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 고마운 선풍기도 여름이 지나면 애물단지가 되곤 한다. 행여 먼지가 쌓일까봐 커버에 씌워 창고 깊숙한 곳에 집어넣어야 하는데 다 부피가 결코 작지 않아 상당한 공간을 차지하는 탓이다.
사실 이는 겨울철에만 쓰이는 히터도 마찬가지다. 따뜻함을 보장했던 히터 역시 날씨가 풀리면 공간만 차지하는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받기 일쑤다. 4계절이 분명한 우리나라의 기후가 만들어낸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경기도 부천시의 심 모씨는 지난 2000년 ‘온풍 겸용 선풍기’를 특허 출원했다.
이 선풍기의 핵심은 날개 뒤쪽 그릴 틀에 반도체로 된 냉열소자를 장착하는 것에 있에 있다. 열소자는 날개를 향하고 냉소자는 바깥을 향하도록 부착한다. 사용자는 스탠드의 스위치를 통해 시원한 바람을 쐬고자 할 때는 냉열소자를 끈 상태로, 따뜻한 바람을 쐬려면 냉열소자를 통전시켜 사용하면 된다.
실질적인 냉난방 효과는 정확한 실험을 해봐야 알겠지만 기존의 히터 겸용 선풍기들이 선풍기와 히터를 물리적으로 결합한 수준에 그쳤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효율적 원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출원인의 등록료 미납으로 상용화된 제품을 시중에서 만나보기는 어려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