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회계 법인의 아메리칸 아이돌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PwC)는 자사 직원 3만2,000명이 적극적으로 대담한 구상을 발표할 수 있도록 인기 TV오디션 프로그램을 본 따 혁신적인 경연대회를 열기로 했다.

BY ALISON OVERHOLT

Photographs by mark peterson

강당 밖 복도에 20대로 보이는 여성 6명이 서성이고 있다. 긴 장된 표정으로 손목을 꼬거나 심호흡을 하더니, 서로의 긴장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가벼운 환담을 나눈다. 강당 안 의 무대는 준비가 끝나 주인공들을 기다리고 있다. 조명이 무대 위 여섯 개의 검은색 가죽 의자를 환하게 비춘다. 이 제 한 시간 남짓 후면, 그들은 이 무대 위에서 심사위원단 의 날카로운 눈빛을 마주하며 준비한 공연을 시작할 것이 다. 그리고 이 공연은 미국 전역에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것이다.

다시 20분이 지났다. 심호흡을 해도 마음이 가라앉지 않자 한 여성이 말한다. "가서 댄 스파티라도 하죠." 몇 분 뒤에 살펴보니 이들은 화장실에서 블랙베리로 마돈나의 '라이크 어 프레이어 Like a Prayer를' 틀어놓고 신나게 웃고 몸을 가볍게 흔들면서 긴장을 떨치고 있 다. 복도의 반대쪽 끝에는 남자 넷 여자 둘로 구성된 다른 팀이 노트북으로 유튜브에 접속 해 영화 '애니 기븐 선데이 Any Given Sunday' 와 '미라클 Miracle' 에 나오는 감동적인 연설들을 감상하고 있다. 이 팀은 결선에서 앞에서 말한 여성팀과 맞붙을 예정이다. 그 외 결선에 진출하는 다른 세 팀들도 복도에서 서성이며 미리 준비해둔 노트를 휙휙 넘기거나 아마 100번도 더 연습했을 법한 프리젠테이션 대본을 입속말로 외워본다.

이번 경연에는 10만 달러의 상금이 걸려 있다. 9개월 동안 행사 준비를 해 온 참가자들 에겐 이제 4분간의 프리젠테이션, 그리고 5분간의 심사위원 평가만이 남아 있다. 아메리 칸 아이돌은 아니지만 이를 본 딴 건 사실이다. 7월 하순의 어느 날 아침, 포춘 500대 기 업 거의 대부분을 고객으로 둔 일류 회계법인 PwC의 맨해튼 본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이다. 이제 곧 결선이 시작되면, 참가자들은 무려 1억 달러 규모의 회사 차기 사업 선정을 놓고 아이디어 대결을 펼칠 것이다. 경연 우승자들이 회사 내 차세대 스타로 떠오르는 건 당연지사다.

PwC가 지난해 11월 시작한 이 전사적 혁신 경연의 명칭은 파워피치 PowerPitch다. 전직 엔 지니어이며 현재는 '혁신 리더' 로서 보다 광범위한 역할을 맡고 있는 미트라 베스트 Mitra Best의 작품이다. 베스트와 동료들은 모든 직원들의 창의력을 최대한 끌어내겠다고 각 오를 다졌다. 요즘처럼 이윤이 박하고, 경쟁이 치열하며, 세 계 경제가 어려운 시점에 수익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아이 디어를 놓친다면 이는 단지 멍청한 것이 아니라 무책임한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혁신의 원천을 연구개발 센터 밖 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깨달음이 바로 시 작이었다" 고 베스트는 말한다.

게다가 PwC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분위기를 조 성하려 하고 있다. "우리 회사 직원들의 평균 연령은 27세 다. 그리고 우리는 세금과 보장 assurance 분야에 뿌리를 둔 기업이다." 미국PwC의 회장 밥 모리츠 Bob Moritz가 감사 관련 업무에서 쓰는 전문 용어를 섞어가며 말한다. "어떻 게 하면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우리 회사를 젊고 시대를 앞서가는 기업으로 느껴지게 할 수 있을까?"

