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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핫아이템 해리포터의 투명 망토

Invisible Cloak

누구나 한번쯤 투명인간의 초능력을 선망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 같은 욕망은 여러 SF물에서 '투명한 몸'의 슈퍼히어로들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급기야 투명 망토까지 고안하기에 이르렀다.

글_이동훈 과학 칼럼니스트
enitel@hanmail.net





우리 인간은 본능적으로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기를 꿈꾼다.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하고 싶고, 보고 싶고, 듣고 싶은 모든 것을 향유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이를 가능케 할 궁극의 방법은 단연 투명화다. 하지만 소설 '투명 인간'에서 보듯 살아있는 사람을 투명화하는 데는 한계가 많다. 옷이 채 투명화되지 않은 관계로 진정한 투명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나체로 다녀야 하는 점이 특히 그렇다.

때문에 학자들은 인체 자체를 투명화시키기 보다는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것과 같은 투명 망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망토를 착용하기만 하면 누구나 투명인간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탄소나노튜브와 신기루 현상
투명 망토에 대한 가장 최근의 연구는 지난 10월 미국 댈러스대학 나노테크연구소 연구진의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연구진은 탄소나노튜브 종이에 전기로 열을 가한 후 주변의 빛을 굴절, 광열편향(光熱偏向) 현상을 일으켜 물체를 보이지 않게 하는 데 성공했다.

말하자면 이는 투명 망토로 대변되는 투명물질의 투명도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얘기다. 연구진은 이 같은 특성을 이용해 스위치로 켜고 끌 수 있는 투명 망토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보다 자세히 살펴보자. 먼저, 광열편향 현상이란 무엇일까. 광열편향 현상은 흔히 '신기루 현상'이라고도 불린다. 사막을 여행하던 이들이 멀리서 오아시스를 보고 그곳까지 열심히 걸어가 보면 막상 오아시스는 온데간데 없고 뜨거운 모래 더미만 가득한 상황으로 이해하면 쉽다.



사실 이 같은 현상은 멀리 사막이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드물지 않게 관측된다. 삼복더위에 난데없이 길 위에 물 웅덩이가 보여 가까이 가보니 아무것도 없었던 경험을 운전자들은 한번쯤 해 봤을 것이다.

이 같은 예를 통해 알 수 있듯 신기루 현상의 핵심은 다름아닌 지면의 열기다. 지면과 공기의 온도차가 커지면 빛의 굴절이 일어난다. 이 같은 굴절 때문에, 지면에 반사돼 하늘로 튕겨나가야 할 빛이 관찰자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그러니 사막 여행자의 눈에 오아시스로 보였던 것은 굴절돼 들어온 하늘의 일부였던 셈.

나노테크연구소 연구진들이 투명 망토를 만들기 위해 사용한 방식도 이러한 빛의 굴절과 신기루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이들은 주재료로 탄소나노튜브로 이뤄진 종이를 사용했다. 탄소나노튜브는 탄소 원자가 육각형 모양으로 결합해 원통형을 이룬 것으로, 이 원통 구멍의 지름은 1나노미터 (㎚, 10억분의 1m) 정도에 불과하다. 때문에 이 종이는 두께가 분자 굵기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탄소나노튜브 속 탄소 분자들은 매우 단단하게 결합돼 있어 탄소나노튜브 종이의 강도는 그야말로 강철만큼 강하다. 또한 탄소나노튜브는 열전도성이 우수해 신기루 현상을 일으키기에 매우 이상적인 소재이기도 하다.

연구자들은 물에 담근 탄소나노튜브 종이를 전기로 가열했다. 이 열이 탄소나노튜브 종이 주변부, 즉 물로 옮겨가면서 빛은 굴절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자연스레 탄소나노튜브 종이 뒷면의 물체가 보이게 된다.

물론 이 정도의 성과를 가지고 바로 투명 망토가 실용화 됐다고 볼 수는 없다. 탄소나노튜브를 물에 적셔야 할 뿐만 아니라 가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금값의 30배에 달하는 탄소나노튜브 가격 또한 문제다. 그러나 이 실험은 탄소나노튜브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아울러 투명도와 불투명도를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음을 드러냈다.




