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애플’ 후임 승계 체제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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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없는 ‘애플’이 여전히 매력적인 ‘사과’일 수 있을까? 애플의 사례를 통해 효과적인 후임 승계 과정의 중요성을 알아본다.
글 하민회 이미지21 대표 peepo1029@naver.com

누구보다 세상을 풍요롭게 개선시킨 ‘창조 경영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났다. 전 세계는 애도와 함께 애플의 미래를 염 려하는 목소리로 술렁거렸다. 뉴욕타임스는 “잡스 없는 애플이 유례없는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고, 컨설팅업 체 엔더리그룹의 로브 엔더리는 “월트 디즈니가 사라진 디즈니, 빌 게이츠가 없는 마이크로소프트 등 위대한 지도자를 잃은 기업들은 대부분 과도기를 거치며 그동안 가지고 있던 마법도 함께 잃어 버렸다”는 말로 애플의 위기를 우려했다.

기업의 성공 신화를 쓴 전설적인 창업자를 잃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참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 는 것임에 틀림없다. 그가 곧 기업의 대명사이자 신뢰의 원천이며 기업의 가치를 가름하기 때문이 다. 애플의 주가는 1997년 잡스 복귀 이후 현재까지 무려 9,000% 이상 상승했다. 그는 특히 카리스 마가 느껴지는 프리젠테이션으로 좌중을 사로잡으며 IT 생태계를 완전히 바꾸어 놓는 구심점 역할 을 했다. 아이폰의 첫 출시 때부터 아이패드 시리즈를 성공시킨 지난 4년간, 애초 120달러 정도에 불과했던 애플의 주가는 413.45달러까지 치솟으며 한때 엑손모빌을 누르고 시가총액 세계 1위에 오 르기까지 했다.

그런 잡스의 죽음이 애플에게 미치는 영향을 클 수밖에 없었다. 그가 지목한 후임 CEO 팀 쿡이 아이폰4S를 발표한 직후 애플의 주가는 4.5%나 급락했다. 그리고 그의 죽음은 경쟁사인 삼성전자 와 LG전자의 주가를 각각 4%와 8% 가량 치솟게 했다. 위대한 리더가 가진 마법의 힘이 클수록 그 부재의 그늘 또한 넓고 깊었다.

선장을 잃은 채 표류하는 거함이 되지 않으려면 기업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가? 탄탄한 후임 체제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잡스 역시 2003년 암 발병 직후 8년 동안 애플을 집단지도체제로 바꾸는 작업을 해왔다고 알려져 있다. 스티브 잡스라는 한 사람의 천재가 이끄는 애플에서 각 분야 의 책임자들이 협업하는 애플로의 전환을 준비해 왔다는 얘기다.

문제는 기업의 노력을 시장에서 인정받기까지 녹록하지 않은 과정을 겪는다는 것이다. 마이크로 소프트에선 빌게이츠 후임으로 이미 충분한 검증을 거친 스티브 발머가 CEO로 발탁됐지만, 2008 년 여름 게이츠 퇴장 직후 주가가 30%나 떨어졌다. 2008년 6월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의 매출은 16% 가까이 오르고, 수익은 약 31% 늘었지만 주가는 거의 그대로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아이콘이 되는 신화적인 창업자 혹은 경영자를 갖는다는 건 기업에겐 축복 같은 일이다. 오랜 시 간 잊혀지지 않고 대중들의 가슴에 남아 기업에 대한 우호적인 이미지를 구축해 준다. 하지만 때론 후임자에 대한 이유 없는 저항을 일으키거나 부담감을 남기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 때문에 최고 경영자의 후임 발굴 체제는 시간을 두고 전략적으로 접근되어야 마땅하다. 특히 후임 CEO가 데뷔하는 시점에선 각종 사회적 활동이나 대 언론 인터뷰를 무엇보다 신중하게 준비해야 한다. 잡 스의 열정적이고 다이내믹한 프리젠테이션을 기 대했던 대중에게 운영책임자 출신인 팀 쿡이 담 담한 프리젠테이션은 결코 매력적일 수 없으며, 이로 인해 대중의 관심과 흥미가 떨어진다면 회 사에게 더욱 안타까운 손실일 수밖에 없다.

탁월한 경영자와 리더십은 기업의 평판과 명성에 큰 몫을 차지한다. 그런 의미에서 후임 CEO 체제 구축에 관해 국내 기업들이 보여주 는 적극적인 태도는 참으로 반갑다. 공식적인 발 표 이전에 업적이나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을 통 해 경영자로서의 면모나 명성을 미리 알리거나, 언론 인터뷰 등으로 자연스럽게 대중들과 접하 게 만들어 주는 방법으로 후임 경영자를 소개 하는 기업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전략적인 후임체제 구축은 전문 경영인 뿐만 아니라 2, 3세로 가업을 잇는 기업들에게 있어선 반기업 정서를 해소하고 보다 안정된 신 뢰 유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이다.

아무리 뛰어난 인간이라도 사람에겐 정해진 시 간과 건강만이 부여된다. 개인의 제한된 시간을 뛰 어넘어 성공적인 기업으로 존속하려면 경영진 세 대교체는 숙명적인 것이다. 전략적이고 효과적인 후임체제 구축은 기업의 명성과 평판을 관리하는 데에도 무엇보다 효과적인 방안이라 할 수 있다.

하민회 대표는...
이미지 컨설팅 전문업체 ‘이미지21’과 문화 커뮤니티 ‘와우에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이미지 관련 저술과 방송출연, 기업강연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헬싱키대 MBA를 졸업하고, 경희대 경영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저서로는 ‘위미니지먼트로 경쟁하라’, ‘이미지리더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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