스스로도 아메리칸 아이돌과 어프렌티스의 열렬한 팬이 라고 인정하는 베스트는 경연이나 게임이 실제 두드러지는 사업 성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 매료됐다. 물론 직원들은 이 새로운 기회를 환영한다. "이기적이다. 정말로." PwC 시카고 법인의 시니어 금융서비스 파트너이자 결선진 출팀을 이끌고 있는 자차리 카포찌 Zachary Capozzi(25)는 말 한다. "우리가 제안한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데 관심이 있다. 사실 과거에도 이 아이디어를 회사에 제안한 적이 있었지만 우리가 원한 것과는 다른 지시를 받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이디어가 있으 면 진지하게 들어줄 것이라고? 우리에겐 자신감이 넘친다."

베스트는 또한 비디오 게임에서 힌트를 얻어 실시간 채팅방과 토론과 투 표를 위한 인터넷 게시판을 열었다. "협동적이면서 경쟁적인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 이번 경연은 50명이나 30명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그랬다 면 정기적으로 단체 출장을 나가면 된다." 그녀는 말을 이었다. "그렇지만 어 떻게 3만 명을 연결하게 할 수 있을까? 듣자 하니 온라인 비디오 게임은 수 백만 명을 동시에 연결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한 번 해보는 거다."

모리츠는 경연 아이디어가 나오자마자 적극적인 찬성을 표시했다. "이 것이야말로 차세대가 생각하는 방식이다." 9개월간 총 3차례의 경연으로 구성되는 파워피치는 파트너급 이하 미국 PwC직원이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모리츠는 말한다. "단 한 가지 규정이 있다면 팀 단위로 참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 단위로는 참가할 수 없다." 파워피치가 요구하는 과제 는 이렇다. 매출 1억 달러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존 PwC 서비스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방법을 제시하라.

직원들의 파워피치 참가 독려를 위해 PwC는 우승상금으로 10만 달러 와 우승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데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내걸었다. (새너 제이San Jose PwC자문서비스의 전무이자 결선팀 참가자 중 한 명인 켄 에 드워즈 Ken Edwards(53)에게 우승상금에 어떤 의미가 있냐고 묻자 그는 이 렇게 대답했다. "6명이 균등하게 나누고 세금을 제하면 그리 큰 액수는 아 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의 아이디어가 실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다." ) 파워피치에 대한 직원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지난 1월 4일 1라운 드가 열렸을 때 무려 779편의 제안이 제출되었다. 7월 28일 결선까지 직 접 참가와 논평, 건의, 투표 등을 모두 포함하면 회사 전체 직원의 거의 60%가 파워피치에 참여했다.

무려 800개에 달하는 아이디어가 출품된 상황에서 독 창적인 아이디어를 골라내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그러나 PwC는 모든 직원들에게 아이디어 들을 자세히 읽고,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건의나 비 판을 하고, 마지막으로 투표를 하도록 적극적으로 독려했다. 194명의 파트 너로 이루어진 심사위원단이 직접 20개의 아이디어를 선정했고, 그 외 직 원 인기투표를 통해 5개의 아이디어를 뽑아 2라운드 진출자격을 부여했다.

2라운드에선 25팀 각각에게 각 팀이 제출한 아이디어와 관련된 산업을 담당하는 파트너 한 명과 최근 은퇴한 파트너 한 명씩을 붙여주고, 아이디 어를 구체적으로 전개해 볼 수 있도록 유급 200시간씩을 할당해주었다. 대부분의 팀들은 이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쏟아 부었다. "돈과 시간의 투 자였다." 모리츠는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단기적 비용 지출과 장기적 지 속가능성 간에 균형을 맞춰야 했다. 이것이야말로 인재를 끌어들이는 자 석과 같은 프로그램이다." 젊은 직원들에게 차기 주요 사업의 주도권을 쥐 고 경력을 계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행사는 가 치가 있다. 게다가 실제로 어떤 아이디어가 가치가 높은 것으로 판명돼 1 억 달러짜리 사업 아이템으로 선정된다면, PwC입장에선 파워피치에 투 자한 비용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큰 이득을 볼 수 있다.

