르면 수 초 내에 인쇄가 시작된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라면 마켓에서 ‘iPrint’ 앱을 다운받아 설치해야 한다.
e프린트는 원격지에서 복합기로 전자메일을 보내서 출력하는 기능이다. 각 제품마다 부여된 고유의 주소로 파일을 첨부해 전자메일을 보내면 된다. 기기의 종류나 운영체제, 환경 등에 전혀 구애를 받지 않는다. 취재 중 아이폰에 적어둔 메모와 연락처, 중요 일정을 이메일에 첨부해 발송해놓고 사무실로 돌아가니 종이에 깨끗하게 인쇄돼 있었다.
단, 사용자가 전자메일 주소를 설정할 수 없고 첨부파일 용량이 5MB로 제한적인 점은 다소 불편하게 느껴졌다. 일반 사용자는 사용빈도가 적을 수도 있겠지만 외근이 많은 영업맨이나 집을 사무실로 사용하는 프리랜서라면 업무 효율을 높일 놀라운 비책이 될 수 있다.
결과물 ‘만족’ 속도는 ‘불만’
‘포토스마트 엔비 D410a’의 실제 인쇄 성능을 알아보기 위해 테스트를 진행했다. 우선 에어프린터를 통해 아이폰 3GS로 찍은 사진을 일반 A4 용지에 뽑아봤다. ‘프린트’ 버튼을 누르고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걸린 시간은 33초. 생각보다 엄청 길었다. 1분에 2장도 못 뽑을 정도로 느림보다.
하지만 결과물의 품질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이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화질이 선명했고 색감도 우수했다. 또한 인쇄 중 소음이 적었고 일반 용지를 사용했음에도 잉크로 인해 쭈글쭈글 해지지 않은 점도 마음에 쏙 들었다.
SD 메모리에 저장된 사진은 어떨지 10×15㎝ 크기의 ‘HP 어드밴스트 포토’ 용지로 출력해봤다. 소요시간은 약 25초. 품질은 사진 인화 전문사이트에 의뢰해 출력한 것 이상이었다.
결론적으로 ‘포토스마트 엔비 D410a’는 쓸모가 많으며 사용자 편의성도 뛰어나다. 자잘한 단점 외에는 눈에 띄는 흠도 없다.
스마트폰, 태블릿PC를 수족처럼 다루는 스마트족, 문서보다 사진을 많이 출력하는 멀티미디어족, 외근이 많은 영업맨과 프리랜서라면 꼭 한번 눈여겨 봐야 할 제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