메타소재 투명화 메커니즘

1. 음(-)의 굴절이라는 독특한 방법으로 빛을 구부리는 메타소재로 물체를 에워싼다.
2. 빛이 메타소재에 다다른다. 이때 빛은 메타소재 내 특수 막으로 인해 반사되지 않고 구부러져 물체 주변을 곡선을 그리며 돌아간다.
3. 빛은 마치 그 물체의 몸을 뚫고 제 궤도를 유지하듯 돌아 나오며, 메타소재를 씌운 물체의 뒷면까지 훤히 드러나 그 물체 자체는 눈에 보이지 않게 된다.



광파, 음파 통과하는 메타물질
메타물질을 이용해 더욱 성능이 우수한 투명 망토를 제작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메타물질은 빛의 파장보다 구조 크기가 작은 인공적 물질로서 빛에 대해 음(-)의 굴절 률을 지닌다. 빛 및 전자장과 반응하는 방식이 (+)양의 굴절 률을 지닌 일반 자연물질과는 다르다.

물질의 굴절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질 내부의 구조다. 구조 크기를 빛의 파장보다 훨씬 작게 만들면 빛은 해당 구조를 하나로 인식해 버리기 때문에 메타물질처럼 물질의 굴절률을 음으로까지 바꿀 수 있다.



소리가 음파를 타듯 이미지도 광파를 타고 전달된다. 따라서 어떤 물체 주위를 흐르는 광파 또는 음파를 바꿀 수 있다면, 그 물체를 시각 또는 청각 관측으로부터 효과적으로 숨길 수 있게 된다. 가령 흐르는 물에 색과 맛, 향기를 지닌 염료 티백을 담가보자. 염료가 하류로 퍼져 나가면서 색은 물론 맛과 향기도 변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티백 주변 물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면? 지난 2006년 듀크대학의 데이비드 스미스 교수는 영국의 이론 물리학자 존 펜드리 박사의 메타물질 이론에 기반, 극초단파(microwave)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메타물질을 만들었다. 스미스 교수가 만든 메타소재 속에는 전자극 초단파 왜곡장치가 들어 있었다. 이 장치가 작동되면 특정 주파수의 극초단파를 왜곡시켜 소재 주변을 '돌아가게' 할 수 있다.


스미스 교수의 메타소재가 작동하는 모습을 쉽게 설명해보자. 사람에게 물총을 쏘면 물에 젖을 뿐, 물총의 물줄기가 사람을 뚫고 뒤로 나오는 일은 없다. 그러나 스미스 교수의 메타 소재로 된 옷을 입으면 물줄기는 사람의 몸에 닿은 다음 옷을 타고 사람의 몸을 반바퀴 돌아서, 그 반대편으로 나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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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그 사람의 몸을 뚫고 제 궤도를 유지하듯 말이다.

이것이 스미스 교수의 극초단파 투과 메타 소재에 극초단파를 쏘았을 때 일어난 일이다.

스미스 교수의 실험을 통해 메타소재가 극초단파를 굴절시켜 투과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면, 이후엔 이를 파장이 다른 빛이나 소리 같은 에너지파에 적용시키는 과제가 남았다.

이와 관련 지난 2007년에는 메릴랜드대학의 이고르 스몰랴니노프 교수팀은 빛을 돌아가게 하는 메타물질을 만들어 냈다. 이 메타물질은 폭이 불과 10㎛에 불과하지만 빛을 돌아가게 해 가려진 물체를 완벽히 투명화시켰다.

아울러 중국의 우한대학에서는 메타물질 개념을 소리에 적용, 음파를 통과시키는 메타물질 개발을 진행 중이다. UC버클리 연구팀도 메타물질을 이용한 투명화 실험에 성공했다. 연구팀은 메타물질을 통해 폭 0.00061㎜, 높이 0.0003㎜의 아주 작은 물체를 숨기는 데 성공했다. 이는 적혈구 크기와 비슷하고, 머리카락 두께의 100분의 1 수준이다.

UC버클리 연구팀의 메타물질은 이산화규소(SiO2) 표면에 질화규소(SiN)를 입힌 구조로, 표면에는 7,000개의 미세한 구멍이 일정한 패턴으로 뚫려 있다. 이 구멍들 속에는 질화규소가 채워져 물체에 반사되는 빛의 각도를 굴절시키고 구멍 내부에서 이동하는 빛의 속도를 변화시켜 망토 뒤 물체를 보이지 않게 한다. 이는 어떤 각도에서도 대상 물체를 숨기는 데 처음으로 성공한 실험으로 기록된다.