37년간 피츠버그 PwC에서 근무한 뒤 지난 6월 은퇴한 보장 담당 파트 너 루이스 테스토니 Lou Testoni(61)는 댄스 파티를 열었던 여성팀 '심플리 스 테이티 트 Simply Stated' 의 코치를 맡았다. 이 팀은 세무 의뢰 고객들을 위해 간편하게 재무보고양식을 작성할 수 있는 도구를 구상했다. 테스토니는 팀원들의 아이디어 확충을 위해 필요한 정보와 통찰력을 찾는 과정을 돕 고, 그들에게 필요한 지식을 가진 PwC 임원과 연결해주었다. 그는 퇴직한 파트너를 활용한 덕분에 추가적인 혜택이 있었다고 말한다. 팀원들이 상사 와 일할 때처럼 실수할까 봐 긴장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좋은 질문을 던 지고 더 많이 배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테스토니는 심플리 스테이티트의 최종 프리젠테이션이 마치 "다섯 명 이 따로따로 쓴 것을 나중에 합친 것처럼" 들렸다고 말한다. 그는 자식을 대하는 아버지처럼 엄격한 애정으로 팀원들을 대한다. "프리젠테이션이 끝나고 내가 조언해주는 시간이 왔을 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좋았어. 이제 해야 할 일은 이 프리젠테이션이 완전히 하나의 통일된 이야기처럼 들리게 하는 것이네. 한목소리로 말이야." 그는 가장 비판적인 시각에서 의견을 냈고, 그들은 그것을 반영해 다시 수정작업에 들어갔다. 그러곤 결국 문제를 바로 잡았다.

7월 11일, 준결승전을 치른 25팀 중 5팀에게 결선 진출 통보가 전해졌 다. 이들은 이제 뉴욕 본사에서 PwC 최고위 임원 5명으로 구성된 심사위 원단 앞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할 것이다. 미트라 베스트가 사회를 맡고, 밥 모리츠가 우승자를 발표한다. 결선 2주 전부터 결선 진출팀들은 발표력 훈 련을 받았다. 최종 사업 계획서를 열 번 이상 수정해 다시 만들었으며, 멘 토로부터 마지막 조언도 들었다. 피아 람찬다니 Pia Ramchandani(23)가 이끄 는 한 결선 진출팀은 다음과 같은 지적을 받았다. "무엇에만 초점을 맞추 지 말고 '왜' 에 대해서 설명하라. 왜 고객들이 그것이 필요하며 왜 누군가 가 그것을 구입할 것인가?" 결선 진출팀원 대다수에게 이번 결선은 생애 최초로 전문적이고 중대한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하는 자리다.

결선일인 7월 28일이 다가오면서 결선 진출자들의 긴장은 극도로 높아 져 갔다. 220명을 수용할 수 있는 PwC본사 강당은 관중들로 빈자리 하 나 없이 들어찼고, 미처 들어가지 못한 200명은 구내식당에서 CCTV를 통해 경연을 지켜봤다. 사무실 밖에선 단체 관람 행사가 열렸다. 사무실 컴퓨터를 통해 인터넷 생중계를 감상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 모든 인원을 합치면 전체 관람객 수는 수천 명을 헤아린다.

카포찌가 처음으로 무대에 나섰다. 그는 담담한 태도로 자신들이 새 로 개발한 기술 불가지론적 technology agnostic 예측분석 서비스를 발표했다. 심사위원단이 날카롭게 질문을 던졌다. "고객들이 구입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입니까?" 심사위원이자 세무 대표 파트너인 릭 스탬 Rick Stamm이 물 었다. "이건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서비스"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번에 는 자문 대표 파트너 다나 맥일와인 Dana McIlwain이 질문했다. "어떤 산업 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까?" "의료 보건과 금융 서비스입니다." 부회장 미 치 코헨의 질문이 이어졌다. "타사의 시장 점유율을 뺏기 위한 서비스입니 까, 아니면 기존에는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는 서비스입니 까?" "후자입니다."