광학위장으로 색과 패턴 변화
하지만 메타물질로 해리포터의 주인공이 입는 것과 똑같은 투명 망토를 만들려면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 현재 만들어진 투명화용 메타물질은 크기가 너무 작다. 사람이 입을 수 있을만큼 크게 만들려면 도무지 얼마의 시간이 소요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UC버클리 연구팀의 메타물질도 제작에 1주일이나 걸렸다고 한다.

현 기술로 사람이 착용할 수 있는 투명 망토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 해도, 그 정도 크기의 메타물질은 또 너무 무겁다.

메타물질의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이지 않는 이상, 우리가 바라는 '옷' 형태는 만들 수 없을 것이다. 충분한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건물이나 차량을 숨기기 위한 '위장망' 형태로 제작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탄소나노튜브나 메타물질을 이용한 기술보다는 덜 환상적이지만, 그 성능이 충분히 검증되었을 뿐더러 오늘날 여러모로 활용되고 있는 투명화 기술도 있다. 바로 광학위장(optical camouflage) 기술이다. 이는 투명화 시키고자 하는 물체의 색과 패턴을 주변환경에 일치시키는 것을 말한다.

대표적인 예로 군인들이 야전에서 입는 위장 전투복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상황에 맞게 자유자재로 색이나 패턴이 변하는 것은 아니므로, 상당히 어설픈 수준의 광학위장 기술이라 할 수 있다.



빛을 구부러지게 만드는 메타물질은 물체를 완벽히 투명화를시킬 수 있다.

광학위장의 가장 모범적인 사례는 자연에서 찾아볼 수 있다. 환경에 맞춰 피부색을 변화시키는 개구리, 오징어, 카멜레온 등의 동물들 말이다. 이들의 능력을 사람이나 건물, 차량에 부여시킬 수 있다면 투명화를 보다 손쉽게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현재 가장 설득력 있게 제시되고 있는 광학위장 방식은 바로 카메라 등의 전자 광학기기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위장할 물체는 카메라와 스크린을 달고 있다. 카메라로 위장할 물체의 주변 환경을 계속 촬영하면, 그 영상이 실시간으로 스크린에 전달된다. 그렇게 되면 위장할 물체는 어디를 가도 주변 환경의 색과 패턴이 나오는 스크린을 뒤집어 씀으로써 자신의 모습을 보이지 않게 할 수 있다.

물론 이것 역시 장비의 부피와 무게, 그리고 전력이라는 만만찮은 문제가 따른다. 하지만 이 세 가지가 해결된 장소에서는 그 어떤 투명화 기술보다도 믿음직한 대안이 되어줄 것이다.

투명화 기술은 그 쓰임새도 매우 무궁무진하다. 가령 항공기에 투명화 기술을 적용한다면? 조종사는 사각지대였던 조종석 아래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을 것이다. 고개를 내리기만 하면 착륙장치는 제대로 펴졌는지, 보조익은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등의 사항을 금세 확인할 수 있다. 항공기나 자동차 등 기계의 내부는 물론이고 수술자의 손이나 의료기구를 투명화시키면 환부를 환히 들여다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과연 투명화 기술은 우리의 삶을 얼마나 크게 바꿔놓을 것인가. 머지않아 경험하게 될 흥미진진한 모험을 기대해 보자.




생체를 투명하게?






생체 자체를 투명하게 하는 시도도 진행 중에 있다. 일본 이화학연구소 미야와키 아츠시 박사팀은 생물 표본을 투명하게 만드는 수용성 시약 'Sca/e'를 개발했다.

이는 표본을 손상시키지 않고 ㎜ 깊이의 조직을 아주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도록 한다. 폴리머로 고정시킨 포유류 동물의 뇌를 Sca/e 용액에 담그기만 하면 투명화가 이뤄진다. 신경세포를 형광 표식한 쥐의 뇌에 이 용액을 적용하면 뇌 전체 신경회로의 상세한 3차원 구조를 파악할 수도 있다.

Sca/e의 주성분은 소변 속 노폐물로, 비료의 재료로 널리 쓰이는 요소(urea)다. 이 성분이 생체 표본 내 빛의 산란을 최소한으로 억제, 생체 표본을 젤리와 같이 투명화시켜 준다.




파퓰러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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