다음 차례는 심플리 스테이티드였다. 이 팀은 주어진 4분의 시간 동안 팀원 여섯 명 모두가 골고루 나서서 프리젠테이션을 했다. "나는 우리 팀만 유일하게 그렇게 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방식이 눈길을 끌었다고 생 각한다." 리더인 다니엘레 시그노렐리 Danielle Signorelli(24)의 말이다. 심사 위원들은 각 팀들이 타 기업과 제휴할 생각이 있는지, 또는 해당 사업계획 의 허가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PwC의 브랜드와 어울리는지에 대해 알고 싶어했다. 한 결선 팀의 리더 알렉시스 자크로프(26)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명대사를 남겼다. "우리는 앞으로 포춘 500대 기업에 포함될 만한 젊 고, 역동적이고, 성장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바로 오늘 이 자리에 선 젊고 역동적인 인재들처럼 말입니다."

세 번째 팀은 '대규모 투자 의사결정 집단' 을 대상으로 하는 색다른 분 석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팀은 파워피치가 발표되고 불과 한 달 뒤 PwC가 인수한 컨설팅 기업 다이아몬드 매니지먼트 & 테크놀로지 컨설턴트 Diamond Management & Technology Consultants의 직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팀 리더인 람 찬다니는 "팀의 아이디어를 다이아몬드에서 구상했으나 그곳에선 이 아이 디어에 투자하기 위한 충분한 자원을 해주지 않았다. 그런데 파워피치가 시 작되고 다이아몬드가 인수되었다. 완벽한 타이밍이었다" 고 말했다.

다섯 팀이 모두 프리젠테이션을 마치고 난 뒤 심사위원단은 우승자 선 정을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점수를 집계하고 유력한 두 팀을 두고 옥신각 신했지만 단 8분 만에 그 모든 과정을 마쳤다. 모리츠가 우승자를 발표했 다. "본 경연 결과는 PwC가 인증합니다." 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꺼낸 그는 카포찌 팀에게 10만 달러의 우승상금을 수여했다. 카포찌의 팀은 넷 플릭스 Netflix(미국의 인터넷 DVD대여 사이트)가 고객의 영화 취향을 선 별하는 방식과 유사한 분석기법을 차용할 수 있는 정교한 데이터마이닝 기술을 제안했다. 이 기술은 자체적으로 이와 같은 자원을 갖추지 못한 중 소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우승하지 못한 다른 네 팀들은 각각 2만 5,000달러의 보너스 상금을 받았고, 결선에 진출하지 못한 20팀도 팀당 5,000달러씩 격려금을 받았다.

그 이후로 결선에서 선보인 사업계획들은 경력이 풍부한 '챔피언' 들에 게 배정되었다. 이들은 각 팀과 협력해 사업계획을 보다 발전시키고 본격 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임무를 맡게 된다. PwC은 원래 우승팀 한 팀만 지 원할 계획이었으나, 결선 진출 다섯 팀의 사업계획이 모두 투자할 만한 가 치가 있다고 판단을 내렸다. 또한 상당한 시장 잠재력이 있음에도 단지 결 선에 진출하지 못해 주목받지 못한 상황(코헨은 이를 "제니퍼 허드슨 신드 롬" 이라고 불렀다)을 방지하기 위해 준결선 진출 20팀이 내놓은 아이디어 도 연구담당팀에게 보내 활용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다.

PwC의 경영진은 파워피치가 미래에도 계속될 프로그램이라고 말한 다. 다음 경연이 언제 열리는가는 이제 시기의 문제일 뿐이다. 그러나 앞으 로 연구하고 발전시켜야 할 아이디어가 이렇게 많은 상황에서 내년에 다시 경연을 열어 아이디어를 모으는 것은 쉽지 않을 듯하다. 물론, 아이디어가 너무 많다는 것은 가장 행복한 고민이라 할 수 있다.

앨리슨 오버홀트 Alison Overholt는 전직 작가이며 패스트컴퍼니 Fast Company와 엡슨더매거진 ESPN The Manazine의 편집장이다.

번역 임태열 itssocoo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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